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건강관리]사극 개척 극작가의 전설 신봉승
[명사의 건강관리]사극 개척 극작가의 전설 신봉승
  • 김치중 기자
  • 승인 2013.09.11 1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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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폐암 걸린지 5년 넘어 무관심하니 암도 극복

‘명사의 건강관리’ 이번호 주인공은 진태하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이사장이 추천해주신 신봉승 작가입니다. ‘조선왕조 500년’ 대본을 9년간 집필해 국내 사극의 개척자로, 극작가의 전설로 불리는 신봉승 작가는 “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선대가 남긴 역사를 꿰뚫는 사람들이 많아져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음호 주인공은 소설가 전상국 선생입니다. ‘아베의 가족’ 등을 통해 분단문제를 고발한 전 작가는 현재 강원도 춘천 김유정문화촌 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인명은 재천…거부할 수 없어
지천명에 대학원 입학 향학열
‘신봉승 시인’이라 불러주오^^


“폐암 걸린 사람에게 건강관리를 묻겠다니 당신 제정신이야?” 수화기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식은땀이 난다. ‘명사의 건강관리’가 여기서 막을 내리는 건가. “5년 전 암에 걸렸지만 지금까지 멀쩡하게 살아있으니 건강관리가 아니라 암 관리에 대해서는 알려줄 수 있으니 마음대로 하세요.”
 
그렇게 신봉승 작가를 만났다. 종로 백상빌딩에 있는 한국역사문학연구소에서 만난 신 작가는 인터뷰 도중 기침은 자주 했지만 건강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폐암에 걸린 지 5년이 넘었는데 암 덩어리가 자라지 않고 그대로 있어요. 왜 그런지 아세요? 암이란 놈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지요.” 암에 걸렸는데 암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

“대개 사람들은 암 진단을 받으면 암을 극복하기 위해 무수한 정보를 습득하려 합니다. 하지만 나는 암에 관심을 갖지 않았어요. 너무 할 일이 많았거든.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입니다. 사람이 하늘에서 부르는데 거부할 수 있겠어요? 사는 동안 할 일을 하며 즐겁게 살면 암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지천명(知天命)에 경희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해 400권이 넘는 조선왕조실록을 완독하며 9년간 ‘조선왕조 500년’ 대본을 써 내려간 이. 그가 9년간 쓴 원고량만 200자 원고지 기준 20만장에 달한다. 평생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신 작가에게 암도 머리를 숙인 것 아닐까.

“나라가 발전하려면 역사를 연도(年度)가 아닌 행간(行間)으로 읽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해요. 조선시대 왕명을 출납하던 도승지는 정3품에 불과했지만 지금 이 역할을 수행하는 현 정부의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은 국무총리, 국회의장보다도 선배입니다. 현 정부가 역사를 제대로 파악하고만 있었어도 이런 인사는 하지 않았을 텐데…”

사람과 마찬가지로 건강한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역사를 제대로 볼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 신 작가는 이렇게 덧붙였다. “극작가로 불리는 것보다 시인으로 불리는 것이 좋아요. 김 기자, 나를 소개할 때 ‘극작가 신봉승’이라 하지 말고 ‘신봉승 시인’이라고 해주면 안 될까.”

왜 그렇게 시인이란 명칭에 집착을 했을까. 고교시절 최인희, 황금찬 시인을 통해 시를 알게 됐고 대학시절 평생은사인 조병화 시인을 만나 시를 배워 유치환 시인을 통해 현대문학에 시인으로 등단한 그다. 그런데도 평생 시보다 대본을 더 많이 썼다는 죄책감 때문이 아닐까.

오늘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거침없이 하는 것이 건강”이라며 크게 웃음 짓는 시인(詩人) 신봉승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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