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여름철 야식으로 과일 많이 먹으면 ‘탈’ 난다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여름철 야식으로 과일 많이 먹으면 ‘탈’ 난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8.06.19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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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밤이 길어지면서 야식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대부분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찾지만 건강 때문에 과일을 먹는 이도 있다. 하지만 과일은 주의해야할 야식 중 하나다. 건강식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다들 갸우뚱하겠지만 주의해야할 이유로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로 일단 당도가 높다. 빈속에 당분이 많은 과일을 먹으면 혈당이 일시적으로 상승해 인슐린이 지나치게 분비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혈당이 떨어지면서 다시 배고픔을 느끼게 되고 더 많은 당분을 찾는 악순환이 나타난다. 특히 중년에게 지나친 과당은 피하지방으로 축적돼 복부비만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반복적으로 지나치게 당분을 섭취하면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져 다양한 대사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비만,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당도가 높은 과일을 더욱 주의해야한다. 당도가 높은 과일로 바나나, 포도, 멜론, 수박, 참외, 감귤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들은 GI지수(혈당지수)가 높다.

두 번째로 여름과일을 빈속에 먹으면 속쓰림이 나타날 수 있다. 대부분 과일은 산(酸)을 갖고 있어 약간의 신맛이 난다. 과일에 포함된 신맛은 레몬산 등 유기산의 작용으로 갈증을 줄이고 피로를 회복한다. 신맛이 강한 과일들은 상대적으로 당도가 낮아 혈당을 높이지는 않지만 산도가 높아 위장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따라서 pH가 낮은 레몬(pH 2~2.5), 자두(2.8~3.0), 딸기(3.0~3.9), 블루베리(3.1~3.4), 오렌지(pH 3~4), 포도(3.5~4.5), 사과(3.3~3.9), 복숭아(3.4~4.1), 살구(3.3~4.8), 토마토(4.3~4.9) 등을 빈속에 먹으면 속쓰림이 생긴다. 특히 토마토는 갈아서 주스(4.1~4.6)로 마시거나 케첩(3.9), 통조림(3.5)으로 만들면 산도가 높아진다. 이들은 소화성궤양을 앓고 있는 경우 특히 주의해야한다.

당뇨병을 앓는 사람이 과일을 먹고 싶다면 혈당상승을 막기 위해 식후보다는 빈속이 나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토마토의 경우 당도가 낮아 혈당걱정은 덜어도 되지만 속쓰림을 유발할 수 있어서 식후에 먹는 것이 좋다. 또 칼륨함량이 높기 때문에 소량의 소금을 찍어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떫은맛이 나는 과일도 속을 쓰리게 할 수 있다. 떫은맛은 ‘탄닌’ 때문인데 이것의 구성성분 중에는 탄닌산이 포함돼 있어 떫으면서도 신맛이 난다. 덜 익은 과일, 감, 녹차, 블랙커피, 적포도주에는 탄닌이 많기 때문에 먹고 나면 속이 쓰리게 된다.

세 번째로 여름 제철과일은 대부분 기운이 서늘해 배탈을 유발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수박, 참외, 토마토 등은 기운이 서늘해 과거 여름철 더위병을 치료하는 용도로 많이 쓰였다. 요즘에는 냉장고에서 꺼내 차가운 상태로 먹기 때문에 쉽게 배탈이 난다. 따라서 속이 냉한 체질이라면 여름과일을 먹고 선풍기나 에어컨을 틀어놓고 자면 배앓이를 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먹고 자는 것과 같다.

여름 제철과일의 성질이 서늘한 이유는 바로 생태학적인 이유가 있다. 외부환경이 덥기 때문에 자신의 기운을 차갑게 유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 여름 제철과일과 열대과일들은 성질이 서늘하다. 특정 식품의 기운이 서늘하다는 것은 교감신경계를 억제해 진정작용, 하기작용과 함께 체온을 낮춰준다고 볼 수 있다.

예전에는 과일은 어쩌다 발견해서 먹을 수 있었던 귀한 자연의 선물이자 아껴 먹던 식량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쉽게 구할 수 있어 먹고 싶으면 언제든 먹을 수 있다. 야식으로 먹는 여름과일은 적당히 먹으면 무더위를 식히는 약이지만 지나치게 먹으면 병을 키우는 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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