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항생제 복용 후 술? 절대 안 돼요!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항생제 복용 후 술? 절대 안 돼요!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5.08 16: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김미선(가명)님, 목이 좀 많이 부었나 봐요? 오늘은 항생제와 항염진통제, 항히스타민제와 가글 처방이 나왔네요.”

“네, 그리 심하지 않은데 항생제도 나왔네요. 이거 꼭 먹어야겠죠?”

“그럼요. 의사 판단으로 현재 인후상태는 세균감염으로 본 것 같네요. 그렇다면 항생제를 꼭 써야 합니다. 임의적으로 약을 끊지 마시고 진료도 계속 받으세요.”

“그런데 약사님 혹시 술은 먹어도 될까요? 제가 약속이 있어서……”

“당연히 안 되죠. 항생제는 간에 무리가 갈 수 있고 진통제 역시 신장과 위장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술은 드시면 안 됩니다. 염증반응도 더 심해질 수 있고요.”

“그럼 약 끊고 나면 언제부터 술을 마실 수 있나요?”

“???”

‘약 복용 중 술과 담배는 안 됩니다’.

약국에서 꼭 얘기하는 주의사항 중 하나입니다. 술에 포함된 알코올은 간에도 부담을 주지만 뇌 기능 등에 영향을 미쳐 약물과 상호작용1)이 발생할 수 있고 대사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는 염증과 알레르기를 유발2)합니다. 담배에는 어마어마한 화학물질들이 많이 들어있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

다양한 항생제 부작용 가운데 신장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말은 많이 들어봤을 겁니다. 알코올 섭취도 신장에 해로울 테니 약과 함께 술을 먹으면 신장에 더 부담이 된다는 건 쉽게 예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욱이 신장은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매우 어렵습니다. 증상이 심해질 때까지 별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아서 가볍게 넘길 수 있지만 매우 심각한 상태로 악화될 수 있다는 걸 꼭 명심하세요.

그럼 항생제로 인해서 나타나는 신손상 발생률은 어느 정도나 될까요?

최근에는 과거보다 고령환자가 많고 대사성질환,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병환자 등이 많다 보니 여러 가지 약물을 혼합해 투약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이에 약물에 의한 신독성 유병률도 노인에서 특히 높아지고 있는데요3). 그중 항생제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매우 높아요. 한 연구에 의하면 병원에 입원한 424명의 환자 중 76명(17.9%)이 항생제 투여로 인해 급성 신장손상을 입었다는 보고4)도 있을 정도입니다. 그럼 모든 항생제가 심각한 신손상을 유발하는 것일까요?

약물에 의해서 나타나는 신장 손상은 다양한 원인5)에 의해서 나타납니다. 그중 항생제가 유발하는 신독성은 신세뇨관 세포 독성과 염증성 변화, 결정 형성으로 인한 세뇨관 폐색 등이 주요 병리입니다. 신독성 원인이 다양하듯 모든 항생제가 부작용을 유발하는 것은 아닙니다. 각 원인별로 주의해야 할 항생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신세뇨관 세포 독성 : 겐타마이신, 토브라마이신, 아카미신 등 아미노글리코사이드 계

2. 염증성 변화 : 페니실린계, 세파계, 설파계, 퀴놀론계, 리팜피신, 반코마이신 등

3. 결정 형성으로 인한 세뇨관 폐색 : 암피실린, 시프로플록사신, 설폰아마이드 등

항생제에 의한 신독성은 우리가 흔히 처방받는 약물들에서부터 안약, 외용제로 사용하는 성분들까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 신세뇨관 세포 독성 : 겐타마이신, 토브라마이신, 아카미신 등 아미노글리코사이드 계

겐타마이신 등은 주사제로 많이 사용되죠. 또 피부 연고 등에 많이 포함돼 있는 겐타마이신, 안약과 안연고에 많이 포함된 토브라마이신의 경우 전신으로 많은 양이 흡수되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외용제는 사용방법을 정확히 지켜 국소적으로만 발라야합니다. 특히 신장이 좋지 않으면 해당 성분의 약은 사용해선 안 됩니다. 진료 시 또는 일반의약품을 구입할 때 반드시 의사, 약사에게 신장상태를 말해주세요.

