갈등과 괴로움이 엄습할때, 어떻게 해야할까
갈등과 괴로움이 엄습할때, 어떻게 해야할까
  • 박용천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승인 2013.12.2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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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으로 성숙해가는 길을 11가지 자아의 기능이 발달해가는 선상에서 볼 때 열한 번째는 ‘방어’다. 방어란 내부와 외부의 스트레스, 정서적 갈등이 있을 때 마음이 반응하는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인 방법을 말한다. 그것은 불안, 우울, 시기심 같은 고통스러운 감정을 인식하지 못하게 막아주는 대처기전이다. 이러한 방어는 어느 정도 효율적이냐에 따라 몇 가지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조금은 난해한 이야기지만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흑백논리의 편 가르기(splitting)와 억압(repression)이라는 용어를 알아두는 것이 좋다. 편 가르기를 하는 것보다는 억압을 하는 것이 좀 더 나은 적응방법이다. 억압이냐 편 가르기냐를 구분하는 중요한 차이점은 ‘대상항상성’이란 것을 갖고 있느냐하는 점이다.
박용천 한양대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대상항상성이란 한 사람이 나쁜 점과 좋은 점을 동시에 갖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만약에 사람이 자신이나 남에게 있어서 좋고 나쁜 감정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고통스럽거나 불안을 유발하는 생각이나 감정을 잘 다룰 수 있다. 대다수가 무의식에 그런 생각이나 감정을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깊이 자신을 성찰하지 않으면 스스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는 뻔히 보인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행동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것이 실수를 줄이는 현명한 방법이다.

나쁜 사람에게도 좋은 면이 있고 좋은 사람에게도 나쁜 면에 있다는 생각을 견딜 수 없는 사람은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분리시켜야만 살아갈 수 있다. 나쁜 감정을 느꼈을 때 그것들이 외부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분리시켜야만 견딜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의 발달과정을 보면 어린아이에게는 이러한 편 가르기가 정상적으로 존재한다. 아이들은 놀이를 할 때 좋은 나라와 나쁜 나라라는 흑백논리의 이분법적인 사고를 한다. 영원한 적군도 영원한 아군도 없다는 것은 나이를 먹어야 알 수 있다. 가끔 나이 먹어서도 이러한 이분법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기는 하다.

자기를 학대하는 부모라 할지라도 부모의 좋은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으려면 이러한 편 가르기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 부모가 잘못하는 것은 부모가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외부로부터 영향 때문에 부모가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부모의 나쁜 면을 잘 보지 못한다. 만약 부모가 나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 아이는 너무 괴롭기 때문이다.

사춘기가 되면 부모에게 반항하면서 부모도 나름대로의 요구사항과 욕구가 있는 하나의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간혹 어른이 돼서도 이런 것들이 남아있는 경우가 꽤 있다. 대다수 남자, 특히 효자라고 불리는 남자들에게 이러한 흔적을 많이 볼 수 있다. 이걸 모르고 결혼생활을 하다보면 여자들은 낭패를 볼 때가 많다.

결혼생활에서 부부 싸움 중 남자가 가장 참지 못하는 것이 뭘까? 대부분 싸움이 그렇지만 부부싸움 역시 상대방을 화나게 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부인이 남편을 아무리 비난해도 남편은 참을 수 있다. 하지만 시부모 욕을 하면 남편은 못 참는다.

비단 부부싸움뿐 아니라 대부분의 말다툼에서 누가 자기 부모를 욕하는 것이 가장 참기 힘들다. 왜냐하면 부모의 나쁜 면을 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는 사람에게 부모의 잘못을 지적하면 자신의 목숨을 걸고라도 방어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남편에게 건드리지 말아야할 것은 시부모에 대한 비난이다.

여자들은 이러한 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권위에 대한 복종이나 반감이 남자보다는 덜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여자들은 남자만큼 경찰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이러한 점들이 남자와 여자가 심리적으로 다른 대표적인 경우다.

방어기제는 ▲성숙한 방어기제 ▲노이로제적 방어기제 ▲미성숙한 방어기제 ▲병적인 방어기제로 나눠진다. 그 중 성숙한 방어기제는 자기가 무엇을 참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참는 ‘억제’와 불편한 내용을 재미있는 말로 전달해 상대방이 쉽게 받아들이게 하는 ‘유머’, 고통스러운 마음의 갈등을 사회적으로 이로운 행동을 해 해소하는 ‘승화’,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을 위해 행동을 하는 ‘이타심’ 등을 말한다. 갈등과 괴로움이 있을 때 성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해 해결하는 것이 성숙한 인격으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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