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하는 키스, 더 안전하고 달콤하다
알고 하는 키스, 더 안전하고 달콤하다
  • 심봉석 이대목동병원비뇨기과 교수 (gatechenps@gmail.com)
  • 승인 2014.09.23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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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키스는 영혼이 육체를 떠나는 순간의 경험”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누구에게나 키스는 환상적인 쾌감이고 첫 키스의 추억은 영원한 설렘으로 기억된다.

심봉석 이대목동병원비뇨기과 교수

영어 ‘kiss’의 어원은 입술과 입술이 부딪칠 때 나는 소리에서 유래됐고 ‘섹스(sex)’는 나누다는 의미를 가진 라틴어의 ‘sexus’가 어원이라고 한다. 키스에는 단순히 애정을 표현하는 가벼운 키스인 입맞춤과 섹스의 시작단계인 애무로서의 키스가 있다.

언제부터 키스가 사랑의 표현이나 성행위의 수단으로 사용됐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다. 그런데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낭만적인 이유가 아니라 다른 불순한(?) 의도에 의해서였다는 설이 있다. 원시시대에는 남자들이 밖에서 사냥을 하는 동안 거주지에 남아있던 여자들이 보관해놓은 음식을 몰래 먹었는지 감시하는 수단이었다는 것이다. 사냥에서 돌아온 남자가 여자의 입안을 혀로 샅샅이 훑어 냄새나 맛을 확인했다고 한다. 포도주가 귀했던 중세에는 남자들만이 포도주를 마실 수 있었는데 여자들이 몰래 포도주를 마시지는 않았나 하는 음주측정의 수단으로 키스를 했다고 한다.

오랫동안 키스는 사랑의 표현보다는 사회적 예절로 사용됐다. 왕이나 주교에게는 손에 키스를 하고 교황에게는 발에다 키스함으로써 존경과 복종을 표현했다. 이후 목적이 어떠하든 키스를 하다 보니 성적 자극이 되고 남녀 간 애정의 표현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중세 이후에는 키스를 소재로 한 많은 예술작품들이 등장했으며 셰익스피어는 키스를 ‘사랑의 도장’이라 서술했다. 우리나라에는 키스에 대한 기록이 별로 없는데 조선시대의 춘화도에서도 키스하는 장면은 볼 수 없다고 한다.

건강에 대한 키스의 효과를 조사한 연구들은 많다. 키스를 통해 성적 충동을 받게 되면 맥박이 빨리 뛰고 혈압이 오르며 엔도르핀, 도파민, 아드레날린 분비가 증가된다. 또 혈액 속에 백혈구 생성이 활성화돼 면역력이 강화된다.

문제는 구강 내에 있는 미생물이다. 우리 입 속에는 최소한 350여종의 미생물이 존재하는데 이는 대변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생물의 종류는 바이러스, 효모, 원충, 세균 등으로, 대장균, 포도상구균, 녹농균, 뮤탄스균 등이 대표적이고 뮤탄스균은 충치를 유발한다.

구강 내 세균은 섭취하는 음식종류, 생활습관, 구강위생상태에 따라 달라지는데 보통 본인에게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상재균으로 존재한다. 구강 내 세균은 키스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는데 이 때 상대방의 구강면역상태에 따라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키스로 전염되는 대표적인 질병은 뮤탄스균에 의한 충치이고 위염의 원인이 되는 헬리코박터균, 세균성 인후두염, 감기나 독감바이러스 등이 있다. 입 주변에 물집을 만드는 헤르페스바이러스 역시 키스에 의해 전염된다. 아직 논란이 있긴 하지만 간염이나 에이즈바이러스는 키스로 전염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구강성교로 인해 입 속 점막이 성병균에 의해 감염되는 구강성병이 늘고 있다. 대부분의 구강성병은 원래 성병이 가진 증상을 나타내지 않기 때문에 본인이 감염됐는지 모르고 상당기간을 보균상태로 지낸다. 일반적으로 감기와 비슷하게 목에 가벼운 통증이나 가래가 많아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뿐이다.

구강성교 후 발생한 목감기가 잘 치료되지 않으면 성병감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임질, 클라미디아, 마이코플라스마 등 모든 성병균이 구강성교를 통해 구강에 감염되고 다시 키스를 통해 상대방의 구강에 전염된다.

반대로 구강에 성병균이 있는 경우 구강성교를 하면 상대방의 요도에 성병이 전염된다. 여성의 자궁경부암이나 성기사마귀와 관련이 있는 인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도 구강성교와 키스로 전염될 수 있다.

키스를 통한 세균전염이나 성병감염은 구강위생이 나쁘거나 흡연자의 경우 위험성이 더 커진다. 구강을 청결히 하는 것은 기본이자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다.

<헬스경향 심봉석 이대목동병원비뇨기과 교수 gatechenp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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