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우울증…참고 참다가 마음이 호소하는 통증
청년우울증…참고 참다가 마음이 호소하는 통증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04.2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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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진승 디에프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흔히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에 비유한다. 아마 감기처럼 누구나 쉽게 걸릴 수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랴. 하지만 가볍게 지나친 감기로도 사람이 죽는지는 의문이다. 이에 ‘우울증 탈출’의 저자 타나카 케이치는 우울증을 ‘마음의 암’으로 비교했다. 결국 우울증은 방치하면 마음의 수명을 좀먹어 신체를 짓뭉갠다. 이에 유튜브 ‘닥터프렌즈’를 통해 우울증 인식개선에 힘쓰고 있는 오진승 디에프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을 만났다.

오진승 원장은 “청년우울증은 여타 다른 세대와 달리 ▲기억력저하 ▲업무효율 저하 등 인지기능저하를 호소한다”며 “간혹 우울증환자의 약 30%가 치료저항성 우울증을 보이는데 이때는 전기자극요법(ECT)와 경두개자기자극술(TMS)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진승 원장은 “청년우울증은 여타 다른 세대와 달리 ▲기억력저하 ▲업무효율저하 등 인지기능저하를 호소한다”며 “간혹 우울증환자의 약 30%가 치료저항성 우울증을 보이는데 이때는 전기자극요법(ECT)과 경두개자기자극술(TMS)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우울증을 바라보는 인식이 많이 변했다.

좋은 변화다. 친구와 함께 병원을 찾는 환자도 있으며 지인이나 대학 내 익명커뮤니티에서 추천을 받아 방문하는 환자도 있다. 특히 20~30대들은 필요하면 정신과에 방문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이밖에도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 찰용이 일상화된 것도 정신과 문턱을 낮추는 데 한몫한 것 같다. 얼굴 일부를 가리기 때문에 익명성이 보장되다 보니 정신과치료에 부담이 적어진 것으로 생각한다.

- 청년우울증환자가 증가하면서 영츠하이머와 같은 신조어가 생겼다.

안타까운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청년우울증 진료건수가 2019년과 비교해 같은 기간 5.8% 증가했다. 하지만 영츠하이머란 단어는 적합하지 않다. 아마 영츠하이머란 단어가 생긴 이유는 우울증이 심화되면 치매로 오인될 만큼 인지기능이 떨어지면서 탄생한 것 같다. 알츠하이머와 청년우울증은 다른 질환이다. 두 질환의 가장 큰 차이는 진료 시 환자의 의욕에서 나타난다. 인지기능검사를 통해 비교하면 알츠하이머환자는 검사의지는 강하지만 결과가 좋지 못하다. 하지만 우울증환자의 경우 검사의욕 자체가 없어 검사에 쉽게 집중하지 못한다. 또 알츠하이머는 1년 이상의 시간을 거쳐 서서히 진행되지만 우울증은 진행속도가 빠르다.

- 청년우울증이 다른 세대의 우울증과 다른 점은.

세대마다 우울증 진단기준 자체가 다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청년우울증은 여타 다른 세대와 달리 ▲기억력저하 ▲업무효율 저하 등 인지기능저하를 호소한다. 특히 코로나19로 장기간 재택근무와 취업난, 불규칙한 생활패턴으로 불면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 인지기능저하를 판단하는 기준은.

누구나 깜빡하고 실수는 한다. 하지만 청년우울증은 직장이나 학교생활 등 일상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친다. 가령 인지기능 저하가 심해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평소 좋아하던 영화나 소설을 끝까지 보지 못하는 모습이 관찰된다. 하지만 인지기능, 집중력 저하와 같은 증상은 다른 증상들과 비교해 잘 알려지지 않다 보니 병원 방문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기 힘들다. 따라서 이러한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병원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 청년우울증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정확성’과 ‘명료성’이 중요하다. 우울증척도검사나 자율신경기능 스트레스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우울증수치를 도출한다. 또 우울증은 ‘나약해서 생기는 병’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결코 아니다. 우울증은 세로토닌이나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 교란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 우울증환자는 약물처방이 기본인 것으로 알고 있다.

