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후스트레스장애 ‘EMDR’ 치료로 다스린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 ‘EMDR’ 치료로 다스린다
  • 최신혜 기자 (mystar0528@k-health.com)
  • 승인 2014.07.16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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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안구운동 등 규칙적 자극 이용
ㆍ외상 기억 →긍정적 기억 재처리
ㆍ기존 인지치료법보다 기간 짧고 불안감소 효과 커 만족도 껑충

# 2001년 20대 중반 여성이 분노, 불안, 우울감, 정서적 불안 등을 이유로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불빛이 귀신얼굴로 변한다며 고통을 호소하던 그녀는 퇴원 후 3개월 동안 꾸준히 지지적 정신치료, 약물치료를 받았지만 효과를 보지 못해 치료를 중단했다. 이후 그녀는 한 달에 6번 EMDR치료를 받은 뒤 외상기억과 관련한 부정적 기억이 16~61% 감소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6개월 후 추적검사에서는 46~81%의 감소율을 보였다.

EMDR(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요법)은 안구운동이나 두드리기, 소리 등 규칙적인 양측성 자극을 이용해 정신장애를 치료한다. 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치료에 널리 쓰이고 있지만 공포증, 공황장애, 불안장애, 성격장애, 만성통증, 수면장애, 집중력 향상 등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치료법은 현재 미국정신의학회, 미국심리학회, 미국보훈청과 국방부 등에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의 표준치료법으로 공식인정받고 있다.


한양대 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대호 교수는 “EMDR은 뇌의 자연치유기능을 이용해 부정적 기억을 일반적 기억으로 처리해주는 치료법”이라고 설명했다.

EMDR치료법은 총 8단계로 구성돼있다. 먼저 치료 시작 전 환자의 과거력을 조사하고 이를 대체할 만한 가장 좋은 기억을 찾은 후 안정적 치료관계를 형성한다. 이후 치료자는 환자에게 치료과정에 대한 설명과 교육을 실시하고 환자가 느끼는 정서, 이미지, 인지, 신체감각 등 4가지를 이용해 외상기억에 접근한다.

환자는 치료자의 지시에 따라 눈동자를 양측으로 움직이며 외상기억과 관련된 감정, 신체감각, 부정적 인지를 떠올려 재처리한다. 이 과정을 고통이 감소할 때까지 반복하면 된다. 다음 단계에서는 처리하고자 했던 외상기억과 긍정적인 생각을 같이 떠올리며 수평적 안구운동을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기억의 재처리가 일어나게 된다. 이후 외상기억과 관련한 부정적 신체감각을 재처리하며 새롭게 알게 되거나 느낀 점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마지막은 재평가단계로 다음 치료를 시작할 때 이전까지 다룬 사건과 그간 일어났던 중요한 일에 대해 얘기하면 된다.

치료는 일반적으로 주1회 세션 당 90분 정도 이뤄지며 총 3~12회 정도 실시한다. 다양한 양측성 자극 중 치료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것은 수평적 안구운동이다. 각종 연구에 따르면 수평적 안구운동은 외상기억에 대한 고통을 감소시키고 과거를 정확히 회상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를 실시할 경우 호흡이 규칙적으로 변하고 심장박동수와 피부전도율이 감소하며 렘수면 시의 뇌파와 같은 패턴을 보이기 때문에 불안 감소에도 도움이 된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채정호 교수는 “연구를 통해 수평적 안구운동훈련이 수면의 질, 심리적 웰빙의 수준, 긍정성을 향상시킨다는 점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EMDR은 기존 인지치료법보다 치료기간이 두 배 이상 짧고 치료자와 환자의 만족도가 가장 높다. 단 안구에 이상이 있는 사람이나 간질, 경련장애 등을 겪고 있는 환자의 경우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해야한다. 김대호 교수는 “사건 발생 후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조급하게 치료하려고 하면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외출을 꺼리는 환자를 위해 시공간 제약 없이 수평적 안구운동을 실시할 수 있게 만들어진 제품도 존재한다. 휴먼라인의 ‘아이스캔’은 안구운동과 내레이션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게 만들어진 제품이다. 80여개의 증상에 따른 프로그램이 내장돼있으며 현재 안산 트라우마센터를 비롯한 상담센터, 심리치유센터, 스트레스센터 등에서 활발히 이용 중이다.

<헬스경향 최신혜 기자 mystar0528@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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