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한의 화장품 파헤치기] 화장품 EWG등급으로 인한 소비자 불안 증폭…마케팅에 속는 건 아닐까
[닥터 한의 화장품 파헤치기] 화장품 EWG등급으로 인한 소비자 불안 증폭…마케팅에 속는 건 아닐까
  • 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fk0824@k-health.com)
  • 승인 2021.10.0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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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가습기사건 후 화학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공포감이 높아졌다. 이러한 공포심과 불안은 화장품까지 확산돼 화장품의 전 성분을 확인하면서 피부에 해로운 화학성분을 꼼꼼히 확인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했다.  

화학성분에 대한 소비자의 공포심리를 일찌감치 눈치챈 한 화장품판매업체가 ‘EWG’라는 안전등급 화장품을 내놓으면서 소비자에게 인기다. 화학성분으로부터 안심할 수 있는 화장품이라는 콘셉트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하지만 EWG등급을 받았다고 해서 정말 피부에 안전할까? 혹시 마케팅용은 아닐까?

먼저 EWG는 ‘Environmental Working Group’의 약자로 미국의 비영리환경단체다. 하지만 이 단체는 자료를 수집하는 방법 등에 문제가 많아 과학분야에서 신뢰성에 의구심이 높다. 듀크대학교 교수이자 미국 아카데미 피부학술원의 대변인인 조드레일로스(Zoe Draelos)는 EWG의 2010년 선크림 보고서에 대해 “EWG는 불공정하고 광범위한 일반화(속단)를 하고 그들의 권고는 아주 옛날식의 기술에 기초한다”고 비판했다.

격주로 발간되는 경제지인 포브스는 EWG가 음식, 화장품, 유아용품에 대한 분석은 근본적으로 오류가 있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구매추천을 하는 단체들에 의해 많은 지원을 받고 있는 점을 들어 이들이 더럽다고 주장하는 과일이나 음식들보다 이들이 더 더럽다고 꼬집었다. 2018년 기준 EWG는 이 인증으로 연간 15억원 정도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WG등급은 화장품 성분분석어플인 ‘화해’를 통해 알려졌다. 화해는 대한민국 대표 화장품판매어플로 ‘모든 소비자가 더 똑똑하게 화장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믿을 수 있는 유용한 화장품정보를 제공하고자 합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화해는 단순한 화장품판매사이트에 불과한데 여기서 제공하는 정보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EWG는 색깔과 숫자로 등급을 매겨 화장품성분의 안전성을 판단하는데 숫자가 낮을수록 위험성이 낮은 것을 의미한다. 궁금한 화장품 이름을 검색창에 치면 ▲낮은 위험도 ▲중간위험도 ▲높은 위험까지 단계별로 확인할 수 있다. 1~2등급은 그린 등급, 3~6등급은 옐로우 등급, 7~10등급은 레드 등급이며 ’등급 미정‘은 회색으로 표시된다. 이는 EWG에 등록돼 있지 않은 성분이란 뜻이다. 

즉 유해연구결과가 EWG에 등록되지 않았다면 위험한 성분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얘기다. 예컨대 화장품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향료는 위험 등급이지만 EWG에 등록되지 않았다면 유해한 성분이든 아니든 등급위험도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다.

또 위험등급을 평가하는 요소는 ▲암 ▲내분비 ▲신경독성 ▲알레르기·면역 ▲돌연변이 ▲사용제한 등 여러 가지다. 하지만 화장품을 평가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몸에 발랐을 때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다. 화장품의 경우 립스틱이나 립밤을 제외하면 피부에 바르거나 바르고 난 뒤 씻어내는 제품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즉 화장품 평가에 있어서는 신경독성이나 돌연변이와 같은 평가위험요소에 더해 알레르기나 면역반응 같은 실제 피부에서 나타날 수 있는 반응에 대한 평가가 가장 중요한 척도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적어도 EWG등급은 화장품평가에 최적화된 평가요소가 아니라는 뜻이다.  

화해어플에 의해 EWG 평가가 무조건 신뢰할 수 있는 것으로 둔갑되면서 ’그린 등급 화장품=좋은 화장품‘이라는 식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EWG는 과학적인 자료라고 보기 어렵다. 단지 이들이 마케팅용으로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EWG 1등급 화장품은 무조건 좋은 화장품이라는 편견을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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