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 이야기] 한약제제 먹은 뒤 붓는다면 ‘감초 함량’ 확인해보세요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 이야기] 한약제제 먹은 뒤 붓는다면 ‘감초 함량’ 확인해보세요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8.1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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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약사님, 지난번에 복용한 위장 안 좋을 때 먹는 영양제 주세요.”

“아, 위앤굿 말씀하시는 거죠? 주로 위 점막을 강화하면서 헬리코박터 제균에 사용하는 제품이지요. 잘 드시고 계시죠?”

“네, 잘 먹고 있어요. 속도 많이 편해졌고요. 그런데 이 제품이 감초추출물이라고 적혀 있던데 맞나요?”

“맞아요. 감초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들어져 있어요.”

“그런데 감초는 스테로이드라 함부로 먹으면 안 된다고 하던데요? 이건 괜찮나요?”

“일반적으로 감초를 드실 때는 주의해야 할 사항들이 있는데요. 이 제품에 들어 있는 감초추출물은 부작용을 일으키는 성분을 최대한 제거한 제품이라 괜찮아요.”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일단, 한 달 분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감초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랫동안 사용돼 온 생약입니다. 한방적으로는 기를 보하며 진액을 보충해주고 해독작용을 하며 약을 조화롭게 한다고 말하고 있어요. 현대의학적으로도 감초는 향균, 항염, 항알레르기 작용이 있어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생약제제입니다. 최근에는 위장질환, 관절염증질환 등에 감초가 좋다는 말이 있어 많은 분들이 복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감초가 효과가 있다 없다, 스테로이드다 아니다는 내용을 언급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감초는 식품으로도 어디서나 쉽게 구입이 가능하며 약국에서 구입하는 한약제제, 생약제제, 한의원에서 한약을 처방받는 경우 등에 많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복용하기 쉽습니다. 무엇보다 감초 과량 복용은 건강에 큰 위험요소가 될 수 있어 복용 시 주의사항을 꼭 알아둬야 합니다.

감초는 오랜 기간 사용된 만큼 연구도 많이 돼 있습니다. 특히 약효를 나타내는 성분 분석도 많이 돼 있고 그 기전도 많이 알려져 있죠. 다음은 [한약 독성학Ⅰ(학국학술정보(2012))]에 실려 있는 감초의 유효 성분 및 작용 기전에 관한 내용입니다.

다양한 성분들이 존재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글리시레트산(Glycyrrhetic acid)’입니다. 글리시레트산은 감초의 단맛을 내는 글리시리진이 장내에서 분해돼 글리시레트산과 글루쿠론산으로 변화하는데 이때 만들어지는 글리시레트산이 감초를 복용하고 나타나는 주된 부작용의 원인 물질로 밝혀졌어요.

글리시레트산은 ‘코르티솔’의 분해를 방해하는 효능이 있습니다. 코르티솔은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당질코르티코이드로 간에서 대사를 받아 불활성화 형태인 ‘코티손’으로 전환됩니다. 이때 사용되는 효소가 ‘11-β-hygroxysteroid dehydrogenase(11-β-HSD)’입니다. 글리시레트산은 이 효소의 활성을 저해해 코르티솔 농도가 높아지게 만들어요.

코르티솔은 혈당을 높이고 에너지 생성을 촉진하며 스트레스 저항력을 올려줍니다. 항염증효과가 강력하고 면역억제작용도 있죠. 아토피, 천식, 비염 등 알레르기질환과 심한 염증 반응에 합성 부신피질호르몬이 사용되는 걸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될 것입니다.

때문에 감초를 복용하면 강력한 항염효과가 나타납니다. 특히 점막에 발생하는 염증질환과 알레르기질환 등에 효과가 뛰어나죠. 감초가 부신피질호르몬 작용이 있다고 하는 것, 즉 스테로이드 약물이라고 말하는 것은 감초에 스테로이드 성분이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물론 2종류의 식물성 스테롤은 함유돼 있습니다). 몸에서 부신피질호르몬 작용을 증가시킨다는 의미지요.

