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이 알코올중독? 임신하고 마신 술이 대물림!
초등생이 알코올중독? 임신하고 마신 술이 대물림!
  • 김치중 기자
  • 승인 2013.07.17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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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쓸쓸히 창가에 앉아 꺼져가는 불빛을 바라보면은 어데선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려… 취한 눈 크게 뜨고 바라보면은 반쯤 찬 술잔 위에 어리는 얼굴(중략)’ 70년대를 풍미한 가수 이장희의 ‘한잔의 추억’ 가사다. 이렇게 늦은 밤 보고 싶은 사람을 그리워하며 술 한 잔 기울이는 것은 낭만이지만 이것이 도를 넘는 순간 바로 알코올중독이다.
 

현재 국내 알코올중독자는 대략 155만명에 이른다. 또 2010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한국의 알코올중독률(18세이상 성인 중 알코올 의존 남용자비율)은 6.76%로 3.6%인 세계평균의 1.8배에 달한다.


더 큰 문제는 성인남성들만의 문제로 여겨졌던 알코올중독이 점차 여성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 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월간음주율은 2005년 36.9%였지만 2011년에는 44.2%로 증가했다. 1회 평균 7잔 이상(여성 5잔), 주 2회 이상 음주하는 고위험음주율에서도 2005년 4.6%에 불과했던 여성음주자가 6.3%로 늘었다.
 

▲ 성인 6.76% 알코올의존증
세계평균 1.8배 달해
임신부·청소년… 확대 더 문제




▲선진국선 유명인 광고도 제한
스포츠행사 스폰서 금지국도
공공장소 절반서 주류 판매
범죄도 실수로…한국과 천지차


가장 많이 증가한 여성 연령층은 30대. 2005년 4%였던 30대 여성의 고위험음주율이 2011년에는 8.8%로 2배 이상 증가했다. 19세에서 29세까지 여성의 고위험음주율도 2011년 9.4%를 기록했다. 전체 평균을 보면 우리나라 19세에서 39세까지 여성의 56.4%는 한 달에 1회 이상 술을 마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 음주자가 증가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것이 태아알코올증후군. 3일 가톨릭대학교 의과학연구원에서 열린 중독포럼 창립 1주년 컨퍼런스에서 강남을지병원 방수영 교수는 ‘여성음주와 태아알코올증후군’을 주제로 한 지정토론을 통해 우리나라 초등학생 1000명 중 5.1명이 태아알코올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태아알코올증후군은 임신부가 섭취한 알코올이 분해되지 않고 태아에게 직접 전해지면서 생기는 일종의 기형으로 전문가들은 알코올이 태아의 뇌를 포함한 신경계 발달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능저하 뿐 아니라 특정 안면기형, 키·몸무게 등 발달지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여성은 물론 청소년들까지 알코올의 유혹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외국처럼 알코올예방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미국에서는 27세 이하로 보이는 사람에 대해 판매자가 신분증을 제시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의무화돼 있다.


또 일본에서는 미성년자의 음주를 방치한 부모와 보호자에게 벌금을 부과하고 있고 아일랜드에서는 주류제공책임이 있는 성인은 물론 술 마시는 청소년에게도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광고규제도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거나 청소년에게 매력 있게 보이는 광고를 규제하고 있고 이탈리아에서는 연예인의 주류광고 출연을 금지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2010년 이후 연예인의 주류광고 출연을 금지시킬 뿐 아니라 주류광고 모델들이 운동복이나 수영복을 착용해도 안 된다. 주가를 올리고 있는 연예인 대다수가 주류광고모델로 등장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마케팅에 제한을 두는 나라도 있다. 프랑스는 주류광고 금지와 함께 주류회사의 스포츠행사 스폰서도 제한하고 있다. 이와 달리 국내 주류업체들은 연간 지상파TV, 라디오, DMB, 신문, 잡지 등에 약 1000억원 이상의 광고를 진행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112개국에서 교육시설, 공공시설, 대중교통이용시설, 경기장, 공원, 길거리 등 공공장소에서 음주행위를 규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암울하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판매시간과 장소에 대한 규제가 없어 무분별한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 여기에 만취자와 주취자에 대한 주류제공을 통제할 법도 전무하다. 게다가 문제를 일으킨 주취자에 대한 처벌규정과 수준이 미비하고 공공장소 음주금지 등 최소한의 사회안전을 위해 발의된 음주관련 개정 법률안들은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것도 문제다.


공공장소 2곳 중 1곳에서 버젓이 주류를 판매하고 가임여성의 절반이 술을 마시는 나라. 술 마시고 난동을 피워도 ‘술 마시면 실수할 수 있다’며 관용을 베푸는 나라. 여기에 에너지음료에 술을 타먹는 젊은이들까지…. 대한민국은 지금 술독에 빠져 골병이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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