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보글보글 거품 나는 소독약, 오히려 상처 회복 방해한다고요?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보글보글 거품 나는 소독약, 오히려 상처 회복 방해한다고요?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9.28 13: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약사님, 소독약 하나 주세요.”

“안녕하세요. 어디 다치셨어요?”

“제가 다친 건 아니고요. 저희 아이가 자전거 타다 다쳤는데 소독하고 연고 바르려고요.”

“아, 다친 부위가 넓나요?”

“좀 쓸렸어요. 아주 넓진 않은데...그래도 덧날까 봐 걱정이네요.”

“그렇다면 옥테니딘(옥테니셉트, 비엘엔에이치)을 한 번 써보세요. 항균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없어 사용에 아주 좋은 소독약입니다.”

“이건 안 들어본 건데 혹시 과산화수소수는 없나요?”

“과산화수소수도 있지만 환부에 닿으면 통증을 느낄 수 있고 상처 부위가 넓은 경우 오히려 흉터가 더 생길 수도 있어요.”

“그래요? 거품 나면서 따끔거려야 소독되는 거 아닌가요?”

소독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소독은 분명 외부에 존재하는 균을 제거하는 처치를 말합니다. 우리는 보통 멸균과 소독을 비슷한 용어로 사용하고 있지만 이 둘은 다릅니다.

멸균(Sterilization)은 모든 미생물을 죽이는 것으로 환부에 사용하는 기구나 의료용 제품에 적용합니다. 반면 소독(Disinfection)은 모든 미생물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을 제거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즉 인체에 특별히 문제를 일으키지 않거나 도움을 주는 미생물은 죽이지 않는 방법이죠.

그렇다면 상처가 났을 때나 수술 등 외과적 처치를 받았을 때 환부에 적용하는 미생물 처치방법은 무엇일까요? 맞습니다. 바로 소독입니다. 반면 귀걸이 등을 사용하기 전에 적용하는 미생물 처치방법은 멸균입니다. 멸균과 소독약은 각각 성분도 다르니 상황에 맞게 구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일단 약국에서 흔히 구입할 수 있는 소독제에는 의약외품과 일반의약품이 있습니다. 소독용 에탄올과 과산화수소수는 의약외품이고 포비돈요오드, 클로르헥시딘 복합제, 옥테니딘 등은 일반의약품이죠. 각 성분의 작용기전을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소독용 에탄올은 세포 내 단백질을 응고합니다. 한마디로 단백질이 변성돼서 세포를 죽이는 원리죠. 과산화수소수는 효소와 반응해서 활성산소를 발생시키고 이 활성산소가 세포를 공격해 효과를 나타냅니다. 과산화수소를 상처 부위에 바르면 기포가 올라오는 것도 활성산소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포비돈요오드는 포비돈과 결합돼 있던 요오드가 서서히 방출되면서 미생물을 파괴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클로르헥시딘 역시 세균 세포벽을 파괴해 미생물을 제거합니다. 옥테니딘은 세균 세포막에 작용해 살균효과를 보이죠.

각 성분의 장단점을 살펴보면 소독용 에탄올과 과산화수소수, 포비돈요오드는 미생물과 인체를 가리지 않고 공격합니다. 멸균제에 가까워요. 단 과산화수소수는 상처 부위에서 발생한 효소와 반응을 보여야 하고 포비돈요오드 역시 요오드 방출속도가 느리고 착색될 수 있기 때문에 금속류 멸균에 사용하긴 어렵습니다(초창기 요오드화 칼륨은 기구 살균용으로 사용했음). 만일 귀걸이 등의 미생물 제거 용도로 사용한다면 소독용 에탄올이 가장 좋습니다.

반면 클로르헥시딘과 옥테니딘은 미생물에 보다 선택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소독제라 볼 수 있습니다. 이 두 성분을 기구에 사용한다고 살균효과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클로르헥시딘은 항균력이 강하지 않고 옥테니딘은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기구 소독용보다는 피부에 적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번 칼럼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과산화수소수와 포비돈오요드입니다. 과산화수소수는 요즘 피부 소독에 적용하기보다는 청소나 빨래를 할 때 더 많이 쓰는 것 같아요.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과산화수소수는 매우 불안정한 산소 원자가 붙어 있는데 이것이 분해되면서 나오는 활성산소가 무차별적으로 세포를 공격하면서 살균 효과를 발휘합니다. 이때 발생하는 활성산소가 피부를 강하게 자극함으로써 통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과산화수소수 사용 후 자극감이 강하게 느껴지면 소독효과가 크다는 의미겠지만 그만큼 내 피부도 손상되고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특히 과산화수소수는 상처 회복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 섬유아세포를 손상시켜 상처 치유를 더디게 하며 TGF-β1의 생성을 유도해 흉터를 더욱 크게 만들 수 있습니다.과산화수소수는 정상 피부 조직에도 아주 강한 자극을 일으켜 화학적 화상(화학물질에 의해 피부가 손상되는 것)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과산화수소수가 단백질과 반응하면 물과 산소가 발생합니다. 상처에 과산화수소를 바르면 보글보글 올라오는 것이 바로 산소예요. 산소는 과산화수소수 반응이 끝날 때까지 지속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공기가 잘 통하지 않는 습윤밴드 등으로 덮어두면 환부에 가스가 찰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과산화수소수로 소독했다면 환부를 덮어 놓는 제제들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사용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소독약으로 많이 알려진 성분은 ‘포비돈오요드’입니다. 포비돈요오드는 광범위한 살균효과로 아주 오랫동안 소독약으로 사랑받고 있죠. 반응성이 매우 큰 요오드가 살균효과를 보이는 것인데요. 초창기 사용된 요오드화칼륨은 상처에 매우 자극적이었지만 이후 포비돈에 요오드를 결합시킨 포비돈요오드가 나오면서 피부 자극은 최소화하고 살균효과는 극대화됐습니다.

다만 포비돈요오드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요오드가 방출돼야 하는데 보통 30초~1분 정도 걸립니다. 소독약이 마를 정도로 시간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효과가 나타나며 용액이 묻어 있는 동안 지속됩니다. 환부에 바른 뒤 바로 닦아내면 충분한 소독효과를 낼 수 없다는 걸 기억하세요.

또 상처가 넓은 경우 직접 닿으면 요오드가 혈액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요오드는 소량으로도 독성을 나타낼 수 있어 되도록 환부 주변 위주로 소독하는 것이 좋습니다. 임산부, 수유부, 영유아, 갑상선기능이상환자는 아예 포비돈요오드를 사용해선 안 됩니다. 

이 모든 내용을 종합해볼 때 ‘과연 상처는 소독하는 것이 맞을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생깁니다. 과거에는 상처가 나면 무조건 소독했지만 현재는 균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꼭 소독을 권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판단하기 애매하다면 소독하는 것이 좋을 수 있겠죠. 이때 피부에 자극이 없는 소독제를 사용하길 권장합니다. 미생물을 죽이려다가 정상 조직과 상처 치유 세포들까지 죽인다면 소독하는 의미가 없을 테니까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