문제는 코르티솔이 당 대사뿐 아니라 미네랄 대사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입니다. 부신 피질에서는 미네랄 대사에 관여하는 ‘알도스테론’이 분비됩니다. 그런데 미네랄 흡수와 배설에 관여하는 미네랄 코르티코이드 수용체에 ‘알도스테론’보다 ‘코르티솔’도 잘 결합함으로써 문제가 발생합니다. 코르티솔이 미네랄 코르티코이드 수용체에 결합하면 나트륨과 수분 재흡수가 증가하고 칼륨 배설을 촉진합니다. 이 때문에 고혈압과 부종, 체중증가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 이는 마치 알도스테론이 과잉돼 나타나는 증상과 같아서 ‘위알도스테론증pseudoaldosteronism’이라 부릅니다.

위알도스테론증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바로 칼륨 배출 과다로 인해 나타나는 ‘저칼륨혈증’입니다. 칼륨은 나트륨, 칼슘과 함께 신경 전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근육의 수축, 세포 내 삼투압 유지, 세포 대사 효소 활동과 글리코겐 저장, 산 염기 균형을 유지하죠.

인체는 칼륨을 저장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음식으로 공급해야 합니다. 만일 체내에 칼륨이 부족해지면 피로, 근육통, 무기력 등의 증상이나 근육 수축이 되지 않아 하지 무력감, 장폐색 등이 나타납니다. 근육 효소에 영향을 미쳐 횡문근융해증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심한 경우 심장 근육 수축 부전이 나날 수도 있어요. 이러한 증상은 칼륨 배출을 촉진하는 이뇨제 복용이나 합성 부신피질호르몬을 복용하는 경우 더욱 심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감초를 복용하고 나서 위알도스테론증이 유발돼 문제가 발생한 여러 증례가 보고되고 있는데요. 경동시장에서 감초를 구입해 하루 60~100g(한 주먹 정도)을 다려 복용한 73세 환자가 양쪽 다리에 힘이 빠지고 어지럼이 생긴 사례, 고혈압으로 이뇨제를 복용 중인 59세 남성이 17일 동안 감초 8mg을 매일 복용하고 나서 발생한 횡문근융해증 등이 보고됐고 일본에서는 감초가 다량으로 함유된 작약감초탕을 복용한 60~80대 4명의 여성이 하지 무력을 호소한 증례가 보고되기도 하였습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감초가 함유된 한약제제에 ‘1일 1g 이상의 감초를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위알도스테론증이 일어날 수 있다며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복용을 중단하고 한의사 진료를 받으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위 알도스테론증>

▲오줌량이 감소함. ▲얼굴이나 손발이 붓는다.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손이 경직된다. ▲혈압이 높아진다. ▲두통 등이 나타난다.

만일 감초가 함유된 약이나 식품을 복용 중이라면 위 증상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건강기능식품 중에 위건강(에프앤디넷), 위앤굿(유유제약)처럼 감초추출물로 만들어진 제품들도 있습니다. 여기에 함유된 감초의 주 성분은 글라브리딘(Glabridin)이며 위알도스테론증을 일으키는 글리시레트산을 최대한 제거해 사용합니다.

글라브리딘은 헬리코박터균이 위에서 생육하기 위해 필요한 단백질과 유전자 합성을 방해해 균이 더 이상 살아가지 못하게 함으로써 헬리코박터 제균에 효과를 보이죠. 그 외 감초의 다른 플라보노이들의 항염작용 등으로 위점막 보호효과를 인증 받았습니다.

다만 위 건강을 위해 감초추출물이 포함된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할 때는 반드시 ‘건강기능식품 인증마크’와 영양 기능 정보란에 ‘[감초 추출물] 위 점막내 헬리코박터균 증식을 억제하고 위 점막을 보호해 위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라는 문구, 함량에 ‘Glabridin 5.4mg’이라 고 돼 있는지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식약처에서 원료를 인증한 제품만이 체내 코르티솔 작용 증강에 보다 안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감초는 향신료에서부터 보존제, 질병 치료와 관리까지 다양하게 사용되는 생약입니다. 주변에서도 흔히 구입할 수 있고 인지하지 못하는 다양한 약에도 포함돼 있습니다. 만일 생약 또는 한약제제를 복용한 뒤 몸이 붓거나 다리에 기운이 빠지고 피로감이 느껴진다면 바로 중단하고 의사, 약사, 한의사와 상의해 주세요. 특히 혈압약을 복용하거나 여성, 노령자, 간기능, 신장기능이 저하된 사람은 감초 복용에 보다 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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