2. 염증성 변화 : 페니실린계, 세파계, 설파계, 퀴놀론계, 리팜피신, 반코마이신 등

페니실린과 세파계, 퀴놀론계 항생제는 호흡기감염증 등에 다빈도로 처방되는 항생제입니다. 이 성분들은 면역반응에 의해서 염증반응을 유발함으로써 사구체 염증을 일으켜 신독성을 유발합니다6). 각 성분에 따라 나타나는 강도가 다르며 복용량과는 상관없이 독성을 유발해요. 예기치 못하게 발생하며 개인차가 매우 큰 만큼 자신에게 민감한 성분이라면 꼭 기억해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3. 결정 형성으로 인한 세뇨관 폐색 : 암피실린, 시프로플록사신, 설폰아마이드 등

보통 방광염 등에 많이 처방되는 시프로플록사신이나 광범위 항생제인 암피실린, 설파제의 경우 소변의 산도를 변화시켜 결정을 형성하며 세뇨관을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7). 이러한 점에서 체액량이 부족한 탈수환자와 신기능이 떨어진 환자는 매우 주의해서 복용해야 합니다. 

또 알코올의 섭취는 염증과 알레르기 반응을 유도하며 탈수를 일으킵니다. 따라서 겐타마이신 등 아미노글리코사이드 항생제를 사용하거나 설파계, 퀴놀론계 항생제, 암피실린을 복용하는 분들은 반드시 술을 피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다른 항생제가 괜찮다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신손상뿐 아니라 간, 위장 손상이나 기타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술은 항생제 복용 중에는 절대 마시면 안 됩니다.

신손상 때문에 항생제 복용이 무섭다고요?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신독성은 무시무시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항생제가 심각한 독성을 유발하는 경우는 사실 흔치 않기 때문입니다.

2004년에서 2008년까지 5년간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가장 다빈도로 사용되는 아목시실린의 경우 유해반응 1만4717건 중 신장관련 증상은 5건으로 0.03%에 불과했습니다.8) 또 일찍 약을 중단하면 대부분 신기능이 회복되는 양상9)을 보이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항생제 복용 후 소변 양이 현저히 줄거나 오심, 구토, 설사 등 위장관 증세, 피로감 근떨림 등의 전해질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신속히 의료기관에 방문해 몸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평소 신장기능이 떨어져 있거나 약물 자체에 민감한 경우라면 신독성 유발 항생제는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약 복용기간에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염증반응이 일어나지 않게 주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약의 부작용을 막연하게 걱정하기보다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몸을 관찰해야 합니다. 특히 신장이나 간처럼 웬만큼 아파선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곳에 유해반응이 나타나는 약물을 복용 중이라면 더욱 그렇겠지요. 

작은 구멍 하나도 제방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약 복용 후 나타나는 아주 작은 불편함도 약사와 바로 상의하세요.

※ 참고자료

1) 약과 식품의 상호작용. 약과 알코올(1) (약학정보원)

2) 주의해야 할 술과 약의 상호작용. 약업신문. 2018년 11월 21일 기사

3) Treatment-related acute renal failure in the elderly: a hospital-based prospective study(Nephrol Dial Transplant, 2000)

4) Antibiotics Induce Acute Kidney Injury: Incidence Risk Factors, Onset Time and Outcome(2013)

5) 약물 유도 신독성(대한의사협회지, 2020)

6) Nephrotoxicity of beta-lactam antibiotics: mechanism and strategies for prevention(Pediatric Nephrology, 1997)

7) Drug-induced renal failure: a focus on tubulointerstitial disease(Clin Chim Acta, 2005)

8) Amoxicillin Renal Toxicity(2013)

9) Incidence and preventalbility of adverse drug events among older persons in the ambulatory setting(2003)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