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병치료 신세계 열린다”
“유전병치료 신세계 열린다”
  • 최신혜 기자 (mystar0528@k-health.com)
  • 승인 2015.05.2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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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인터뷰] 김진수 서울대학교 화학부 교수
ㆍ잘못된 유전자만 쏙쏙 도려내 3세대 유전자가위 최초 발표

고장난 유전자를 도려내 질병을 고치는 ‘유전자가위’ 등장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유전병, 에이즈, 암 등 난치병치료는 물론 적용범위가 무한해 파급력을 예측할 수조차 없다. 3세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최초로 연구·발표한 서울대학교 화학부 김진수 교수(유전체교정연구단장)를 만나 그 원리와 발전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20여년간 유전자가위만을 꾸준히 연구해온 이 분야 권위자다.

 

 

 

 


김 교수는 “쉽게 말해 유전자가위는 DNA를 자르는 효소”라며 “잘라내고 싶은 DNA에 RNA(DNA의 유전정보를 복사해 필요한 곳에 전달하는 유전물질)을 제작, 결합하면 이 RNA에 붙어있는 효소 Cas9이 결합부위를 잘라내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유전자의 잘못된 부분, 질병이 생긴 부분을 잘라 없애거나 정상유전자로 교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3세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가장 큰 장점은 1·2세대보다 만들기 쉽고 훨씬 정교해졌다는 점”이라며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비용 또한 저렴해졌다”고 말했다.

유전자가위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은 치명적 질환인 에이즈, 암, 유전병을 완전히 고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질병치료뿐 아니라 주름제거, 모공세포를 만들어 머리를 나게 하는 등 적용범위가 무한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식물에도 적용가능하다. 김 교수는 “기존에는 새 육종을 개발할 때 방사능을 쪼여 DNA를 자르고 고쳤지만 유전자가위는 정해진 유전자만 자르기 때문에 훨씬 빠르고 정교하며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GMO와 달리 외부유전자를 사용하지 않아 더욱 안전하며 무작위로 유전자변이를 일으킬 일도 없다.

그는 “유전자가위가 널리 쓰이게 되면 바야흐로 ‘식탁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며 “적용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유전자가위를 가축에 적용하면 돼지에서 사람장기를 만들 수도 있으며 구제역에서 해방될 수 있다. 또 우유의 베타락토글로빈 단백질을 잘라내 유아의 알레르기반응을 예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유전자가위의 생식세포, 인간배아적용에 대해 극심한 우려를 표한다. 지능·성격·외모를 개조한 ‘맞춤형 인간’이 생산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며 이것이 대물림된다는 사실은 더욱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인간배아적용에 대한 우려는 지나치게 과장돼있다”며 “우려되는 부분은 법적으로 철저히 규제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혁신적인 기술은 언제쯤 현실에 도입될까. 현재까지는 1세대 유전자가위만이 임상에 도입됐지만 유전체교정기술 전문기업 툴젠이 3세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에이즈치료제에 적용하기 위해 열중하고 있다고. 7~8년 정도면 존재를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김 교수는 “앞으로도 평생 유전자가위를 연구할 것”이라며 “이 기술이 널리 적용되면 그야말로 ‘혁신’이 시작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어 “꾸준한 관심과 적극적 협조를 바란다”고 밝혔다.

<헬스경향 최신혜 기자 mystar0528@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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