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의 다양한 얼굴…‘삼중음성유방암’ 아시나요
유방암의 다양한 얼굴…‘삼중음성유방암’ 아시나요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10.29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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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은 유형별로 치료방법과 예후, 생존기간 등이 달라 정확한 진단을 통해 알맞은 치료계획을 세워야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유방암을 그저 치료가 잘되는 착한 암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매우 독한 유방암도 있다. 특히 삼중음성유방암은 치료가 어려울 뿐 아니라 전이·재발도 빈번해 환자들의 고통이 매우 크다고 알려졌다. 10월 유방암 예방의 달을 마무리하면서 그간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삼중음성유방암’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다.

■암 진행 빠르고 전이·재발위험도 높아

유방암은 ▲에스트로겐 수용체(ER)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 ▲표피성장인자(HER2) 수용체가 있는지(양성), 없는지(음성)에 따라 유형이 분류된다.

삼중음성유방암은 위의 세 가지 수용체가 모두 없는(음성) 유방암이다. 전체 유방암의 약 12~20% 정도를 차지하며 특히 젊은 연령대(40세 이하)에서 발병할 확률이 높다. 특성마저 공격적이어서 암의 진행속도가 빠르고 전이와 재발위험도 높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보고에 따르면 삼중음성유방암환자 3명 중 1명은 유방에서 먼 부위까지 암이 퍼지는 원격전이를 경험하며 전이 후 전체생존기간은 약 1~1.5년에 불과하다. 더욱이 뼈로 전이되는 유방암의 일반적인 특성에서 벗어나 삼중음성유방암은 뇌, 폐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아 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호르몬·표적치료론 효과 제한적

유방암의 치료는 크게 국소치료(수술, 방사선치료)와 전신치료(호르몬 억제치료, 항암화학요법, 표적치료제)로 나뉜다. 조기에 유방암을 발견해 수술이 가능한 상태라면 수술 또는 방사선치료를 진행한다. 발견이 늦어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 전신치료를 통해 최대한 병의 진행을 막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그런데 삼중음성유방암은 치료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다. 에스트로겐 수용체나 프로게스테론 수용체가 있다면 여기에 대응하는 항호르몬제를, HER2수용체가 있다면 이를 타깃할 표적치료제를 적용할 수 있지만 삼중음성유방암은 3가지 수용체가 모두 없어 호르몬치료나 표적치료로는 효과를 보기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일단 수술이 가능한 병기로 진단받은 조기 삼중음성유방암환자(1~3기)는 수술, 방사선치료와 수술 전후로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한다. 수술, 방사선치료가 불가능한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환자(4기)는 조기 삼중음성유방암환자와 동일하게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한다.

에스트로겐 수용체(ER),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 표피성장인자(HER2)가 모두 없는 삼중음성유방암을 표현한 심볼(사진=클립아트코리아).

■면역항암제 개발로 새로운 치료 길 열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월 말 아테졸리주맙 성분의 면역항암제가 유방암분야에서 최초의 면역항암제로 허가받았다.

이 치료제는 PD-L1(암세포 표면의 단백질) 양성이면서 수술이 불가한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환자가 알부민 결합 파클리탁셀과 병용해 사용할 수 있는 면역항암제다.

면역항암제는 가장 최근에 개발된 항암제로 암세포가 T세포(면역세포)를 억제시키는 단백질을 작동시키기 전 자신이 그 단백질을 먼저 차단함으로써 T세포가 암세포들을 무사히 공격할 수 있게 한다.

아테졸리주맙 면역항암제는 암세포와 암세포에 침윤된 면역세포에서 발현하는 PD-L1단백질을 직접 차단해 T세포가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발견하고 공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따라서 이 치료제는 PD-L1양성인 환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50%의 높은 치료반응률, 생존기간도 연장

특히 전문가들은 삼중음성유방암의 경우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종양의 성질, 즉 면역원성이 높게 나타나 면역항암제의 효과가 잘 발현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PD-L1 양성인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아테졸리주맙 병용요법 3상 IMpassion130 임상연구결과에 따르면 아테졸리주맙 병용요법은 50% 이상의 높은 치료반응률을 나타냈다.

또 7.5개월의 무진행생존기간(질병이 악화하지 않은 채 환자가 생존해 있는 기간) 중앙값을 보였으며 동일한 환자군에서 2년 이상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을 나타내 약 1~1.5년의 기대여명을 가졌던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환자의 생존기간을 연장했다.

국립암센터 이근석 유방암센터장은 “면역항암제와 항암제를 같이 사용해 무진행생존기간의 유의한 향상을 이끌어낸 것은 예후가 좋지 않은 삼중음성유방암환자들에 매우 고무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급여 적용 등 재정적 지원 한목소리

문제는 치료비 부담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면역항암제에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상황. 따라서 환자들이 감당해야 할 경제적부담이 매우 크다. 이에 지난 9월 청와대 게시판에는 삼중음성유방암환자의 재정적지원에 대한 국민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근석 센터장은 “의료보험재정에는 물론 한계가 있지만 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며 “그중 하나가 면역항암제가 잘 들을 수 있는 환자군에 한해서라도 보험적용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삼중음성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약 15~20%를 차지하고 면역항암제가 효과를 보이는 면역세포 PD-L1 발현이 1% 이상인 환자군이나 PD-L1 복합양성점수(CPS) 10 이상인 환자군도 삼중음성유방암환자 중 40% 이하를 차지한다”며 “즉 전체 유방암환자의 약 6~8%에 해당되는 환자에서 좋은 효과를 내기 때문에 적어도 이 환자군이라도 치료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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