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빨간구두’ 그리고 전립선암
영화 ‘빨간구두’ 그리고 전립선암
  • 심봉석 이대목동병원비뇨기과 교수 (gatechenps@gmail.com)
  • 승인 2014.12.1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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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미남스타 톰 크루즈의 연기력이 돋보였던 영화 ‘바닐라 스카이’에서 그에 못지않은 매력을 선보였던 상대 여배우가 있다. 바로 페넬로페 크루즈(Penelope Cruz)다. 스페인 출신으로 맡은 역할마다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대단히 매력적인 여배우다.
 

심봉석 이대목동병원비뇨기과 교수

그녀의 배우인생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된 영화는 세르지오 카스텔리토 감독의 이탈리아 영화 ‘빨간 구두(Non ti muovere)’다. 남부 이탈리아가 배경인 이 영화에서 그녀는 이전의 아름답고 섹시한 이미지를 벗어나 매우 강렬한 모습을 보였다.

이 영화에서 남자주인공의 직업은 의사다. 페넬로페 크루즈와 함께 간 세미나에서 그의 정체(?)가 드러난다. “85년부터 87년까지 76명의 전립선암환자에서 림프절절제술과 함께 치골상부전립선절제술을 시행했습니다. 조직학적 연구에서 환자 42%가 전립선암의 글리슨수치가 평균 6이었고 병기는 T2, T3, N0 상태였습니다. 3년 후 무작위 추출환자의 94%에서 PSA가 0.04까지 떨어지고 재발소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일반관객들이야 “어려운 의학용어를 사용하는 세미나 발표장면이군” 하면서 그냥 넘어가겠지만 비뇨기과의사로서는 너무나 익숙한 내용이었다. 이 영화의 남자주인공이 발표한 주제는 ‘전립선암’이다. 전립선암은 서구에서 가장 흔한 암 중 하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서구형 식생활과 생활습관으로 인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전립선암에서 T1은 임상적 증거가 없었지만 전립선비대증수술 후 전립선암조직 소견을 보인 경우, T2는 전립선 안에 국한된 암, T3는 전립선 피막을 넘어 근접장기인 정낭이나 방광경부까지 파급된 경우, T4는 골반 내 다른 장기나 골반벽에 침윤된 경우다. N0은 임파선 전이가 없는 경우, N1은 임파선 전이가 있는 경우다. PSA는 전립선특이항원(Prostate Specific Antigen)의 약자로 전립선에서 분비되는 물질이다. 정상은 4ng/mL 이하로 전립선암 선별검사나 치료 후 추적관찰에 사용된다. 글리슨수치(Gleason score)란 암세포의 악성분화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나쁘다.

전립선암이 있는지에 대한 선별검사는 혈액검사인 PSA수치로 측정한다. 이 수치가 4ng/mL 이상이면 확진을 위해 조직검사를 하고 암세포가 확인되면 암의 단계를 결정하기 위한 CT, 뼈 동위원소검사 등을 시행한다. 치료는 병기에 따라 달라지는데 T1인 경우는 특별한 치료 없이 주기적인 추적검사만을 시행한다. 하지만 T2, T3의 경우에는 전립선을 완전히 제거하는 전립선절제술을 시행한다. 전립선 위치가 치골 뒤에 있기 때문에 수술 이름에 ‘치골상부’라는 용어가 붙고 T4는 방사선치료를 한다. 임파선이나 다른 장기에 전이된 경우에는 호르몬요법으로 치료한다.

이를 바탕으로 주인공의 발표내용을 쉽게 얘기하면 “악성도가 낮은 전립선암수술치료를 했고 3년 후 피검사를 했더니 환자의 94%는 재발되지 않았다”고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다. 전립선암은 수술 후 완치율이 90% 정도이며 전이가 있어도 천천히 진행된다. 전립선암은 남성에서 가장 흔한 암으로 원인은 안타깝게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전립선암은 조기발견하면 완치 가능한 암이다. 40대 이후 중년남성들은 간단한 피검사인 PSA검사를 매년 받으면 된다. 평소 예방을 위해서는 배뇨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상 물을 넉넉하게 마시고 규칙적인 배뇨·배변습관, 금연, 과음·과식과 기름 많은 음식을 피하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많이 섭취해야한다. 열심히 운동하고 일상생활에서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전립선암 예방에 토마토가 도움이 된다. 강력한 항산화작용으로 전립선암발생 억제효과가 있다. 그밖에 도움이 되는 음식으로는 콩 관련 제품과 호박씨, 마늘, 녹차 등이 있다.

<헬스경향 | 심봉석 이대목동병원비뇨기과 교수 gatechenp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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