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왜 반려견에게 사람 음식을 주면 안 될까?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왜 반려견에게 사람 음식을 주면 안 될까?
  • 김동인 부산동물병원 다솜동물메디컬센터 내과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02.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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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인 부산동물병원 다솜동물메디컬센터 내과원장
김동인 부산동물병원 다솜동물메디컬센터 내과원장

‘오늘 점심은 뭐 먹지?’

평생 가장 많이 하게 되는 고민이다. 사람은 평생 수많은 맛있는 음식을 맛본다. 어떤 사람에게는 식도락이 삶의 가장 큰 기쁨이기도 하다.

하지만 반대로 맛있는 음식은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음식이 수많은 질병을 가져올 수 있다는 건 우리도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큰 병을 얻고 난 뒤에야 건강한 음식을 찾는다.

건강을 유지하려면 균형 잡힌 음식을 먹어야 한다. 이는 사람뿐 아니라 우리의 반려동물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강아지에게 우리가 자주 먹는 치킨, 피자 등의 정크푸드나 삼겹살 등을 맛보여주고 싶겠지만 한 번 그 천상의 맛을 본 뒤로부터는 애절한 눈빛을 피하기 어렵다. 게다가 이 음식들로 인해 피부 알레르기, 소화불량, 비만, 췌장염 등의 결과를 덤으로 얻을 수도 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반려견도 좋은 영양분이 필요하다. 개 역시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등을 섭취해 에너지를 얻고 그 안에 있는 필수 아미노산, 필수 지방산, 비타민, 미네랄 등을 이용한다. 섬유질은 소화를 도와주고 변의 형태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물 역시 비뇨기뿐 아니라 내부 장기의 기능 유지에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사람 장 내 유익균에 대한 활발한 연구를 통해 면역계, 비만과의 연관성 등이 밝혀지고 있다. 이는 개에게도 똑같이 적용돼 균형 잡힌 장내 세균총이 면역력을 높여준다.

사람은 잡식성이지만 개는 육식동물이라 다른 음식보다 고기류를 더 좋아한다. 고기가 부족하면 다른 영양소도 섭취하지만 소화기능은 떨어질 수 있다. 그런데 개가 고기 맛을 본 후 사료를 입에 안 댄다고 해서 고기만 준다면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칼슘과 인의 비율이 완전히 깨져버려 여러 가지 질병에 걸릴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음식을 주는 것이 좋을까? 개의 영양학적 요구량을 모두 고려해 직접 우리가 먹는 방식으로 매일 새롭고 건강한 자연식을 공급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보호자가 고려해야 할 영양에 대한 지식이 너무나 많이 필요하다. 모든 보호자가 그러한 공부를 택하리라 생각지도 않는다.

따라서 대부분의 보호자는 상업용으로 만들어진 사료를 선택한다. 제대로 만들어지고 품질관리가 잘된 사료라면 하루에 필요한 칼로리와 영양소의 균형을 완벽히 고려해 만들어졌을 것이다. 계산된 대로만 급여하면 비만이 되지 않고 체중관리도 잘 할 수 있다.

또 수의사들이 선호하고 신뢰하는 몇몇 유명한 사료회사는 질병을 가진 개들을 위한 처방식을 연구해 만들어내고 있다.

예를 들어 ▲신장질환이 있는 개를 위한 인 함량이 낮고 섬유질은 높고 단백질은 낮은 처방식 ▲음식 알레르기가 있는 개를 위한 저알레르기식 ▲방광결석을 예방하기 위해 특정 미네랄이나 단백질이 제한된 처방식 ▲당뇨가 있거나 비만인 개를 위한 섬유질이 높은 처방식 ▲장 질환을 위한 균형 잡힌 섬유질을 갖춘 처방식 ▲심장병이 있는 개를 위한 저나트륨식 ▲암이 발생한 개를 위한 고지방 저탄수화물식 ▲치아질환이 있는 개를 위한 치석 제거에 도움이 되는 처방식 ▲퇴행성 관절질환을 포함한 관절질환이 있는 개를 위한 필수지방산과 항염물질이 들어 있는 처방식 ▲장내 유익균을 증식할 수 있는 프리바이오틱스 처방식 등이다. 이처럼 수많은 처방식이 나와 있고 실제로 많이 급여하고 있다.

사람은 처방식을 먹지 않고 사료도 먹지 않는데 왜 개에게는 사료를 주는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이 질문에는 철학적인 고려와 의학적인 고려가 모두 적용될 수 있다. 답이 절대적이지 않다.

하지만 질병을 확실히 가져올 수 있는 일반적인 사람 음식을 제공하는 것은 동물복지 차원에서 금해야 하는 행위라 본다. 따라서 자연식으로 완벽하게 영양 균형을 맞추어서 음식을 제공하든, 신뢰할 만한 브랜드의 상업 사료를 제공하든 그 선택은 보호자의 판단에 맡긴다.

그래도 수의사로서 개인적인 견해를 더해보자면 사람은 보통 80년의 인생을 산다. 그 오랜 기간 건강을 고려해 사료만 먹고 지내기에는 너무 일찍부터 식도락을 알아버렸다. 사람도 매일 건강한 사료만을 먹고 지낸다면 100살까지 또는 그 이상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선택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개가 보통 15년 정도를 산다고 봤을 때 음식으로 인한 부작용은 1~2년 이내의 어린 강아지부터 5살 또는 10살 전후로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나타날 것이다.

사람도 식도락을 느끼며 사니까 너희도 이런 맛을 느껴봐야 좋지 않겠냐며 개에게도 맛있는 음식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인해 질병이 오는 시기는 사람보다 훨씬 빠르다. 필자라면 조금 더 편하게 내 반려견과 오랫동안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택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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