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건강관리]배우 이순재 “좋아하는 일 하다보니 스트레스도 없더군요”
[명사의 건강관리]배우 이순재 “좋아하는 일 하다보니 스트레스도 없더군요”
  • 조창연 의약전문기자, 류지연 기자
  • 승인 2013.04.23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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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건강관리’ 이번호 주인공은 배우이자 연출가인 김명곤 교수가 추천하신 배우 이순재 선생입니다. 현재 가천대학교 연기예술학과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 배우 이순재 선생은 국민배우로 불릴 만큼 대중에 친숙하고 널리 알려진 분입니다. 지난 2009년에는 배우로서는 사상 처음 한국방송인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기도 했습니다. 서울대 동문이기도 한 두 분은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아버지’라는 연극에서 연출자와 배우로 함께 공연하고 있습니다. 이순재 선생께서 추천해주신 다음호의 주인공은 길병원으로 유명한 가천대학교 이길여 총장입니다. <편집자 주>

영원한 현역배우 이순재 씨는 1935년생이다. 우리 나이로 올해 79세. 강남 SG연기아카데미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팔순에 가까운 나이라고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을 만큼 강건했다. 여전히 윤기 있는 피부와 꼿꼿한 태도, 정확하고 힘찬 발성, 영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기억력은 이제 갓 60대에 접어든 것이 아닌가 할 정도였다.

이미 낯이 익어 잘 아는 분처럼 친숙한 그가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도대체 어찌 그리 건강하신 건가요?” 정말 궁금했다. 이 코너 인터뷰를 진행할 때는 보통 이런저런 얘기 끝에 건강관리비결을 묻는데 그를 만나는 순간 이 질문부터 나왔다.


“글쎄, 그다지 특별한 비법이 있거나 딱히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그리 봐주니 고맙네요.(웃음) 사실 배우라는 직업, 내 일 자체가 매우 불규칙합니다. 정기적으로 헬스클럽에 나가거나 주말에 등산하기도 어렵죠. 굳이 건강비결을 꼽자면 금주와 금연이 아닌가 싶어요. 집안내력도 있지만 술은 젊어서부터 별로 즐기지 않았고 담배는 82년에 끊었어요. 당시 ‘풍운’이라는 대하드라마에서 대원군 역을 했는데 대사가 길다보니 자꾸 목에서 가래가 끓어 ‘이 참에 건강도 생각하고 내 존재감도 한 번 보여줄 겸 끊자’ 했죠.”

내심 기대했던 답은 아니었다. 단순히 금주와 금연만이 비결은 아닌듯하던 차에 쉬지 않고 일하다보니 잡념을 가질 시간이 없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어 그는 육체적으로는 좀 힘들고 시간에 쫓기더라도 내가 좋아서 선택한 일이다보니 다른 직업과는 달리 정신적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고 했다.

아마도 진짜 비결은 이것이 아닐까.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라고 했다. 스트레스를 덜 받으니 자연히 정신이 건강하고 건강한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니 이로 인해 육체적인 건강도 덤으로 따라오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가 지금도 여전히 대본을 외우는 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말을 들은 터라 이에 대해 물었다. ‘암기도 습관’이라고 했다. 젊어서부터 끝없이 대본을 외우고 그 상황에 적응해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몸에 익혀졌다는 것이다. 사실 암기는 얼마나 집중하느냐에 달렸다. 이러한 집중력이 그에게 있어 건강의 또 다른 한 축이 아닌가 싶었다.

그는 특히 금주를 강조했다. “과거 술 좋아하던 동료들이 많이 이 세상을 떠났어요. 젊어 연극하며 가난하게 살면서 일마치고 나오면 세상이 서럽고 자기 처지가 서러워 깡소주를 마시면서 많이 울기도 했죠. 동료들이 일찍 세상을 뜬 데는 그런 탓도 컸을 거예요. 이제 비로소 먹고 살만하니 다들 저 세상으로 간 겁니다. 얼마나 억울해요?”

그는 다음달 3일부터 마포아트센터에서 원작 ‘세일즈맨의 죽음’을 우리 식으로 재해석한 ‘아버지’ 공연을 시작한다. 19일까지 20회가 예정돼 있으며 10번은 그가, 10번은 배우 전무송 씨가 주연을 맡는다. 그가 보여주는 우리 시대의 아버지상은 어떤 것일까 기대하며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모습을 오래오래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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