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환자…수익 아닌 보람으로 다가와
외국인 환자…수익 아닌 보람으로 다가와
  • 박종훈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 승인 2013.06.2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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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외국인 환자를 만나는 것이 낮 설지 않은 일이 됐다. 복도, 엘리베이터에서 몽골어나 러시아어를 듣는 것도 다반사이다.

외국인 환자진료에 대한 국민 정서적 반발과 일부의 우려도 있었지만 진료수익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병원들에게 있어 외국인 환자진료는 수익창출과 함께 의료인력 일자리 만들기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박종훈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하지만 필자가 외국인 환자를 진료하면서 병원의 수익창출이라는 가시적 성과만이 아닌 그 이상의 감동을 얻을 수 있었다.

처음 국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외국인 환자들은 소위‘돈’좀 있는 부유층에 국한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점점 서민층 외국인 환자로 대상이 확대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예를 들어 몽골의 경우 최근에는 부유층이 아닌 일반 서민환자들의 내원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가족이 모두 따라온다는 것. 대부분 중증질환자들이라 오랜 기간 입원을 하는데 가족들이 비좁은 보호자용 침대에서 지극 정성으로 환자를 돌보며 의료진에게 진심어린 태도로 감사해하는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짠’할 수밖에 없다.

기억에 남는 환자들도 많다. 척추에 종양이 생겨 필자에게 치료를 받은 몽골 소년은 종양을 제거한 후 회진 때마다 함박웃음을 필자에게 선사했다. 또 허벅지에 어른 머리만한 종양이 자란 몽골 환자는 종양제거 수술을 받은 후 수술경과에 만족해했다. 그는 몽골현지에서 다리를 절단할 것을 권유받았다고 한다.

이들에게 있어 대한민국은 건강을 되찾게 한 나라로 인식될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기계적으로 돌아가는 진료현장에서 일하면서 의사로의 책무와 보람을 느끼지 못했는데 병원 수익발생을 위해 시작한 외국인 환자에게서 의사라는 직업의 참 의미를 느끼고 있다. 재미있는 것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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