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不通)이 가져오는 황당함
불통(不通)이 가져오는 황당함
  • 심봉석 이대목동병원비뇨기과 교수 (gatechenps@gmail.com)
  • 승인 2014.11.18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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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병원에서 환자를 호출할 때 진료실 앞에 있는 전광판에 이름이 뜨고 기계음이 스피커로 나온다. 그러다보니 자기 이름을 못 들어 차례를 놓치기도 하고 잘못 듣고 순서가 아닌 다른 사람이 진료실에 들어오기도 한다.

기계음 : “손경미 님, 1번 진료실로 들어오세요.”(진료하다보면 환자의 얼굴은 기억할 수 있는데 진료내역은 오로지 차트에만 의존해야한다. 환자의 얼굴을 보기 전 컴퓨터화면을 먼저 살펴보게 되는데 이번 환자는 처음 진료 받으러 온 초진여성환자다.)

나 :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어요?”

그분 : “그동안 치료받아 왔잖아요?(이 의사가 무슨 얘기야, 척 보면 몰라?)”

나 : “소변보는 게 불편하세요? 아니면 소변이 새나요?”

그분 : “아랫배가 아파 약 먹었잖아요.(도대체 아는 게 없어.)”

나 : “예? 어디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으셨어요?(뭔가 이상한데?)”

그분 : “허~참, 한 달 약 먹고 다시 오라면서….(잘 생긴 의사가 짜증나게 왜 이래~)”

나 : “(어, 어떻게 된 거지?) 혹시 성함이?”

그분 : “나 송경애인데 왜요?”

나 : “아! 손경미 님을 호출했는데 잘못 듣고 들어 오셨네요.”

그분 : “내 이름을 50년 동안 들어왔는데 뭘 잘못 들어요? 분명히 송경애 불렀다고요.”

이왕 들어오신 김에 그냥 진료해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진료대기명단에서 이름을 찾아봤는데 대기명단에 없다. 알고 보니 이분은 옆방에서 진료보는 다른 교수의 환자다. 분명히 자신을 부른 게 맞다고 화내는 분을 달래 옆 진료실로 보내드렸다. 원래 순서였던 손경미 환자를 찾았더니 이분은 스마트폰게임을 하느라 정작 자신의 이름이 호출된 것도 모르고 있었다.

종합병원 응급실은 항상 다양한 병을 가진 많은 환자들로 복잡하다. 많은 응급환자를 제대로 처치하기 위해 응급실에는 응급의학전문의가 상주한다. 어느 날 갑자기 심한 복통으로 응급실에 온 환자가 있다. 접수할 때 배가 아프다고 얘기하니 응급전문의를 호출했고 환자에게 온 전문의가 묻는다.

전문의 : “지금 배가 어떤데요?”

환자 : “배 오른쪽이 무너질 것처럼 아파요.”

전문의 : “오른쪽, 경도와 위도, 아니 GPS 없어요?”

환자 : “예? 스마트폰은 있는데….”

전문의 : “그럼, 어떤 장기요?”

환자 : “잘 모르겠는데요. 오른쪽 아랫배가 아파 죽을 것 같아요.”

전문의 : “오른쪽에도 장기가 많아요. 복강내, 복강외, 후복막?”

환자 : “복…복…이 뭐죠?”

전문의 : “소장, 대장, 위장, 간장, 어딘지 정확하게 얘기하세요.”

환자 : “잘 몰라요. 오른쪽 배가 아프긴 한데….”

(보다 못한 응급실 접수원이 환자가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이고 오른쪽 아랫배에 통증이 있다고 말을 거든다.)

전문의 : “오른쪽 아랫배라고요. 어디? 결장, 회장, 충수돌기?”

환자 : “모르겠어요. 빨리 좀 살려주세요.”

실제상황은 아니고 당연히 병원 응급실에서는 이런 일이 절대로 벌어지지 않는다. 쓸데없는 질문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환자상태에 따라 즉각적인 조치와 검사가 이뤄지고 CT촬영 등을 통해 통증위치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만일 비슷한 일이 벌어지면 증례보고회 등을 통해 철저히 규명하고 두 번 다시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한다.

<헬스경향 심봉석 이대목동병원비뇨기과 교수 gatechenp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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