청년우울증은 대부분 정신치료와 함께 항우울제와 같은 약물치료가 진행된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활발히 하는 만큼 활동에 방해가 되지 않는 치료제 위주로 처방한다. 즉 낮에 활동하는 데 졸음을 유발하거나 식욕을 늘리는 약들은 가급적 처방하지 않는다. 아직까지도 정신과 약은 다른 약과 비교해 부작용 심하다고 하는데 이것은 오해다.

또 우울증환자 중에는 약물치료를 스스로 중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갑작스럽게 중단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만일 본인이 느끼기에 약물치료 부작용이 심하거나 중단하고 싶다면 반드시 의사와 상담을 통해 복용량을 서서히 줄여가면서 중단하는 것이 필수다.

- 약물이 듣지 않은 환자도 있다고 들었다.

약물처방이 듣지 않은 우울증을 ‘치료저항성 우울증’이라고 한다. 치료저항성 우울증은 2가지 이상의 약물을 충분한 기간 복용했지만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나타날 경우를 말한다. 정식 진단명은 아니지만 우울증환자의 약 30%가 치료저항성 우울증으로 진단된다. 하지만 약물의 치료효과를 판정하기 위해서는 최소 4주 이상 소요되고 2가지 이상의 약물을 충분한 기간 동안 복용해야 치료저항성 우울증으로 진단할 수 있기 때문에 진단까지 최소 수개월이 소요된다.

경두개자기자극술(TMS)은 물치료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추천된며 전두엽과 관련이 있는 무기력증, 집중력 저하가 큰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
경두개자기자극술(TMS)은 약물치료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추천되며 전두엽과 관련이 있는 무기력증, 집중력 저하가 큰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

- 치료저항성 우울증환자들은 약물처방이 어려운데 다른 치료전략은.

전기자극요법(ECT)과 경두개자기자극술(TMS) 등 2가지가 대표적이다. 두 치료법의 가장 큰 차이는 전기자극요법은 ‘전기’를 이용하며 경두개자기자극술은 ‘자기장’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먼저 전기자극요법은 전기를 이용해 인위적으로 경련을 발생시켜 우울증을 치료한다. 정확한 기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전신마취가 필요하기 때문에 입원치료로 진행된다. 반면 경두개자기자극술은 자기장을 통해 뇌를 자극, 세로토닌과 도파민을 분비시킨다. 경두개자기자극술은 좌측 전두엽을 활성화시켜 치료하기 때문에 치료저항성우울증에 효능을 보인다.

- 경두개자기자극술은 부담이 없을 것 같은데 구체적인 설명 부탁한다.

경두개자기자극술은 약물치료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추천된다. 또 전두엽과 관련이 있는 무기력증, 집중력 저하가 큰 환자에게 추천되며 이밖에 약물치료를 부담스러워하는 임산부에게 권장된다.

- 경두개자기자극술은 안전한 치료인지.

안전한 치료법이다. 약간의 통증이 있지만 낮은 강도에서 서서히 강도를 높여 큰 통증은 없다. 단 자기장으로 치료하기 때문에 인공 심장박동기나 뇌수술로 인해 클립이 있는 경우는 시술이 제한된다.

- 경두개자기자극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경두개자기자극술은 정확한 곳에 충분한 자기장을 전달하는 것이 관건이다. 환자가 시술 중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자기장 전달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시술 전에 패드가 정확한 곳에 접촉됐는지 시술 후에는 자기장이 충분히 전달됐는지 확인해야한다. 최근에는 의료기술의 발달로 패드에 내장된 센서를 통해 시술부위의 정확한 표적화가 가능하며 치료량을 추적할 수 있다.

- 우울증에 관한 오해가 아직 만연하다.

우울증 인식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종종 정신질환과 범죄를 함께 엮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정신과질환과 사고의 연관성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가령 조현병환자를 살인자처럼 비추거나 범죄사고를 보도할 때 피의자의 정신과질환여부를 언급해 마치 정신과환자가 범죄를 일으키는 것으로 오해하게 만든다. 이러한 인식은 치료를 열심히 받는 환자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미디어에서 범죄사고를 다룰 때 섣불리 정신과질환과 연계시키는 점을 조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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