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임신하면 모든 화장품을 바꿔야 할까?
정말 임신하면 모든 화장품을 바꿔야 할까?
  • 화장품비평가 최지현
  • 승인 2014.09.30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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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하면 지금까지 쓰던 모든 화장품을 바꿔야 하는 걸까? 레티놀, 살리실산, 파라벤 등 위험하다는 것이 너무나 많다. 심지어 임산부는 모든 유해화학성분을 피해야 하기 때문에 유기농화장품을 발라야 한다는 주장도 인터넷 상에 수두룩하다. 과연 진실일까?

유기농화장품시장은 화학성분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면서 3조에 가까운 시장으로 성장했다. 이 유기농 화장품이 겨냥하는 주소비자층이 바로 출산을 앞둔 임산부와 아기를 키우는 엄마다. 건강문제에 가장 예민한 시기인 만큼 불안을 주입하기 가장 쉬운 대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기농화장품의 이러한 마케팅과는 달리 화장품 속 성분들은 임산부나 아기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다. 임신했다고 해서 바르던 모든 화장품을 하수구로 흘려버릴 필요는 없다. 의사들이 주의하라고 말하는 건 레티놀, 하이드로퀴논, 살리실산의 3가지이다. 중요한 건 이 성분들이 실질적으로 문제가 발생해서가 아니라 만에 하나를 위해 더욱 주의하자는 뜻이다.

화장품 성분은 시중에 떠도는 무시무시한 경고와는 달리 임산부에게도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 다만 아기를 위해 필요 이상으로 조심해야 할 뿐이다. 사진은 임신 중 피해야 할 레티놀과 BHA 제품.

레티놀은 비타민A유도체로 주름과 탄력에 뛰어난 작용을 한다. 피부에 바르면 따갑고 붉어지는 부작용이 있지만 대부분 일시적이고 그만큼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기에 많은 여성들이 애용한다. 그런데 비타민A는 임신 중 과도하게 복용했을 때 기형아출산을 유발한다. 이를 근거로 의사들은 레티놀을 사용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바르는 것과 먹는 것은 아무 상관이 없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기 때문이다.

마이애미 의대 피부과 교수 레슬리 보만은 “레티놀을 피부에 바르는 게 해가 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지만 임산부는 필요 이상으로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같은 레티놀계열 성분인 ‘레티닐팔미테이트’도 피하라고 조언한다.

살리실산은 흔히 BHA(beta hydroxy acid)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성분으로 피지막을 뚫고 모공까지 들어가 묵은 각질을 청소해주는 훌륭한 각질제거성분이다. 아스피린에서 추출한 성분이라 항염진정 효과도 있다. 하지만 이 성분 역시 과량으로 복용하면 기형아출산위험을 높이고 병원에서 높은 농도로 박피시술을 받는 것도 임산부에게는 위험하다는 보고가 있다.

하지만 화장품에 배합되는 살리실산은 2% 이하의 낮은 농도라 위험하지 않다. 미국 아칸소주의 개원의인 산드라 마르체스 존슨은 “살리실산이 포함된 토너를 매일 한두 차례 바르는 건 임신 중에도 괜찮다”고 말한다. 단 이 성분이 들어있는 바디로션을 몸 전체에 바르는 건 위험할 수 있다. 많은 양이 피부에 흡수되는 만큼 아스피린 복용효과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살리실산은 미국에서는 규제가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는 0.5%까지만 허용되고 캐나다와 일본 역시 배합한도를 지정하고 있다. 그래도 걱정된다면 임신 중에는 살리실산을 피하고 다른 각질제거성분인 AHA(락틱애씨드, 글라이콜릭애씨드)를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하이드로퀴논은 강력한 미백물질인데 임산부가 발랐을 때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어떤 자료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발암가능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임산부는 무조건 피하는 것이 좋다. 미국에서는 0.5~2%까지 첨가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배합금지성분이다.

파라벤을 피하라는 말은 유기농화장품업체들이 퍼뜨린 말로 모두 근거가 없다. 이 두 성분이 체내에 흡수돼 여성호르몬으로 작용해 내분비교란을 일으킨다는 말은 괴담에 가깝다. 두부나 석류를 많이 먹는다고 해서 누구도 내분비교란을 걱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화장품 안에 0.4~0.8% 함유된 파라벤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가.

파라벤은 화장품 외에도 식품, 생활용품, 의약품 등으로 늘 접촉하는 물질이다. 미국암학회, FDA, 유럽소비자안전과학위원회, 미국미용제품평가위원회, 캐나다보건원, 우리나라 식약처까지 파라벤을 화장품으로 바르는 정도로는 피부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으며 암 발병과 무관하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임산부의 건강과도 무관하다.

 

임신은 몸과 마음이 예민한 시기라 매사에 조심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화장품은 이미 유아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써도 안전할 만큼 일반화된 상품이다. 몇가지 조심해야 할 성분을 제외하면 안전하기 때문에 임산부들은 지금까지 바르던 화장품을 편안하게 바르면 된다.

※ 칼럼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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