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길병원 “2분의 기적으로 새 생명 구했습니다”
가천대길병원 “2분의 기적으로 새 생명 구했습니다”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04.0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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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길병원-코레일-광주송정역, 긴박했던 심장이송작전

 

가천대길병원과 코레일이 협력해 허 씨의 심장이식수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가천대길병원과 코레일이 협력해 허 씨의 심장이식수술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

“8년의 기다림이 모두 물거품이 될 뻔했습니다”

4일 주말 저녁, 41세 남성 허모 씨의 심장이식을 위해 긴급하게 뛰어다닌 가천대길병원 장기이식센터 이순미 실장은 흥분된 목소리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가천대길병원, 코레일, 광주송정역의 협력으로 이뤄진 긴박한 심장이송작전의 전말은 이렇다.

심장이식 1순위인 허 씨는 지난 8년 동안 확장성심근증과 말기심부전증으로 하루하루를 긴장 속에 살았다. 하지만 3일 전라도 모 대학병원의 공여자가 심장 및 여러 장기를 기증하기로 하면서 허 씨의 기다림은 끝이 났다.

허 씨는 가천대길병원 심장내과 정욱진 교수에게 약물치료를 받아오다가 지난해 5월 인공심장인 ‘좌심실보조장치’를 넣었다. 여전히 심장이식이 시급했던 허 씨에게 공여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은 의료진과 보호자의 심장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문제가 생겼다. 기증자가 있는 전라도와 인천에 소재한 가천대길병원과의 거리가 문제였다. 4일 오후에 심장을 싣기로 예정된 소방헬기가 강풍으로 갑자기 취소된 것이다.

결국 KTX와 앰뷸런스를 이용해야했다. 문제는 기증자의 심장적출이 다른 여러 장기의 적출여부 결정이 이뤄지면서 오후 8시 반에 겨우 이뤄졌다는 것이다.

광주송정역에서 가장 빠르게 탑승할 수 있는 KTX는 저녁 9시 KTX54 열차. 이 열차를 놓치면 1시간 30분을 기다린 후 장시간 구급차로 이동해야했다. 하지만 골든타임은 겨우 4시간.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다행히 상황을 이해한 코레일과 광주송정역 측은 신속하게 대응했다. 광주송정역 강정석 역무원은 역에 이 사실을 알렸고, 광주송정역 한영희 역무팀장은 의료진이 가장 빠르게 열차에 탈 수 있도록 곧바로 조치했다.

구급차 역시 기증자의 심장을 빠르게 운송할 수 있도록 대기했고 역무원들 역시 역광장부터 에스컬레이터 승강장까지 곳곳에서 신속한 운송을 도왔다.

이순미 실장은 “장기적출이 늦어지고, 코로나19 사태로 배차간격이 길어진 탓에 자칫 기증자와 공여자의 희망이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머리가 하얗게 됐다”며 “8시 20분경 무작정 KTX 출발지인 광주송정역으로 다급히 전화를 걸어 출발시간을 10분가량 늦춰달라고 사정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난관은 또 있었다. 바로 심장이식수술이다. 인공심장과 본인 심장을 제거함과 동시에 새로운 심장을 이식하는 고난도 수술이 허 씨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침착하고 신속한 박철현 교수의 집도로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박철현 교수는 “생명을 구하기 위해 빠른 판단과 협조를 해준 코레일과 광주송정역 관계자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출발시간을 지체해 기다려야하는 수많은 열차 승객들의 열린마음과 민원을 각오한 광주송정역측의 결심 등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의 희생이 있었기에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술집도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은 한영희 역무팀장은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역무원들이 침착하고 생명을 살리는 데 힘을 보태 기쁘다”며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따뜻한 소식을 들을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한편 가천대길병원 심장혈관센터는 1995년부터 심장이식수술을 시행해오고 있으며 국내 최초 심폐동시이식, 국내 최초 심근성형술, 무혈심장이식술, 인공심장(좌심실보조장치) 수술, 체외막산화장치(ECMO) 등으로 급성 또는 말기심부전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데 헌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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