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3교대의 고충…현장 목소리 담아 ‘유연근무제’ 도입
간호사 3교대의 고충…현장 목소리 담아 ‘유연근무제’ 도입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06.0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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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인력 부족은 결국 ‘3교대’라는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이어졌다. 이런 까닭에 간호사 면허 소지자들은 점차 의료현장을 탈피하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간호사 인력 부족은 결국 ‘3교대’라는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이어졌다. 이런 까닭에 간호사 면허 소지자들은 점차 의료현장을 탈출하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간호사 인력 부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8년 OECD 기준 한국 인구 1000명당 간호사는 6.9명으로 OECD 평균인 9명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는 미국 11.7명, 독일 12.9명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 커진다.

간호사 인력 부족은 결국 ‘3교대’라는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이어졌다. 이런 까닭에 간호사 면허 소지자들은 점차 의료현장을 탈출하고 있다. 실제로 병원간호사회가 발표한 ‘병원 간호 인력 배치 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신규 간호사 사직률은 2017년 42.7%, 2018년 45.5%, 2019년 44.5%였다. 이는 인구고령화로 환자가 점차 증가하는 상황에서 반드시 개선돼야 할 쟁점이다.

■3교대 근무, 간호사 건강 위협해

정부와 국회는 간호사 업무 효율 및 처우개선을 위해 ‘인력난 개선’이라는 대책을 수립했지만 실용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이유는 간호사 인력 개선이 반드시 근무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거란 장담이 없기 때문.

실제로 2019년 ‘간호사 교대근무 실태와 대안은?’을 주제로 열린 국회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병원에서 실시 중인 근무교대 형태’ 조사에 응한 간호사 중 93.5%가 ‘주간-저녁-야간’ 3교대를 운영 중이었다. 또 간호사 47.2%가 3교대 근무로 인해 생활패턴이 불규칙해져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그중 23.7%는 수면장애를 호소하고 있었다. 이는 소화기, 뇌혈관계질환, 유산, 불임으로 직결된다. 환자의 건강을 책임지는 간호사가 본인의 건강을 챙기지 못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삼성서울병원은 8일 간호사의 오랜 고민이자 주요 퇴직 원인이었던 3교대 근무제도를 탈피, 간호사 개인의 선호와 환자치료 여건 등을 종합해 4가지 근무형태 중 하나를 자율적으로 매월 선택하는 ‘유연근무제’를 본격 도입했다. 이에 현재 병동의 86%(전체 56개 병동 중 48개 병동)가 유연근무제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미 수년 전부터 간호사의 삶의 질을 위해 ‘야간전담제도’등을 도입하는 등 여러 활동을 벌여왔다. 삼성서울병원은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기존의 전통적 3교대 근무 이외에 ▲낮 또는 저녁 고정 근무 ▲낮과 저녁 혹은 낮과 야간, 저녁과 야간 번갈아 근무 ▲야간 시간대 전담 ▲12시간씩 2교대 등 총 4개 유형, 7가지 근무제 도입을 본격 구상했다.

삼성서울병원 권오정 원장은 “중증환자 비율이 높은 상급종합병원으로서 숙련된 간호사의 건강한 일상은 본인의 행복과 함께 환자안전, 치료성과 향상과도 직결되기에 근무형태 개선을 지속적으로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은 6개월간 시범운영을 거쳐 간호사 본인이 직접 근무유형을 선택하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삼성서울병원은 6개월간 시범운영을 거쳐 간호사 본인이 직접 근무유형을 선택하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삼성서울병원, 간호사 삶의 질 개선 위해 ‘유연근무제’ 도입

삼성서울병원은 이미 6개월간 시범운영을 거쳤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씩 1차 390명, 2차 900여명을 대상으로 본인이 직접 근무제도를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삼성서울병원은 시범사업 시 드러난 문제점 개선을 위해 인력 공백 시 즉각 지원하는 ‘에이스(ACE) 팀’(Acknowledged Care Expert Team)을 구성, 동료의 갑작스러운 사직이나 병가, 조퇴 등 인력 공백이 발생하면 간호사 모두의 일정이 변경되는 것을 방지했다. 현재 병동 9명, 중환자실 2명으로 구성된 에이스팀원들은 각 병동에서 결원이 발생하면 곧바로 현장에 투입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 결과 부서별 상황에 따라 달랐지만 전통적인 3교대 근무자는 1%로 줄어든 반면 야간이 없는 고정근무 30%, 야간전담이나 12시간 2교대만 하는 비율이 50%에 달하는 등 간호사들의 생체리듬이 깨지는 고충이 많이 해소됐다.

또 유연근무제 도입에 따라 세대별 간호사 만족도도 뚜렷했다. 젊은층 간호사는 자기계발과 휴식을 선호해 12시간 2교대나 2Shift (야간포함) 근무제를 선호했고 중간세대는 결혼과 가정, 수면 건강을 고려한 고정근무제(1,2 Shift) 선호도가 높았다. 반면 기성세대는 야간근무 없는 고정근무제(1,2 Shift)에 관한 선호도가 높아 육아를 위해 안정적인 주간 근무를 선호하는 등 세대별로도 상황에 따른 근무형태 선호도가 달랐다.

유연근무제 시범사업에 참여한 간호사들은 “가정이 안정되는 느낌이 들었다”며 “실제로 유연근무제 이후 낮 또는 저녁근무를 고정으로 했더니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삼성서울병원 김미순 간호부원장은 “유연근무제는 간호사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근간”이라며 “간호사들이 직접 선호하는 근무형태를 선택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지속가능한 제도로 정착되게끔 변화에 앞장서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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