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오랜만에 모이는 자리이니 만큼 명절에는 다함께 술잔을 기울이곤 한다. 특히 어른들이 아직 미성년자인 청소년들에게 ‘음복’이라며 술을 권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자녀에게 잘못된 음주습관을 심어줄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10명 중 3명(27.6%)이 가족·친척의 권유로 음주를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 술을 마신 날 역시 집안모임이나 행사가 30.3%로 가장 많았다.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허성태 원장은 “예부터 ‘술은 어른에게 배워야 한다’며 주도를 가르치던 풍습은 사라지고 오로지 음주에만 치중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술에 대한 어른들의 잘못된 인식과 태도는 자녀에게 대물림돼 알코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녀는 부모가 술을 마시는 모습을 통해 ‘기쁘거나 괴로울 때에는 술을 마셔야 한다’ ‘음주를 하면 즐거울 것이다’ ‘음주를 하면 스트레스가 풀릴 것이다’ 등 음주효과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된다. 이는 술을 마시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술에 더 쉽게 접근하게 되고 잘못된 음주습관을 갖게 될 위험도 커진다.
허 원장은 “부모의 음주는 자녀의 음주에 대한 태도나 음주행동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된 바 있다”며 “어릴 적부터 술을 자주 접하며 자란 아이들은 늘 술이 있는 상황에 익숙하고 괴롭거나 힘든 상황일 때 음주로 해소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술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과 태도를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청소년 문제성 음주자를 선별해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부모가 음주문제를 지닌 경우가 74%에 달했다. 또 부모들은 대체로 술에 대해 허용적인 태도를 갖고 있었으며 관리감독과 관심도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가장 큰 문제는 부모가 음주습관을 고치고 자녀들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아주지 않으면 성인이 돼 알코올의존증에 빠질 확률이 높다는 데 있다.
허성태 원장은 “어릴 적부터 과음과 폭음을 하는 부모를 보고 자란 자녀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알코올의존증에 빠질 확률이 훨씬 높다”며 “실제 다사랑중앙병원에 입원한 알코올의존증 환자 중 50%가 부모에게서 알코올 문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이어 허 원장은 “부모의 음주행위가 자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자녀에게 잘못된 음주습관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면 올 명절부터는 자녀에게 술을 권하거나 과도한 음주는 삼가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