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불편한 위(胃) 다스리는 용호상박 ‘백출 vs 창출’
[한동하의 식의보감] 불편한 위(胃) 다스리는 용호상박 ‘백출 vs 창출’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9.1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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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다른 사람들보다 유독 위가 약한 사람이 있다. 하지만 내시경을 해 봐도 별다른 것이 없다. 또 식욕도 없고 소화도 잘 안 된다. 속은 항상 더부룩하고 식욕이 없어서 출출함도 모른다. 이럴 때는 출(朮)이 좋다. 오늘은 백출(白朮)과 창출(蒼朮)의 효능에 대해 알아보겠다.

백출과 창출은 모두 국화과 삽주속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식물을 기원으로 하고 있다. 예전에는 삽주뿌리의 신근(新根, 백출)과 구근(久根, 창출)의 차이에 따라서 백출과 창출을 구분하기도 했지만 최근 <대한약전(7개정, 1997년)>부터 기원식물을 달리하고 있다.

백출은 국화과 삽주(Atractylodes japonica Koidz.) 또는 큰꽃삽주(Atractylodes macrocephala Koidz.)의 뿌리줄기를 말한다. 반면 창출은 국화과 남창출(A. lancea DC.), 북창출(A. chinensis Koidz.)의 뿌리줄기를 말한다. 남창출과 북창출 모두 창출로 통용된다.

<신농본초경>에는 최초로 출(朮)이라고 해서 백출과 창출을 구분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도홍경이 <신농본초경집주>에서 백출과 창출을 구분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구분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본 칼럼에서는 먼저 백출의 효능에 대해 살펴보고 이와 비교해서 창출의 효능에 대해서도 알아보겠다.

백출(白朮)은 맛이 쓰고 달며 성질은 따뜻하고 독이 없다. <본초강목>에는 구체적인 효능을 9가지로 정리를 했다. 세부적으로 ▲중초를 따뜻하게 한다 ▲비위의 습(濕)을 제거한다 ▲위열(胃熱)을 제거한다 ▲비위를 튼튼하게 한다 ▲위(胃)를 조화롭게 하고 진액을 생성한다 ▲살집의 열을 내린다 ▲팔다리가 피곤하고 권태롭고 눕기를 좋아하고 눈이 떠지지 않고 음식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을 치료한다 ▲갈증을 멎게 한다 ▲태아를 편안하게 한다고 적혀 있다.

백출은 소화기를 튼튼하게 한다. <동의보감>에는 ‘비위(脾胃)를 튼튼하게 하고 설사를 멎게 하며 습을 없애고 소화시킨다. 위허(胃虛)와 냉리(冷痢)를 치료한다’고 했다. <본초정화>에는 ‘곽란으로 토하고 설사하는 증상을 치료한다. 또 위를 따뜻하게 해주고 밥맛이 좋게 해주며 진액을 보태준다’고 했다. 위를 보하고자 할 때는 백출을 약간 볶아서 쓰면 좋다. 위장이 약한 소음인에게 적합한 약재다.

위장이 약할 때는 특히 백출고(白朮膏)가 좋다. <동의보감>에는 ‘백출고는 내상(內傷)으로 비위가 불화하고 음식을 잘 먹지 못하며 밥맛이 없거나 때때로 토사가 있는 경우를 치료한다. 백출 1근(600g)을 썰어서 불에 쬐어 말리고 여기에 진피 4냥(150g)을 넣어 앞의 방법대로 졸여 즙을 낸다. 여기에 꿀을 넣고 걸쭉하게 만들어 앞의 방법대로 복용한다’고 했다. 단지 백출을 가루로 만들어서 환으로 먹어도 좋고 차로 끓여 마셔도 좋다.

백출은 명치 부위가 답답할 때도 좋다. <본초강목>에는 ‘명치가 당기고 아픈 증상, 명치에 수(水)가 막힌 증상을 주치한다’고 했다. 명치가 답답하고 막힌 느낌이 있을 때는 지실(탱자의 어린 열매)과 함께 사용하면 더 효과적이다. 백출은 습(濕)과 수기(水氣)를 제거하는 효능이 있어 위하수 증상이 있으면서 위에서 물이 출렁거리는 느낌이 나는 증상에도 좋다.

백출은 땀을 멎게 한다. <동의보감>에는 ‘도한(盜汗)을 치료하는 데 대단한 효험이 있다’고 했다. 왕호고는 ‘땀이 없는 증상에서는 땀이 나게 하고 땀이 나는 증상에서는 땀을 멎게 한다. 황기와 효과가 같다’고 했다. 단지 기운이 없고 발생하는 식은땀에는 황기가 좋다. 하지만 위장이 약하면서 동반되는 경우는 백출이 좋다. 참고로 창출은 매운맛이 강하기 때문에 습을 제거하면서도 땀을 나게 한다.

