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회항’ 통해 재조명된 견과류의 효능
‘땅콩회항’ 통해 재조명된 견과류의 효능
  • 심봉석 이대목동병원비뇨기과 교수 (gatechenps@gmail.com)
  • 승인 2015.02.2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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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회항사건에서 결정적인 한마디였던 “너 내려!”와 비슷한 “너 나가!”라는 소리를 의사들도 가끔 들었던 적이 있다. “너 내려!”는 땅콩이 발단이 된 항공기에서였지만 “너 나가!”는 주로 수술실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물론 지금은 수술방법 변화와 각종 도구 발전으로 잊혀진 소리가 됐다.
 

보통 외과에서 개복수술을 할 때는 피부, 피하조직, 근육을 차례대로 절개한다. 병변에 도달해 본격적인 수술을 위해서는 견인기라는 기역자로 구부러진 넓적한 기구로 피부와 근육을 당겨야 수술부위가 제대로 보인다. 주로 1년차 전공의들이 이 역할을 하는데 한손에 하나씩 두 개를 잡고는 힘껏 당겨야 해 의외로 힘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더구나 견인기를 당기는 위치에서는 수술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으니 전공의 입장에서는 갑갑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다.

거의 모든 1년차 전공의들은 항상 피곤하고 졸린 상태다. 수술 내내 긴장해야 하지만 깜빡 조는 수가 있다. 한창 수술하고 있을 때 시야가 흔들리면 집중하기 어려워져 집도의나 제1수술조수인 수석전공의는 민감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보통 한두 번은 수석전공의가 툭 건드리든지 말로 주의를 주지만 정말로 상태가 엉망이고 수술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으면 한마디 한다. “너 나가!”

‘땅콩회항’, 정확하게 ‘마카다미아(macadamia) 램프 리턴’사건은 법적으로 처리되면서 이제 마무리되는 것 같다. 억울하게 괜한 구설수를 타게 됐지만 견과류는 항공기 이륙 후 처음으로 제공되는 스낵이다. 일반석과 비즈니스석은 땅콩이나 아몬드, 일등석은 마카다미아 같은 견과류를 음료와 함께 제공한다. 밀폐된 항공기 내부에서 냄새나지 않고 먹기도 편해서이겠지만 견과류는 대단히 우수한 건강식품이다.

견과류란 딱딱한 껍질 속에 씨가 들어 있는 열매를 일컫는 말이다. 땅콩, 잣, 호두, 아몬드, 마카다미아 등이 있다. 영양소가 풍부해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강력한 항산화작용을 하는 비타민E를 포함해 지용성비타민을 많이 함유하고 있고 불포화지방산, 각종 무기질이 많아 심장과 혈관건강, 뇌기능, 피부건강에 좋은 효과가 있다.

비뇨기과 건강에 있어서도 견과류는 큰 도움이 된다.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성기능을 향상시키고 비타민E와 리놀렌산 등 불포화지방산은 성호르몬 생성을 증가시킨다.

비타민E와 아연, 마그네슘은 전립선건강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다. 특히 아몬드에 풍부한 트립토판은 행복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분비를 증가시켜준다. 또 항산화작용으로 전립선암예방효과가 뛰어난 라이코펜성분이 잘 흡수되도록 도와주는 식재료가 바로 견과류이기 때문에 토마토를 견과류와 함께 섭취하면 두 식품에 있는 영양소가 어우러져 쉽게 흡수된다.

이번에 땅콩으로 오해받았던 마카다미아는 땅에서 캐내는 일반땅콩과는 달리 높이가 2~18m까지 자라는 나무에서 생산된다. 원산지는 호주지만 최근 하와이에서 대규모로 재배돼 하와이특산물로 유명하다. 껍데기가 두껍고 단단해 까기 어렵지만 소금만 살짝 뿌려 날로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고소한 맛과 식감이 세계 최고라고 한다.

마카다미아에도 단백질과 식이섬유, 칼슘, 마그네슘, 칼륨과 불포화지방산, 오메가3, 비타민E 등이 풍부하다. 눈의 피로해소효과가 크고 치매와 골다공증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단 다른 견과류에 비해 칼로리가 높아 한꺼번에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건강에 대한 효과가 뛰어난 견과류를 겨우 몇 알 먹는다고 단번에 큰 효과를 보이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런 근거로 항공기용 스낵이 되지 않았을까 추정해본다.

또 스트레스와 급격한 흥분감을 가라앉혀주는 효과가 있어 그냥 미리 주는 것이 비행기 출발 이후 과격한 행동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 과거 전공의들에게 이런 견과류를 평소 미리 줬다면 졸지도 않고 또렷하게 수술에 집중할 수 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심봉석 이대목동병원비뇨기과 교수 gatechenp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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