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동물이 아무리 먹어도 살이 쏙 빠진다? 이것 의심하세요!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동물이 아무리 먹어도 살이 쏙 빠진다? 이것 의심하세요!
  • 김희은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 중증내과질환센터 부장 l 정리·김보람 기자 (rambo502@k-health.com)
  • 승인 2020.11.25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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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은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중증내과질환센터 부장

췌장은 '이자'라고도 불리며 위의 뒤쪽에 위치한다. 당을 조절하는 인슐린과 글루카곤 등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기능과 음식물을 소화하는 리파아제, 아밀라아제, 트립신 등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외분비기능을 한다. 인슐린과 연관되는 내분비질환인 당뇨는 개와 고양이에게 발병률이 높다고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췌장의 소화효소 분비와 관련된 외분비질환은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았다.

외분비췌장기능부전(Exocrine Pancreatic Insufficiency, EPI)이란 췌장에서 소화효소가 정상적으로 분비되지 않는 질환이다. 따라서 음식을 먹더라도 소화효소가 부족해 영양소로 분해되지 않는다. 즉 영양분을 흡수할 수 없는 상태로 외분비췌장기능부전을 앓는 반려동물은 ▲점점 살이 빠지고 ▲과할 정도의 식탐 ▲갈비뼈가 훤히 드러날 정도로 마른 체형 ▲만성적인 소화기증상(구토, 설사)을 보인다. 또 지방이 분해되지 못한 채 변에 그대로 나오기 때문에 지방변 특유의 산패취(코를 찌르는 시큼한 냄새)가 난다. 이에 보호자는 보통 살을 찌우기 위해 먹을 것을 더 많이 주고 보양식도 먹여보지만 살이 점점 더 빠져 결국 동물병원에 오게 된다.

외분비췌장기능부전의 진단방법은 간단하다. 검사 전 12시간 공복상태를 유지한 후 혈액을 채취해 체내 소화효소 수치를 측정하는 것이다. 정상범위보다 낮게 측정될 땐 외분비췌장기능부전을 진단할 수 있다.

외분비췌장기능부전의 치료 역시 간단하다. 부족한 소화효소를 소화효소제를 통해 공급해주는 것이다. 단 일반적인 소화제보다는 훨씬 고용량의 소화효소제가 필요해 정확한 진단을 거쳐야한다. 과용량을 투여하면 오히려 설사증상이 생길 수 있어 상태를 주시하며 용량을 조절한다. 또 입안이 소화효소로 손상될 수 있으므로 소화효소제를 음식과 함께 급여해줘야 한다. 소화효소만 적절히 공급된다면 증상이 완화되고 체중도 점차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외분비췌장기능부전은 꾸준한 관리만 이뤄지면 대체로 예후가 양호하나 진단을 놓치기 쉬워 정확한 문진과 적절한 검사가 중요하다. 반려동물이 밥을 많이 먹는데도 불구하고 살이 계속 빠진다면 가까운 동물병원에서 꼭 진단받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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