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병보다 차가운 시선이 더 무섭다
마음의 병보다 차가운 시선이 더 무섭다
  • 황인태 기자 (ithwang@k-health.com)
  • 승인 2015.04.0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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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정신질환 사회적 편견 개선 시급
ㆍ자살률 높지만 우울증 진단 적어

경찰공무원을 준비 중인 김모 씨(28세)는 선발과정에서 3년간 정신질환치료병력 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아 심층면접을 받았다. 경찰청은 지난해부터 부적격자를 가려내기 위해 경찰공무원 선발 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정신질환 병력정보를 제공받고 있다.

정신질환을 바라보는 사회시선이 여전히 차갑다. 공황장애의 경우 유명연예인들의 고백으로 사회적 인식이 많이 개선됐지만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사회적 편견이 정신질환의 초기치료를 방해한다는 점에서 인식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신질환은 극소수만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2011년 복지부 정신질환역학조사에 따르면 국내 정신질환경험비율은 27.6%로 국민 4명 중 1명이 정신질환을 앓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알코올, 니코틴중독 등을 제외한 정신질환경험비율은 매년 증가추세다. 하지만 이들 중 정신건강 전문의와 상담한 경험은 15.3%에 불과했다. 상담을 꺼린 이유의 20%가 ‘치료사실을 다른 사람이 알까 걱정돼서’였다.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만든 결과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정신질환에 대한 대표적 편견으로 ‘위험하다, 치료할 수 없다, 열등하다’ 등 부정적 인식이 많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 같은 편견은 잘못됐다. 정신질환은 약물치료로 호전될 수 있으며 지능을 떨어뜨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우울증, 강박증, 불면증 등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질병이다.


△극심한 우울증, 자살로 이어지는 비극

정신질환 중 가장 흔히 접하는 질환이 우울증이다. 우울증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조기치료가 중요하다. 우울증치료율을 높여야 자살률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우울증을 앓고 있어도 사회적 불이익이 걱정돼 치료를 미루다가 결국 극단적 자살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다. 2012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29.1명이 자살했다. 수년째 1위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우울증문제 해결이 시급한 이유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편견이 사라져야 우울증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여전히 우울증진단비율은 선진국에 비해 낮다. 신경정신의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 7%만이 우울증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26%, 캐나다 21%로 대부분의 선진국은 20%를 상회한다. 우울증 대처도 미흡하다. 직장인 30%가 우울증이야기를 회피했고 29%는 어떻게 할지 모른다고 답했다. 우울증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에 비해 관리나 대처가 미흡한 것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김영훈 이사장은 “우선적으로 환자들이 마음 편히 우울증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져야만 초기 정신건강관리가 가능해지고 극단적 자살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점차 바뀌는 정신질환인식, 더 개선돼야

다행히 정신질환에 대한 국민인식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 2014년 대국민 정신질환태도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성인남녀 1000명 중 72.2%가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도 정상적 삶을 살 수 있다’고 답했다. 이는 2007년 62.7%보다 10% 늘어난 수치다. 또 ‘정신질환에 걸리면 문제가 있다’ ‘정신질환자는 위험한 편’이라는 물음에도 각각 41.5%, 65.6%로 답해 2007년보다 줄었다.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조금씩이나마 해소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신건강은 개인행복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적절한 관리가 중요하다. 신경정신의학회가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국민정신건강과 행복’에 조사한 결과 36%가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들 중 28%는 우울증이, 21%는 불안장애가 의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훈 이사장은 “우울증, 분노 조절장애, 스트레스 등이 행복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정신건강관리에 노력해야한다”며 “UN 제프리 삭스 교수는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경제발전은 물론 정신건강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고 말했다.

<헬스경향 황인태 기자 ithwang@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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