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식탁의 절대강자 ‘우엉’…반찬으로 먹을까, 약으로 먹을까
[한동하의 식의보감] 식탁의 절대강자 ‘우엉’…반찬으로 먹을까, 약으로 먹을까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8.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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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우엉은 반찬으로 많이 먹고 있고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좋다고 해서 차로도 많이 마신다. 인터넷에 보면 우엉이 여드름이나 피부염에 효과적이라는 내용도 많다. 당나라 때 저술된 <식료본초>에도 ‘우엉뿌리를 포(脯)를 만들어서 먹으면 아주 좋다’는 내용이 나올 정도로 우엉의 식용역사는 무척 오래됐다.

우엉은 조선시대에는 ‘우웡’이라고 했다. <동의보감> 한글 표기에도 ‘우웡’으로 나온다. 북한에서는 우웡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북한에서는 우엉을 이용해서 ‘우웡 항비루스 물약’을 개발, 코로나19 등의 전염병 예방약으로 사용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우엉은 뿌리와 씨를 모두 식용하고 약용한다. <본초강목>에는 ‘우엉의 뿌리는 아주 큰 것도 있어서 나물로 해서 먹으면 건강에 아주 좋다’고 했고 ‘가을이 지나면 씨를 채취해서 약에 넣는다’고 했다.

그런데 우엉의 한자이름을 보면 좀 의아하다. <식료본초>에는 우엉을 악식(惡食)이라고 했고 <본초강목>에서는 우엉 씨를 악실(惡實)이라고 했다. 건강에 좋다고 하면서 나쁠 악(惡) 자를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의문은 바로 풀린다.

악실(惡實)이라는 것은 우엉 씨의 모양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우엉 씨를 감싸고 있는 부위에 가시가 많기 때문이다. 우엉의 씨는 작은 밤송이처럼 가시 방울 안에 촘촘히 박혀있다. 때문에 쥐들이 우엉 씨 위를 지나가면 바로 달라붙어 통과하지 못한다고 해서 서점(鼠粘)이라고도 했다. 또 소가 우엉잎을 잘 먹어서 우방(牛蒡)이라는 이름도 있다. 우리가 부르는 우엉이라는 이름은 아마도 우방에서 출발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의서에서는 주로 우엉 씨를 약용하는데 우엉 씨는 우방자(牛蒡子)나 서점자(鼠粘子)라는 이름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방중술을 하는 사람들은 은어로 대력자(大力子)로 부르기도 했다. 아마도 어딘가(?)에 특별한 힘을 발휘했나 보다.

그럼 우엉의 효능을 <본초강목>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우엉은 맛이 쓰고 기운은 차가우며 독은 없다. ‘우엉뿌리는 한 번 쪄서 말려서 사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구역감이 생긴다’고 했다. 아마도 쓴맛 때문일 것으로 생각되는데 한 번 쪄서 말리는 것도 쓴맛을 약간 줄이는 의도일 것이다.

우엉은 항노화작용이 있다. ‘오랫동안 복용하면 몸이 가볍게 되고, 노쇠를 방지한다’고 했다. 또한 ‘얼굴과 눈에 나타나는 번민(煩悶), 팔다리를 잘 놀리는 못하는 것에 주된 효과가 있다. 십이경맥을 통하게 하고 오장의 악기(惡氣)를 씻어낸다. 채소로 해서 늘 먹으면 몸이 가볍게 된다’고 했다. 우엉을 반찬으로 만들어 꾸준하게 먹어도 좋겠다.

