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아무나 한다
사랑은 아무나 한다
  • 심봉석 이대목동병원비뇨기과 교수 (gatechenps@gmail.com)
  • 승인 2015.03.2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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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국회에서 ‘대통령의 연애’라는 발언이 논란이 됐다. 내용의 진위나 정치적 해석과는 상관없이 대통령의 연애에 대해서는 말하면 안 되는 건지 대통령은 연애를 하면 안 된다는 건지 알 수 없는 논쟁이 이어졌다. 만일 사랑에 대한 의학지식이나 이해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이런 해프닝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로 인해 대통령의 연애, 즉 ‘노년의 사랑’이 곡해되고 희화화되는 것 같아 안타깝기 짝이 없다.
 

외국에서는 대통령의 사랑이 종종 뉴스거리가 되곤 하는데 대부분은 비정상적인 스캔들이다. 사실 대통령이라고 해도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사랑은 삶의 한 부분이다. 그래서 종종 영화에서도 대통령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피아노 치는 대통령’은 2002년에 개봉한 국내영화로 대통령이 평범한 사랑을 하는 모습을 그렸다. 대통령이 딸의 학교선생님과 우연히 만나 사랑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현실성 없는 상황이었지만 독특한 소재를 활용한 유쾌하고 재미있는 영화였다.

대통령의 사랑에 대해 조금 더 적나라하게 표현한 ‘대통령의 연인’이라는 미국영화도 있다. 재선을 앞둔 미국대통령이 백악관으로 찾아온 환경전문 로비스트와의 첫 만남에서 사랑을 느끼고 연애를 시작한다는 얘기다. 환경, 선거에 관한 얘기도 나오지만 주로 대통령의 사랑이야기를 꽤 세밀하게 묘사했다.

대통령연애 발언해프닝 당시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 정말 노인은 사랑할 능력도 없고 해서는 안 되는 걸까? 실제 노년의 성을 얘기하기만 하면 ‘다 늙어서 섹스는 무슨, 창피하게’라고 고개를 설레설레 젓거나 부끄럽고 주책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노인에게는 성적 욕구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무시하는 등 노년기 성에 대한 사회문화적 편견이 심하다.

하지만 아무리 나이 들어도 남녀 모두 성에 대한 기본적 욕구가 있다. 세계보건기구에 의하면 성적 만족도란 육체적 만족은 물론 정신적·감성적·사회적 측면 모두가 포함되며 누구나 성적 행복을 추구할 기본권리가 있다. 밥 먹고 숨 쉬는 것이 남녀 어느 연령에서나 자연스러운 것처럼 중년이나 노년의 성 역시 당연히 영위해야 할 삶의 자연스러운 부분이라는 것이다.

물론 나이가 들면 성기능이 떨어지고 성적 능력의 개인차가 존재하지만 성에 대한 정서적 욕구는 남녀를 불문하고 변함없이 지속된다. 즉 젊은 시절에만 열정적인 사랑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 기능은 정도차이는 있지만 남녀 모두 80세 이후까지도 유지되며 성적 관심이나 호기심은 영원히 지속된다.

실제 노년층 상당수가 성생활을 활발하게 영위하고 있다. 성에 대한 태도 및 행동에 관한 글로벌조사결과에 따르면 40세 이상 80세 미만의 성인남녀 가운데 남성 80% 이상, 여성 60% 이상이 인생의 중요한 부분을 성생활이 차지한다고 응답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응답자의 약 90%가 성생활이 인생전반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대답해 조사대상 국가 중 가장 높았다.

노년이 되면 남성은 발기력과 강도가 약해진다. 여성은 질의 분비물이 줄고 탄력이 떨어지는데 이를 이해하고 남녀 모두 편안한 마음으로 성생활을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남성의 저하된 성적 능력에 대한 여성의 이해와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체적 노화로 인해 성생활을 할 수 없을 경우에는 의학적 방법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여성의 경우 호르몬보충요법으로, 남성의 경우도 호르몬보충요법이나 약물, 보조기구, 보형물 등을 이용해 해결할 수 있다.

젊은이들의 사랑만 밝고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노인들의 사랑도 존중받아야 한다. 성생활은 기본은 상호존중과 애정이며 부부가 함께 하는 것이다.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문제가 있으면 함께 극복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랑은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할 수 있다. 사랑은 아무나 하는 것이다.

<심봉석 이대목동병원비뇨기과 교수 gatechenp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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