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손에서 탄생한 슈퍼항생제 뒷이야기
우리 손에서 탄생한 슈퍼항생제 뒷이야기
  • 손정은 기자 (jeson@k-health.com)
  • 승인 2014.07.22 17: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년 미국에서만 8만명의 환자가 감염돼 1만1000여명이 사망할만큼 치명적인 슈퍼박테리아를 치료할 항생제가 우리 기술력으로 탄생했다. 얼마전 미국FDA로부터 신약으로 인정받은 동아에스티의 슈퍼항생제 ‘시벡스트로’다.

슈퍼항생제는 지금까지 개발된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이른바 슈퍼박테리아를 치료하기 위한 약이다. 시벡스트로는 MRSA(메타실린내성 황색포도상구균)를 포함한 그람양성균에 의한 급성세균성피부·연조직 감염치료를 위해 개발됐다.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자부심과 함께 세계무대로 진출할 글로벌신약이지만 탄생과정이 녹록지만은 않았다. 자칫 모든 연구결과가 쓰레기통에 버려질 상황도 있었다. 시벡스트로의 연구과정은 말 그대로 ‘고난과 극복’의 순간들이었다.

동아에스티(당시 동아제약)가 신규항생제 개발을 시작한 것은 1996년이다. 신약연구팀은 2000여개의 신물질을 합성했고 이를 모두 평가해 2001년 신약후보물질을 확정했다. 이 물질은 화이자가 개발한 제품에 비해 무려 16배 이상의 획기적인 약효를 보였다.

하지만 영국에서 진행된 동물독성실험에서 첫 번째 좌절이 찾아온다. 개 독성실험결과 예상치못한 치명적 독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개발중단위기에 몰렸지만 결국 연구를 재개한지 2년만인 2004년 약효와 물성, 독성이 크게 개선된 새로운 물질이 결정된다.

이후 2006년까지 진행된 전임상연구는 일사천리였다. 모든 연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동아에스티의 고민은 깊어졌다. 내성균을 타깃으로 하는 항생제를 국내시장만 보고 개발하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독자적으로 글로벌시장에 진출할만한 역량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시벡스트로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외국회사에 기술이전하지 않는다면 그동안의 연구결과는 무의미한 것이었다. 실낱같은 희망으로 문을 두드린 회사는 미국 트리어스사(현재 큐비스트)다. 당시 트리어스사는 항생제개발 전문 벤처기업이었고 임상단계에 진입할 신약후보물질이 절실했던 시기였다.

결국 두 회사는 2007년 2월 기술이전계약을 체결했다. 동아에스티로서는 금전적인 이익도 중요했지만 우리 손으로 만든 신약후보물질이 사장되지 않고 세계시장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된다는 기쁨이 더 컸다.

사실 시벡스트로의 탄생과정은 신약 하나가 개발되기 위해 겪는 많은 사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나의 신약이 개발되는데는 보통 10~15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 과정에서 신약물질이 예상보다 약효를 내지 못하거나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견되는 등 숱한 난관에 부딪히다보면 10개 물질 중 1개조차 성공시키기 쉽지 않다.

비록 마지막까지 우리 기술이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가능성 있는 물질을 발견하고 연구를 끝까지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한 동아에스티의 성과에 박수를 보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