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잊히지 않는 사람들”… 암을 통해 삶을 배웠다
“절대 잊히지 않는 사람들”… 암을 통해 삶을 배웠다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02.1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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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유석 All.Can Korea 헬스케어 전문위원(단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진단이다. 따라서 암이 발생하기 쉬운 40대가 되면 2년에 한 번 정도 정기검진을 받아야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진단이다. 따라서 암이 발생하기 쉬운 40대가 되면 2년에 한 번 정도 정기검진을 받아야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몸이 부서질 것 같은 하룻밤이 지났다고 한다.

언제까지 이런 고통을 견뎌야 할지 죽음과도 같은 잠자리에 들었다가 깨기 부기지수였다고 한다.

이렇듯 항암치료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고통을 동반한다. 특히 말기 암환자들은 임종이 가까워 지면 겨우 잡고 있던 이성의 끝자락도 날려버릴 정도의 괴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지난해에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는 ‘암’이었다. 암은 1983년 통계 작성 이래 38년째 굳건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사실이 참 원망스럽다. 다행히 의료기술의 발달로 5년 생존율이 증가했지만 힘든 항암치료와 잦은 재발로 여전히 암환자가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암환자가 고통받는 이유에는 다양한 요소가 존재한다. 이에 최근 국내 암환자 49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발표한 All.Can Korea 정유석 헬스케어 전문위원(단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를 만났다.

- All.Can Korea(이하 All.Can)는 ‘암, 치료를 넘어 일상으로’라는 슬로건으로 활동하고 있는 비영리단체다.

All.Can은 2016년도 브뤼셀에서 처음 시작한 비영리단체(NGO)다. ‘암, 치료를 넘어 일상으로’라는 슬로건하에 환자 중심적인 접근, 진료, 진단, 복귀에 있어 환자들을 돕기 위해 설립됐다. 현재 전 세계에 17개 지부가 있으며 지난해 아시아에서 처음 발족했다. All.Can에는 보건복지 전문가와 헬스케어 전문가, 환자단체, 법률전문가 등이 소속돼 있다.

- All.Can은 최근 암환자 49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설문은 백혈병부터 시작해서 위장관기질종양(GIST), 신장암 등 다양한 암환우회를 중심으로 조사가 진행됐다. 지금까지 여러 암 관련 많은 설문조사가 있었는데 대부분 경제적 초점에 맞추져 있었다. 하지만 All.Can에서 진행한 설문은 치료, 진단, 심리적 고통 등 특정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진단과정 ▲치료과정에서의 어려움 ▲사후관리 ▲암치료에 관한 정보접근 ▲경제적 영향 ▲치료 후 사회복귀 등 다양한 부분에서 조사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사실 처음 설문조사를 할 때 이러한 결과가 도출될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 설문조사를 요약하면 가계 월소득 300만원 이하를 저소득, 600만원 이상을 고소득으로 분류했다. 이때 ‘국가 6대암검진’ 대상 암(▲위 ▲대장 ▲간 ▲유방 ▲자궁경부 ▲폐암) 기준 암을 ‘증상이 있어 검사를 받아 발견한’ 비율은 저소득층에서 44%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는 저소득층일수록 암진단이 늦다는 것을 시사한다.

정유석 단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정유석 단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우리나라는 본인부담상한제 등 암환자를 위한 보건지원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

한국은 해외국가와 비교하면 보험체계가 잘 돼 있다. 유럽이나 북미 등 어느 나라도 한국처럼 사회가 암 조기진단에 투자하는 사례는 보지 못했다. 이 부분은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 소득수준의 차이를 무시하고 암검진 항목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현재 국가에서는 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암 등 다빈도 암에 대해 일정 간격으로는 정기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기검진이 불필요한 사람도 있다. 가령 대기업처럼 직장에서 제공하는 종합검진이 잘 구축돼있는 경우 국가에서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해 추가검진을 한다. 만약 이 비용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면 저소득층의 검진항목을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현재 대장암의 경우 다빈도 암이지만 국가암검진에서는 분변검사만 진행하고 양성이 나와야지만 대장내시경을 진행한다. 하지만 대장내시경을 받고 싶은 저소득층의 경우 비용부담으로 받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 즉 고소득자의 경우 회사 내부 종합검진 시스템 등이 잘 돼 있기 때문에 국가건강검진을 최소화하고 저소득층에게 필요한 항목을 늘린다면 지금의 재원으로도 충분히 저소득층에서 조기진단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설문조사는 사회적 논의를 하는데 하나의 초석이 됐으면 좋겠다.

- 한국의 암 치료환경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개선이 시급하다고 보는가.

설문은 양분화된 결과가 나왔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은 신체적 고통, 치료비 마련에 관한 어려움을 호소한다. 반면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분들은 심리적 고통, 사회적 단절, 정보부족에 관한 부분을 호소했다.

따라서 소득수준에 따른 불평등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된다. 이것은 앞으로 목소리를 내고 개선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할 과제다. 두 번째는 올바른 정보와 심리적 상담부분이다. 식상한 얘기지만 한국은 의사들이 담당해야하는 환자가 많기 때문에 질병에 관해 충분한 설명과 환자의 심리적 케어가 부족하다. 이것은 설문결과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 설문을 보고 많은 반성을 했다.

- 올바른 정보라 했는데 어떤 부분인가.

다양한 것들이 존재한다. 가장 심각한 것은 암치료를 위해 지방에서 서울에 있는 큰 병원까지 올라온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서울 의료기관은 치료지체와 긴 대기시간으로 과부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반면 지방의 대형병원들은 진단만 내리고 정작 치료의 기회가 없는 등 지역의료 격차가 발생한다. 이것은 의사가 노력해야 해결할 수 있는 과제라 생각한다. 의사가 아무리 바쁘더라도 시간을 투자해 잘 설명해야한다고 생각한다.

- 암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진단이다. 문제는 조기진단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지만 진단을 위해서 병원 방문을 꺼려하거나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암이 발생하기 쉬운 40대가 되면 ‘2년에 한 번 정도만이라도 5대암에 관한 검진을 받겠다’라는 생각을 갖고 실천했으면 좋겠다. 여러 가지 면에서 암은 조기진단을 통해 환자 본인뿐 아니라 사회적 부담도 훨씬 경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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