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부위까지 확대된 외모지상주의
은밀한 부위까지 확대된 외모지상주의
  • 심봉석 이대목동병원비뇨기과 교수 (gatechenps@gmail.com)
  • 승인 2015.01.27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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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헬스클럽에서 운동 후 옷을 갈아입는데 대학생으로 보이는 몇 명이 옆에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너 요즘 몸이 꽤 좋아졌네. 클럽에 가면 여자애들에게 좀 먹히겠어.”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래서 더 열심히 운동했거든.”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학생 하나가 한마디 거든다.

“야, 넌 운동해서 몸 만드는 것보다 얼굴에 돈을 써라. 그 얼굴을 가지고는 암만해도 안 돼.”

친구 사이라지만 이건 좀 심하다 싶어 쳐다봤더니 그 학생 정말로 안 생겼다. 잘 알지도 못하는 처지에 웃을 수도 없고 억지로 웃음을 참으며 다른 학생들을 보는 순간 “빵~” 하고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그들 모두가 고만고만하게 생긴 것이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그림형제가 200년 전 쓴 동화 속에 등장하는 유명한 대사다. 답은 당연히 백설공주다. 단지 동화 속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누가 예쁜지’ 외모에 대한 관심은 지금도 여전하다.

외모지상주의(外貌至上主義;lookism)란 외모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현상을 말한다. 사실 외모는 오래 전부터 유교문화권은 물론 서양에서도 역사 이래 사람의 평가에 있어 중요한 요건이었다.

외모가 능력의 하나로 인정받기 때문에 얼굴을 고치고 몸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돈과 노력, 시간을 투자한다. 이러한 외모지상주의가 은밀한 부위로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바로 여성의 유방성형술과 남성의 음경성형술이다. 외형유지가 역할인 다른 신체부위와는 달리 유방과 음경은 아주 중요한 기능이 있는데도 외형에 더 치중하는 경향이다.

유방의 본래 기능은 수유로 젖이 잘 생성돼야 하지만 최근에는 모양과 탄력 위주로 여성의 성적매력을 표현하는 역할이 더 강조되고 있다. 실제 여성의 유방은 인위적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 가능한 부위다. 현대여성들은 탄력 있고 풍만한 가슴을 선호해 이러한 유방을 만들기 위해 각종 보정속옷과 의학의 힘을 빌리고자 한다.

유방성형술은 선천성 유방저발육증이나 출산·외상으로 인해 모양이 변형되거나 양쪽 유방의 크기가 많이 차이가 나는 경우 시행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크고 매력적인 가슴을 갖고 싶은 욕망에서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일본이나 서양에서 여성의 큰 유방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여성의 가슴이 작다고 수유를 못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너무 큰 가슴은 생활에 불편을 가져온다.

겉으로 나타나는 여성의 유방과는 달리 몸 밖에서는 모양이 드러나지도 않고 일부러 꺼내 남에게 보여줄 일이 없는 남성의 음경은 미용목적의 성형술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더구나 아무리 작아도 소변보는 데 문제가 없고 길이가 5cm 이상이면 정상적인 성생활도 가능하며 기능적으로도 여성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음경이 작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이 의외로 많다. 현재 왜소음경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발기 전 음경의 길이가 5cm 미만인 경우를 말하는데 이러한 왜소음경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왜소음경이라고 생각해 병원을 찾는 남성 대다수가 정상이다. 음경성형술은 1980년대에 처음 시술된 이래 최근에는 음경의 두께를 굵게 만들어주는 음경확대술, 음경의 길이를 늘려주는 길이연장술, 귀두확대술 등이 있다.

많은 남성들이 큰 음경을 정력의 상징이자 자존심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음경이 커진다고 여성들이 더 좋아하거나 실제로 성기능이 향상되지는 않는다. 간혹 좋아졌다고 느끼는 경우는 심리효과이고 오로지 자기만족일 뿐이다. 확대되거나 변형된 성기가 여성의 성적쾌감을 높이지도 못한다. 보거나 만지는 즐거움(?)은 있을 수 있지만 처음 한두 번 호기심 때문이다. 오히려 통증이나 과한 자극으로 여성에게 복통이나 배변감을 일으켜 성행위 중 집중력을 떨어뜨리게 만든다.

은밀한 부위까지 외모지상주의가 침투했지만 음경성형술은 어디까지나 각자의 선택이다. 왜소음경 콤플렉스가 심한 경우에는 성행위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자신감을 잃어버릴 수 있어 일정부분 필요하기도 하지만 성기능 향상이나 기교를 위해 시행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남녀 간의 소통을 위한 섹스에서 진정 중요한 것은 성행위 자체가 아니라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다.

<심봉석 | 이대목동병원비뇨기과 교수 gatechenp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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