백출은 팔다리 부종과 저림에 좋다. <동의보감>에는 ‘백출은 팔다리가 부은 경우를 치료한다’고 했다. <본초정화>에는 ‘피부 사이에 풍수(風水)가 맺혀 부은 것을 없애 준다. 풍한습(風寒濕)으로 인한 비증으로 치료한다’고 했다. 풍한습(風寒濕)은 바람이 많고 차고 습한 환경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환경에서 소화기능이 떨어져서 나타나는 팔다리의 말초 순환장애에 도움이 된다.

한의학에서는 비주사말(脾主四末)이라고 해서 비(脾, 췌장)가 팔다리 4곳의 기능을 주관한다고 했다. 따라서 소화기가 약하면서 나타나는 수족냉증, 팔다리 부종 등에는 반드시 비위기능을 강화시키는 치료법이 우선시 돼야 한다.

백출은 안태(安胎) 작용이 있어 임신 중에도 안전하다. 특히 황금과 함께 쓰면 임신 중의 위장장애와 더불어서 입덧과 태동불안을 진정시키는 효능이 있다.

백출에는 정유성분, 아미노산, 비타민류, 수지류 등의 다양한 성분 외에 폴리아세틸렌, 폴리사카라이드(복합탄수화물), 세스퀴테르펜(방향유 주성분), 페닐프로파노이드, 쿠마린 등의 성분이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약리작용으로는 위장관 손상 억제, 항염증, 항산화, 면역조절, 간보호 및 항관절염효과, 혈압강화효과 등이 있는 것으로 연구보고 되고 있다.

다만 백출은 습을 제거하는 작용이 크기 때문에 마르고 건조한 증상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본초정화>에는 ‘병이 음(陰)이 허하거나 혈(血)이 적거나 정(精)이 부족한 경우와 내열(內熱)로 뼈가 찌고 목이 마르며 입술이 건조해지고 기침을 하고 가래를 토하고 피를 토하며 목구멍이 막히고 변비가 있을 경우에는 모두 꺼린다’고 했다.

다음은 창출(蒼朮)이다. 창출은 맛이 쓰고 매우며 성질은 따뜻하며 독이 없다. <본초정화>에는 ‘창출은 기미가 맵고 극렬한데, 백출은 약간 쓰고 매우며 극렬하지 않다’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창출을 사용할 때는 찹쌀의 쌀뜨물에 담갔다가 그 기름기를 제거하고 약한 불로 눋지 않게 구워 사용하는 것은 그 건조한 성질을 억누르기 위해서다’고 했다. 그만큼 약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백출이 위기(胃氣)를 보하는 효과가 크다면 창출은 위습(胃濕)을 제거하는 효과가 강하다. 따라서 백출은 보기약(補氣藥), 창출은 방향화습(芳香化濕藥)으로 분류하고 있다.

창출은 위장의 습(濕)을 제거해서 위장기능을 강화시키기 때문에 대표적인 소화제인 평위산(平胃散)의 군약으로 사용된다. 평위산은 창출, 후박, 진피 감초로 구성된 처방으로 <동의보감>에는 ‘평위산은 강렬하게 소모시키고 흩는 약이다. 실제로 위(胃)를 보하는 약은 아니고 토기(土氣)가 두터운 것을 사(瀉)하여 고르게 할 뿐이다. 이것을 써서 위기(胃氣)가 조화롭게 되면 곧 복용을 중지해야 하고 늘 복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약성이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다.

허숙미는 자신이 지은 <본사방>에서 어릴 적부터 앓았던 음벽(飮癖)을 창출환으로 완치했다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음벽(飮癖)은 일종의 기능성위장장애로 수액대사의 문제로 나타나는 위장병을 말한다. 처음 창출환을 복용할 때 몸이 약간 마르는 것이 느껴지는데 이때는 치자가루를 물에 타서 마시면 풀린다고 했다. 창출의 조열(燥熱)함을 치자의 냉기로 누르는 것이다.

창출은 실증(實症)에 사용하고 건조증(乾燥症)에는 사용하지 않는데 특히나 혈허(血虛)한 허증에는 사용하지 말도록 했다. <급유방>에는 ‘혈(血)이 허(虛)하고 몸이 약한 사람은 조심해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간혹 위장이 약하고 기운이 없을 때 창출을 먹으면 속이 쓰리면서 기운이 더 빠지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때는 창출보다는 백출이 적합하다.

백출과 창출은 용호상박과 같은 존재다. 어떤 것이 더 좋다고 할 수 없다. 비슷한 것 같지만 창출이 백출을 대신할 수 없으며 백출이 창출을 흉내 낼 수도 없다. 그 쓰임새가 다르기 때문이다. 출출함을 느끼고 싶을 때는 백출과 창출을 증상에 따라 잘 활용해보자. 출(朮)은 위를 출출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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