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환경호르몬(내분비계교란물질) 비스페놀A가 비알콜성 지방간의 발병을 높인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밝혔다.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은 5일 신경과 안상준 교수, 가톨릭관동의대 융합과학교실 양윤정 교수가 ‘한국 성인의 요중 비스페놀A 수치와 비알콜성 지방간의 연관성’ 연구 논문을 통해 이 사실을 밝혔다고 전했다.
비스페놀A는 포장용기, 플라스틱, 합성수지, 영수증 등 다양한 생활용품에 쓰여 일상에서 우리 몸에 노출되기 쉽다. 10명 중 9명에서 비스페놀A가 검출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동안 비스페놀A는 생식기관, 당뇨, 뇌 발달, 비만 등에 악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비알콜성 지방간 발병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규명된 것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아도 간에 지방이 축정돼 알코올성 지방간과 유사한 간내 손상이 생기는 질환이다.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유병률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연구팀은 제3기 국민환경보건 기초조사(2015~2017년) 데이터에서 무작위로 샘플링한 3476명의 소변과 혈액 샘플을 채취해 분석했다. 이후 혈액검사 결과를 토대로 지방간지수(HSI: Hepatic Steato Index)에 따라 비알콜성 지방간 그룹과 일반인 그룹을 나눠 요중 비스페놀A 농도를 측정했다.
연구 결과 비알콜성 지방간 그룹의 요중 비스페놀A 농도는 리터당 평균 2.56μg(마이크로그램)이었고 일반인 그룹(2.44μg/L)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다. 또 요중 비스페놀A의 농도가 높을수록 비알콜성 지방간 유병률과 간수치(ALT) 또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상준 교수는 “비스페놀A 외에도 최근 본 연구팀이 분석한 결과 다이에틸헥실 프탈레이트(DHEP)도 지방간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환경호르몬이 신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연구 결과가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어 환경호르몬 노출을 최소화할 방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논문은 환경·건강 분야의 국제학술지인 ‘환경 건강 및 예방의학(Environmental Health and Preventive Medicine)’ 9월호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