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천사’ 인체조직 기증을 아시나요
‘사후 천사’ 인체조직 기증을 아시나요
  • 김치중 기자
  • 승인 2013.08.21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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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견·홍보부족 활성화 안돼
◆ 국민 10명중 7명꼴 “모른다”
◆ 이식재 수입 무려 74% 달해


# 건설회사 중장비 운전기사로 한 집안의 가장이었던 김대준(41) 씨. 한 살배기 민호, 꿈 많은 18세 소녀 아연 양…. 이들은 생면부지의 사후기증자가 남긴 피부와 뼈를 이식받아 삶의 고비를 넘겼다. 김 씨는 작업현장에서 담뱃불을 붙이다가 기름이 묻은 작업복에 불이 붙어 전신화상을 입었고 민호는 물이 끓는 전기포트에 손을 댔다가 오른팔 전체에 화상을 입었다. 성장통인 줄로만 알았다가 뒤늦게 골육종(뼈암) 진단을 받은 아연 양. 모두 사후기증자가 남긴 피부와 뼈를 이식받지 못했다면 삶을 이어갈 수 없었다.



△ 인체조직기증…사회적 편견· 홍보부족으로 활성화 안 돼

인간으로 태어나 삶의 마지막에 질병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육신을 제공하는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행위인 ‘인체조직기증’. 1명의 기증으로 100명을 살릴 수 있는 인체조직기증은 말 그대로 뼈, 피부, 근막, 연골, 양막, 인대·건, 혈관 등의 인체구성물을 기증하는 것으로 사후에만 가능하다.

인체조직기증은 현재 법적으로 헌혈·장기기증·조혈모세포기증 등과 함께 ‘인체유래물’에 해당되는 생명나눔으로 규정돼 있다. 인체조직기증이 가능한 연령은 만14~85세 환자로 사망 후 15시간 내 의사에게 기증의사를 밝힐 경우 절차가 진행된다.

국내에는 서울대·서울아산병원 등 종합병원 57곳과 (재)한국인체조직기증재단 산하 서울성모·강동경희대·분당차병원·양산부산대병원 등 비영리법인 4곳 등 총 61개 조직은행이 있지만 인체조직기증과 관련된 모든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곳은 인체조직기증재단 산하 비영리조직은행들이다.

△ 국민 10명 중 7명, 인체조직기증 인식 못해

신속하고 안전하게 진행되는 인체조직기증이 왜 활성화되지 않고 있을까.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의 인식부재다.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가 지난해 12월 리서치 전문 마크로밀엠브레인과 공동으로 ‘인체조직기증 국민인식도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10명 중 7명(31.7%)은 인체조직기증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했다. 이에 반해 응답자 99%는 헌혈과 장기기증에 대해 알고 있었고 조혈모세포(골수)기증에 대해서도 91%가 인지하고 있었다.

인체조직기증에 대한 편견과 우려도 만만치 않았다. 응답자 중 인체조직기증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한 이들은 ‘신뢰할 수 없다’ ‘시신훼손이 염려 된다’ ‘가족이 반대할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체를 훼손하면 안 된다는 유교사상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지만 관련 정보와 홍보가 부족해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장기이식희망자는 113만3968명에 달했지만 인체조직기증희망자는 12만5196명에 불과했다.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 공헌사업팀 서윤경 팀장은 “접수부터 다시 유가족에게 시신이 인도되기까지 모든 절차가 12시간 내에 마무리된다”며 “망자의 고귀한 뜻을 기리기 위해 안전하고 신속하게 기증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안심해도 괜찮다”고 설명했다.

△ 국내 기증 저조…이식재 74% 수입산 의존

국내 인체조직기증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탓에 이식에 필요한 인체조직은 수입산이 절대우위를 점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인체조직 생산 및 수입현황’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인체조직 국내생산(기증)은 6만4401건으로 전체 시장의 24%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수입산은 20만7306건으로 전체의 74%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급속한 고령화와 각종 사고로 인한 장애는 물론 성형수술·음경확대술에도 인체조직이 쓰이기 때문에 국내 이식수요는 날로 급증하고 있다”며 “하지만 저조한 기증으로 인해 수입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출처가 불분명한 인체조직은 이식 후 간염이나 에이즈바이러스 등의 감염을 일으킬 수 있어 공포일 수밖에 없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2002년 이후 1352건의 감염사례가 파악됐고 이중 40명이 사망했다.

보건당국이 엄격하게 수입산 인체조직을 관리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수요의 74%를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기에 ‘좌불안석(坐不安席)’인 셈이다. 인체조직, 장기 등 인체유래물을 자국 내에서 자급자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의 눈은 해질 때의 노을과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얼굴, 여인의 눈동자 안에 감춰진 사랑을 한 번도 본 일이 없는 사람에게, 나의 뼈와 근육섬유, 신경은 다리를 저는 아이에게 줘 그 아이가 걷을 수 있도록 해달라.’

로버트 N. 테스트(Robert N. test)의 ‘나는 영원히 살 것입니다’ 의 한 구절이다. 한 명의 고귀한 기증으로 100명이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인체조직기증. 하지만 실제 국내 인체조직기증자는 234명(2011년 기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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