우엉은 감기약으로도 좋다. ‘상한(傷寒)과 한열(寒熱)로 땀이 나는 것’과 ‘천행시질(天行時疾)’을 치료한다고 했다. 상한은 일반 감기를 의미하고 천행시질은 독감을 말한다. 과거에는 감기나 독감과 같은 계절성 감염성질환에도 해열제로 활용하기도 했다. 실제적인 효과를 떠나서 북한에서 ‘우웡 항비루스 물약’도 이런 문헌적 근거를 기초로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엉은 당뇨병에도 좋다. ‘소갈(消渴)로 속에 열이 나면서 갈증이 생기는 것’을 치료한다고 했다. 소갈은 당뇨병을 의미하며 심한 갈증은 당뇨병에 의한 삼다(三多; 다음, 다식, 다뇨) 증상 중 하나다. 우엉은 당뇨병환자가 안심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 중 하나다.

우엉의 당질은 녹말과 이눌린으로 주로 이뤄져 있다. 이눌린은 수용성 식이섬유로 장 속에서 젤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쉽게 포도당으로 변하지 않아 혈당을 안정시킨다. 이눌린은 대장 속 유산균의 먹이도 된다.

우엉은 제반 염증성질환에도 좋다. 즉 ‘제창종독(諸瘡腫毒)’을 치료한다고 했는데 여러 가지 헐고 부으면서 나타나는 피부의 독을 없앤다는 말이다. 쉽게 말하면 피부(피부염), 목(인후염), 귀(중이염), 잇몸(치통) 등에 열감, 부종, 통증이 동반되는 증상이다. 이때 우엉으로 죽을 쒀 먹거나 콩과 밀면과 함께 먹으면 좋다고 했다. 실제로 우엉은 목이 붓고 아플 때, 화농성 여드름, 화농성 피부질환이나 종기에도 효과가 있다.

참고로 처방으로 나온 우엉의 양은 한번에 우엉뿌리 3개를 갈아서 쌀을 넣어 죽을 쒀 먹거나 즙을 내 한번에 5홉[合](≑0.9리터) 정도를 마신다고 했다. 이것을 보면 1회 복용량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찬으로 나온 우엉 장아찌 한두 번 집어 먹어선 효과를 보기 힘들다.

우엉 씨는 한약재로도 많이 사용한다. 우엉 씨는 맛이 맵고 기운은 평이하면서 독은 없다. 우엉 씨는 목이 붓고 아프거나 피부에 발진이 있을 때 주로 사용되는데 임상에서 편도선염, 인후염, 피부발진, 두드러기 등에도 자주 활용된다.

우엉 씨는 노인들을 총명하게 하면서 급·만성 퇴행성관절염에도 좋고 소변도 잘 보게 한다. <식료본초>에는 ‘우엉 씨는 눈과 귀를 밝게 하고 허리와 무릎에 좋다. 씨앗을 가루내어 술에 담가 3일 지난 뒤 매일 2~3잔을 마시는데 체질에 따라 양을 조절한다’고 했다. 만일 술을 못 마시는 경우는 우엉 씨를 살짝 볶아서 가루를 낸 다음에 다려서 차처럼 마셔도 좋다. 하지만 한꺼번에 많이 섭취하면 설사를 할 수 있다. 평소 기허(氣虛)로 혈색이 창백하거나 잦은 설사에는 섭취하지 않는다.

평소 우엉을 잘게 편 썰어서 말려 뒀다가 차로 마셔도 좋겠다. 한번에 10그램 정도씩 약한 불로 30분 이상 다려서 하루 2~3그램 먹으면 적당하다. 우엉 씨가 있다면 우엉 씨를 가루 낸 후 함께 4~6그램 정도 넣어도 좋다. 우엉 씨는 가루 내지 않으면 유효성분이 잘 우러나지 않는다. 속이 차고 소화가 잘 안 되면서 설사가 나는 경우는 주의해야 한다.

우엉은 그렇게 맛 좋은 음식은 아니다. 그런데도 꾸준하게 식탁 한 켠에 자리해 밀려나지 않는 이유가 있다. 바로 건강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우엉은 다양한 효과가 있어 약으로 사용되기에 충분하다. 우와~ 다양한 효능이 있는 우엉! 반찬으로 먹어야 할까? 약으로 먹어야 할까? 고민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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