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 쉴 수 없는 직장환경에 더 우울해진다
‘우울증’ 환자 쉴 수 없는 직장환경에 더 우울해진다
  • 신민우 기자 (smw@k-health.com)
  • 승인 2016.05.0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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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울증 진단을 받은 A씨는 직장 내에서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도통 일이 잡히지 않아 병가를 내고 잠시나마 쉬고 싶지만 보수적인 조직분위기로 인해 우울증이라는 단어를 쉽게 입 밖으로 내기 어려운 것. 업무성과가 갈수록 떨어진 나머지 질책과 자책이 반복되면서 A씨는 질환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에 빠졌다.

우울증진단을 받은 직장인 10명 중 7명이 마음의 상처를 가다듬을 휴식기 없이 업무를 그대로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가를 내더라도 보통 10일 정도로 짧게 쉬었다가 업무에 복귀하는 것으로 조사돼 우울증 등 정신건강문제에 대한 직장 내 편견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 해운대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영훈 교수 공동 연구팀은 최근 1년 사이 직장에 다닌 18~64세 직장인 1000명을 설문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2일 이 같이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직장인 1000명 중 7.4%(74명)가 우울증을 진단받았다. 2011년 정신건강실태조사에서 나타난 우리나라 우울증평생유병률과 같은 수치다. 우울증진단 후 병가를 신청한 직장인은 31%(23명)에 불과했고 병가기간도 9.8일에 그쳤다.

같은 방법으로 조사했을 때 51%가 병가를 신청, 평균병가일수가 35.9일에 달했던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7개국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병가를 낼 때도 다른 이유를 대거나 숨기는 경우가 많았고 답변자 23명 중 34%(8명)만 휴가신청 사유에 우울증이라고 적는다고 답했다.

적지 않는 데 대해서는 ‘우울증인 것을 알면 직장생활이 어려울 것 같다’(75%), ‘말을 하더라도 나를 이해해줄 것 같지 않아서’(63%)가 대부분이었다. ‘개인적인 이유라서 비밀로 하고 싶어서’라는 답변도 75%에 달했다.

이에 대해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주변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에서 우울증 대하는 직장 내 분위기나 여건이 얼마나 경직되어 있는지 간접적이나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도 직장 동료 중 하나가 우울증이 있다고 인지했을 때 어떻게 행동했는지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 212명 가운데 ‘우울증에 대한 대화를 회피하겠다’는 답이 30.2%(65명)으로 가장 많았다. ‘도움을 제안하겠다’는 답이 28.8%로 그 뒤를 이었지만 ‘어떻게 할 줄 모르겠다’ 역시 28.8%로 같은 비율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가 단순히 개인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차원을 넘어서는 만큼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운대백병원 김영훈 교수는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직장인의 경우 의욕 저하, 집중력 저하, 피로감 등으로 인해 단순한 업무 처리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생산성이 떨어지고 직장 내 분위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중요한 의사 결정 과정에서 머뭇거리거나 실수할 가능성도 커져 결과적으로는 회사는 물론 나아가 국가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이번 연구결과 우울증을 진단을 받고도 계속 일을 하는 직장인 중 상당수가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만큼 심각한 인지기능의 장애를 보였다. 57.4%가 집중력의 저하를 보였고, 27.8%는 계획성 있게 업무를 추진하지 못했다. 25.9%는 의사결정능력에 장애를 보였고, 13%는 건망증 증상을 보였다.

삼성서울병원 홍진표 교수는 “무엇보다 우울증으로 진단받고 직무수행이 힘들면 눈치 보지 않고 병가를 내거나 결근을 할 수 있는 직장 내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회사에서는 우울증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이 우울증 치료와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더 크다는 점을 인식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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