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고혈압의 날] 조용한 고혈압…놔두면 몸 구석구석 병든다
[세계 고혈압의 날] 조용한 고혈압…놔두면 몸 구석구석 병든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5.17 10: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뚜렷한 증상 없어 조기발견 어려워…혈압측정 중요
방치 시 심장, 뇌 등 각종 장기 병들어…사망위험↑
중년기 여성, 호르몬감소로 고혈압 발병위험 커져
생활습관 바꾸고 상태 따라 약물치료도 병행
고혈압환자는 최근 5년간(2016~2020)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출처=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내 성인인구 3명 1명이 보유한 국민병, 바로 ‘고혈압’이다. 대한고혈압학회에서 발표한 2020 고혈압팩트시트에 따르면 국내 고혈압환자는 약 120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하지만 고혈압은 뚜렷한 증상이 없어 조기발견이 어렵다. 그래도 침묵의 살인자라 불리는 이유는 고혈압 하나만으로도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 사망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세계 고혈압의 날(5월 17일)을 맞아 고혈압 관리의 중요성을 짚어봤다.

■나이 들수록 발병위험↑…60세 이상 70~80%

혈압은 심장이 한 번 뛸 때마다 혈관에 미치는 압력을 말한다. 그런데 이 압력은 시시각각 변해서 한 번의 측정만으로 고혈압이라고 판단하지 않는다. 적어도 2회 이상 측정한 혈압의 평균치가 140(수축기혈압)/90(이완기혈압)mmHg 이상일 때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고혈압은 유전적인 요인과 생활습관 등의 영향으로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하지만 보통 나이 들면서 발병위험이 높아진다. 실제로 고혈압환자의 70~80%는 60세 이상이다. 노화에 따라 혈관의 탄력이 감소하고 경직도가 높아지면서 혈압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고혈압은 생활습관 조절로 예방이 가능할 뿐 아니라 조기발견·치료를 통해 얼마든지 일상에서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다. 증상이 없다고 방치하면 심장, 뇌, 신장 등 주요 장기에 합병증이 발생해 결국 생명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뚜렷한 증상 없어…정기적인 혈압 측정 중요

고혈압은 뚜렷한 증상이 없고 일상생활이 불편할 만큼 통증이 심한 것도 아니다. 실제로 고혈압환자 2명 중에 1명은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고 알려질 만큼 증상이 없다.

서울특별시 서남병원 순환기내과 고종훈 과장은 “그나마 나타날 수 있는 증상으로는 목덜미에서 뒷목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뻣뻣하게 느껴지는 두통과 어지럼증 정도”라며 “간헐적으로는 안면이 붉게 달아오르는 느낌, 가슴 두근거림 등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폐경기 증상과 혼동될 수 있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반드시 혈압을 측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호흡곤란, 손발저림이 올 수 있다.

■방치 시 심부전, 뇌출혈 등 다양한 합병증 불러

고혈압은 조용하지만 매우 강력한 존재임을 잊어선 안 된다. 증상이 없다고 치료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합병증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고종훈 과장은 “고혈압환자가 사망하는 경우는 대부분 심장성합병증인 ‘심근경색증’이나 ‘심부전’일 정도로 고혈압은 심장을 손상시키는 무서운 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또 망막변화나 뇌 같은 중추신경계에 손상을 줘 후두통, 현기증, 이명, 흐린 시야, 실신도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하면 뇌혈관폐색, 뇌출혈 등에 의한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고혈압은 작은 모세혈관으로 구성된 신장의 사구체도 손상시켜 단백뇨, 혈뇨 등으로 시작해 결국 신장이 기능을 잃는 신부전에 이를 수 있다.

2020년 남녀 고혈압환자 추이. 전체적인 고혈압 유병률은 남성이 높지만 60세 이후에는 여성 고혈압 유병률이 훨씬 높아짐을 알 수 있다(출처=건강보험심사평가원).  

■중장년 여성, 에스트로겐 감소로 고혈압 위험↑

특히 여성은 중년기 이후 폐경이 찾아오면서 고혈압 빈도가 급격히 높아져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폐경 전에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혈관을 확장시켜 혈압이 비교적 잘 유지되지만 폐경 후에는 에스트로겐이 저하되면서 혈압이 상승하게 된다. 더욱이 에스트로겐 감소는 몸에 이로운 HDL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해로운 LDL콜레스테롤을 높이는 등 혈중 콜레스테롤에도 영향을 미쳐 고혈압뿐 아니라 다른 심혈관질환의 발병위험도 높아진다.

대한고혈압학회 조은주 교육이사(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전체 여성의 고혈압 유병률은 남성보다는 낮으나 폐경 이후에는 여성의 고혈압 유병률이 증가한다”며 “특히 65세 이상 고령 여성에서 고혈압 유병률은 남성보다 높게 나타나지만 혈압 조절률은 남성보다 낮아 최근에도 50%를 겨우 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혈압은 조기발견을 통해 치료하면 얼마든지 관리 가능한 질환”이라며 “중장년 여성은 고혈압 예방과 조기발견을 위해 식습관조절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정체중을 유지하고 가정에서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할 것”을 당부했다.

■생활습관개선 기본, 상태 따라 약물치료도 병행

실제로 생활습관 개선과 정기적인 가정혈압 측정은 고혈압 관리의 첫 단계로 꼽힌다. 과체중은 고혈압 발생위험을 3배 이상 높여 식이요법을 병행하며 운동으로 열량을 소모해야 한다. 운동은 주 3회 이상 땀이 나고 숨이 어느 정도 찰 정도로 하는 것이 좋다.

고종훈 과장은 “고혈압 정도에 따라 약물치료도 필요하다”며 “혈압 약은 보통 평생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약물치료와 생활요법을 병행해 혈압이 조절되면 약 중단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와 상의 없이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해선 안 된다. 또 고혈압 약제는 종류가 많고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고혈압의 정도, 기저질환, 연령 등 개인의 상태에 맞춰 전문의가 처방한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