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투쟁만이 살길?
의사협회, 투쟁만이 살길?
  • 박종훈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 승인 2013.07.02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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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가 제 62차 상임이사회를 통해 투쟁준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의결했다고 한다. 불합리하고 잘못된 의료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교수, 개원의, 전공의 등 모든 직역을 총 망라한 전 회원이 참여하는 투쟁체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당장 투쟁은 아니고 준비기간을 거쳐서 하겠다고 하니 사실 아직은 뭐가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의사협회는 늘 투쟁 중이라고 말을 해 왔던 것 같다. 불합리하고 잘못된 의료 제도를 개선하기 위함이라고 하니 합리적이고 올바른 의료제도가 만들어 지기 까지는 계속해서 투쟁을 해야 한다는 말인데 그런 날이 올까. 그러니 계속 투쟁 중인 것이다.

왜 이럴까. 아마도 의사협회장이 되기 위해 회원들의 지지를 얻으려다 보니 자연스레 강성의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에서부터 비롯된 것 같다. 의료계가 어려운 것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지난 수십 년 간 지속된 일이라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회장 되려고 나선 사람들이 하나같이 해결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바로 투쟁이다.
박종훈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그래서 회원들은 피곤하기만 하다. 믿고 따르다 보면 자기만 손해인 경우가 많다보니 집행부의 투쟁주장에 사실 심드렁하다. 그저 화풀이 한번 한 정도의 결과만 얻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금까지 투쟁해서 얻은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면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강력한 투쟁을 내 걸고 탄생한 현 의사협회 집행부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이번의 투쟁체 구성에는 교수들이 제일 앞에 나와 있다. 그냥 회장이 그렇게 말하면 그렇게 다들 믿고 따라야 하는지, 투쟁체 구성에 대해 교수들과 사전에 충분한 교감이 있기는 있었는지 묻고 싶다.

교수 사회에서 투쟁시기와 관련 공론화된 논의가 일체 없는데 교수가 제일 앞에 나온 투쟁체 구성이라니 어리둥절할 뿐이다. 전공의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보장 받은 것인지도 묻고 싶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답을 한다면 어불성설이다. 의사협회가 그렇게 가볍게 움직여서야 되겠는가. 투쟁 만능주의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과연 투쟁이라는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잘 살펴보아야 하고 또 전략적으로 유효한 것인지도 살피기 바란다.

세상 분위기에 맞지도 않고 실제 득이 되지도 않고 집행부가 끝까지 밀어붙일 자신도 없으면서 그저 회원 면피용으로 하는 것은 아니길 바란다. 왜냐하면 회원들은 진정으로 와 닿지 않는 투쟁에는 적극 동참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회원들이 현재 상황에 불만이 많고 투쟁이라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을 한다 해도 실제로 그것이 적극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회원들이 원해서 투쟁을 했는데 회원들이 따라주지 않는다고 회원을 탓하는 일도 있어서는 안 된다.

이번에 구성한다고 하는 의사협회의 투쟁체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목표로 하는 것인지, 그러기 위해 사전준비는 어느 정도가 이루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투쟁에 경도된 분위기가 왠지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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