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대추나무에 ‘건강’ 걸렸네…식품으로도 약으로도 손색없어
[한동하의 식의보감] 대추나무에 ‘건강’ 걸렸네…식품으로도 약으로도 손색없어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8.3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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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가을이 되면 어릴 적 텃밭의 대추나무가 떠오른다. 필자는 어릴 적 텃밭에 작은 대추나무를 심었다. 그냥 구석에 방치해뒀는데도 대추나무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라더니 수년 후에는 실로 엄청나게 많은 대추가 열렸다. 어쩌다 대추를 한번 따볼까 하면 가시 때문에 그만두기 일쑤였다.

대추나무에는 아주 큰 가시가 많다. 따라서 대추는 한자어로 ‘조(棗)’라고 부른다. 조(棗)자는 가시 자(朿)자 두 개가 붙어서 만들어진 한자다. <본초강목>에 보면 ‘조(棗)는 성(性)이 높아서 자(朿)를 위아래로 쌓아 겹쳐서 만들었다’고 했다. 대추나무의 키가 크다는 말이다.

대추는 옛날부터 과자로 많이 만들어 먹었다. 과자라고 하면 요즘이야 바삭거리는 튀김류를 떠올리지만 사실 원래는 과일에서 출발한 것이다. 따라서 한자 표기도 과자(果子)다. 대추는 껍질과 씨앗을 제거해서 햇볕에 말려서 말아 놓은 것을 조권(棗圈)이라고 해서 과자로 만들어 많이 먹었다.

대추는 다양한 방법으로 섭취해서 부르는 이름도 많았다. 생것은 생조(生棗), 붉은 대추를 말린 것을 대조(大棗) 혹은 건조(乾棗), 잘라서 햇볕에 말린 것을 조포(棗脯), 삶아서 즙을 낸 것을 조고(棗膏) 혹은 조양(棗瓤), 익힌 것을 교조(膠棗), 교조를 찧어서 말린 것을 조유(棗油)라고 했다. 이렇게 다양한 대추를 쓰임새에 따라서 만들어 섭취했고 약에 넣기도 했다.

대추는 붉게 익은 대추를 말려서 먹는 것이 가장 이롭다. 말린 대추는 맛이 달고 기운은 평하고 독은 없다고 했다. 특히 말린 대추는 과거부터 약으로도 많이 사용해왔다. 약방에 감초라는 말이 있는데 감초 이외에도 강삼조이(姜三棗二, 생강 3쪽 대추 2개)라고 해서 대부분의 처방에 꼭 들어가는 것이 바로 대추다.

<신농본초경>에는 대추의 효능이 다음과 같이 기록돼 있다. ‘심복(心腹)의 사기(邪氣)를 주관하고 속을 편하게 하며 췌장의 기운을 길러준다. 12경맥을 돕고 위기를 편하게 하며 구규(九竅)를 통하게 한다. 기운과 진액부족, 몸의 부족함을 돕고 크게 놀란 것, 팔다리가 무거운 것을 다스린다. 백약(百藥)을 조화롭게 한다. 오랫동안 복용하면 몸을 가볍게 하고 수명을 연장한다’고 했다. 이런 내용을 보니 대추를 꼭 먹어야 할 것 같다.

먼저 대추는 몸의 기운을 보한다. <본초강목>에는 ‘보중익기(補中益氣)하고 오장을 보하고 허손(虛損)을 치료한다’고 했다. 보약 처방 중에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이 있다. 처방의 이름은 그 처방의 효능을 대별하는 것인데 대추 자체에 동일한 효능이 있다는 것이다. 대추는 대표적인 보약이다.

대추는 심리적 안정작용이 있다. <본초강목>에서는 ‘대추는 의지를 견고하게 하고 힘있게 하며 가슴이 답답함을 제거한다’고 했다. 이것은 대추가 불안, 초조로 인해서 안절부절 못함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항간에 대추에 불면증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도 심리안정 작용의 일환이다.

<본사방>에 재밌는 사례가 있다. ‘어떤 부인이 장조증(臟燥症, 불안신경증)에 걸렸다. 울기를 멈추지 않고 기도를 너무 많이 해서 손이 닳을 정도였는데 대조탕(大棗湯, 대추탕)을 복용시킨 결과 한 제로 나았다’는 기록이 있다. 불안신경증에 대추를 상복해 볼 만하다.

앞서 언급한 ‘구규를 통하게 한다’는 것도 머리를 맑게 하고 인지능력과 사고능력에 도움을 준다는 의미다. 구규(九竅)는 몸에 난 9개의 구멍으로 눈(2개), 코(2개), 귀(2개), 입, 전음(배뇨관), 후음(항문)을 의미한다. 구규 중 한 곳이라도 막힌다면 답답해서 미쳐버릴 것이다.

대추는 해독작용이 있다. 위에서 대추는 백약을 조화롭게 한다고 했다. <본초강목>에서도 ‘오두, 부자, 천웅황의 독을 죽인다’라고 했다. 이러한 내용은 대추도 감초처럼 다른 약재의 독성을 줄여주면서 약성을 부드럽게 하는 효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추는 향수로도 사용됐다. <식료본초>에는 ‘대추를 계심(桂心)·백과인(白瓜仁)·소나무 껍질과 함께 환을 만들어 오래 먹으면 몸에 향기를 나게 하고 옷에도 향기를 나게 한다’고 했다. 최근의 향수들은 대부분 합성원료들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런 아이디어를 통해서 건강에도 좋은 ‘천연 먹는 향수’를 개발해도 좋겠다.

다만 대추는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다. 너무 비만한 자는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복부비만의 경우다. 한의서에도 ‘중만자(中滿者)는 대추의 감미(甘味)를 줄여라’고 했다. 당분함량이 높아 당뇨병환자도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말린 대추나 꿀에 절인 대추를 간식처럼 많이 먹어도 치아 색이 갈색으로 변하고 충치도 쉽게 생긴다.

모든 한의서에 생대추는 많이 먹지 말라고 했다. 생대추에 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많이 먹으면 으슬거렸다가 더웠다가 하게 만든다. 또한 열감이 있으면서 갈증이 나고, 속에 팽만감이 생기고, 장부의 기운을 동(動)하게 하여 췌장의 기운을 손상시키면서 습열을 조장한다’고 했다. 주위에 보면 생대추를 간식처럼 먹는 경우가 많은데 새겨 둘 필요가 있다.

또 항간에 대추씨는 독이 있어서 버려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대추씨는 독이 있어서 버리는 것이 아니라 대추육만으로 고(膏) 등을 만드는 과정에서 씨와 껍질을 제거하는 것일 뿐이다. 그 어디에도 대추씨에 독이 있다는 기록은 없다. 심지어 <본초강목>에는 3년 된 대추씨는 약으로 사용한다고 했는데 ‘맛은 쓰고 기운은 평이하면서 독은 없다’고 했다. 또 배앓이와 나쁜 기운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대추는 삼계탕이나 약밥, 고기찜 등에도 많이 넣는다. 이때 칼로 껍질에 한 번 상처를 내거나 손톱으로 쪼개서 넣어야 대추육 부위의 성분이 잘 우러난다. 요리하고 난 대추는 먹어도 되고 버려도 된다. 대추껍질의 탄닌이 중금속 흡착효과가 있다지만 먹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또 버려도 되는 이유는 이미 대추 속 유효성분은 탕이나 국물에 모두 녹아났기 때문이다.

대추는 맛도 좋고 효과도 좋아 식품이나 약으로 손색이 없다. ‘대추나무에 건강 걸렸네’ 대추가 주렁주렁~ 열리면 몸은 건강건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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