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크는 주사’가 써온 20년의 역사
‘키 크는 주사’가 써온 20년의 역사
  • 손정은 기자 (jeson@k-health.com)
  • 승인 2014.09.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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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 소영이(가명)는 키가 127cm로 성장호르몬결핍증 진단이 내려졌다. 검사결과를 설명하고 소영이에게 “매일주사를 잘 맞을 수 있겠니?”하고 물었다. 약 2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소영이의 키는 잘 자라 144cm가 됐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채현욱 교수

소위 ‘키 크는 주사’로 불리는 성장호르몬이 국내기술로 개발된지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LG생명과학 ‘유트로핀’은 “약물로서 가치는 있을지 몰라도 시장가치는 없다”는 일부 내분비 관련 의료진들의 예상을 깨고 5%미만의 낮은 성공확률을 극복해 세상에 나온 치료제다.

유트로핀이 출시된 1993년 이전까지 성장호르몬은 전량 수입품에 의존해 상당히 고가였다. 따라서 저신장증에 대한 치료인식도 낮을 수밖에 없었다.

가톨릭의대 이병철 명예교수가 집필한 ‘성장호르몬 치료-과거, 현재와 미래’에 따르면 1985~1992년 당시 성장호르몬주사의 1회 투여가격은 8~10만원으로 대기업 평균초봉인 50만원의 1/5수준이었다. 10만원대였던 성장호르몬 가격은 유트로핀 출시 후 4만원대까지 떨어졌다.

단순한 가격경쟁력을 넘어 효과면에서도 탁월함을 보였다. 4상임상시험 결과 특발성성장호르몬 분비장애 어린이환자들에게 유트로핀을 투여했더니 연간 3.2cm씩 성장하던 키가 1년 후 연평균 10cm 성장했고 2년 후에는 8.8cm 자랐다.

이를 바탕으로 유트로핀은 2006년 세계 두 번째로 유럽EMA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획득했고 2007년에는 국내 바이오의약품 최초로 미국FDA 허가를 받았다.

유트로핀의 진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LG생명과학은 2009년 후속제품인 ‘유트로핀플러스’를 공개한다. 유트로핀플러스는 세계 유일의 1주제형 성장호르몬이다. 연간 300회 이상 맞아야 했던 주사횟수가 52회로 줄어든 것이다. 주사를 맞을때마다 고통을 느끼는 아이와 부모의 스트레스를 줄여주자는 고민이 만든 결과다.

환자편의를 위한 후속제품 개발도 의미있지만 유트로핀 20주년이 남다르게 조명받는 이유로 LG복지재단의 후원도 빼놓을 수 없다.

 

LG복지재단은 1995년부터 연간 1000만원이 드는 성장호르몬치료를 저소득가정 저신장증아이들에게 지원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으로 혜택받은 어린이는 2013년까지 700여명 이상이며 이 중에는 1년에 20cm까지 성장한 사례도 있다.

유트로핀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유독 많이 붙는다. 국내개발 최초 성장호르몬, 국내 최초 4상임상시험 진행, 국산 바이오의약품 최초 미국 허가, 세계 최초 1주제형 등. 여기에 저소득층 저신장증어린이에게 희망이 된 최초의 치료제라는 이름으로 유트로핀 20주년을 축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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