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굴’은 겨울철 온 가족 건강 책임지는 바다의 보물
[한동하의 식의보감] ‘굴’은 겨울철 온 가족 건강 책임지는 바다의 보물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11.1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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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굴은 ‘바다의 우유, 바다의 소고기’라는 별명이 있다. 옛말에 ‘배 타는 어부 딸은 얼굴이 검어도 굴 따는 어부 딸은 얼굴이 하얗다’는 속담도 있다. 그만큼 굴은 영양분도 풍부하고 몸에도 좋다는 의미일 것이다.

굴은 이매패강 굴목 굴과에 속하는 연체동물이다.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지역에 서식하면서 식용되고 있다. 국내에는 참굴, 토굴(떡굴), 바위굴, 강굴(벚굴) 등이 있는데 이 중 우리가 마트에서 가장 흔히 보고 쉽게 섭취하고 있는 종은 바로 참굴이다.

굴은 한자로 모려육(牡蠣肉)이라고 한다. 과거부터 식용해오면서 다양한 한의서에 그 효능이 기록돼 있다. <동의보감>에서 굴은 ‘맛도 좋고 몸에도 아주 좋다. 또한 살결을 곱게 하고 얼굴빛을 좋아지게 하는데 바다에서 나는 식료품 가운데서 가장 좋다’고 했다. <식료찬요>에도 ‘바다생물 중 모려가 가장 귀하다’고 했다. 굴은 과거부터 귀한 해산물로 여긴 것 같다.

굴이 피부건강에 좋다는 내용은 <본초강목>에도 나온다. 역시 ‘피부를 곱게 하고 안색을 좋게 한다’고 했다. 굴 따는 어부의 딸의 피부가 뽀얗 것도 이유가 있으리라. 이것은 굴의 보음(補陰)효과에 의한 것으로 굴은 피부보습 성분, 남성의 정액, 여성의 정상적 질분비물, 유즙 등을 보충해주는 효과가 있다.

굴은 불면증과 불안신경증에 좋다. <식경>에는 ‘불면증과 정신이 불안정한 것을 치료한다’라고 했다. 역시 굴은 음(陰)의 기운을 보충해주기 때문에 허열(虛熱)을 내리고 심리적으로도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진정시킨다. 굴은 기운을 아래로 내려주고 몸을 촉촉하게 해주는 기운이 있는 것이다. 영양학적으로는 굴에 풍부한 칼슘이 수면호르몬 멜라토닌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굴은 성장발육과 골다공증에도 좋다. 굴에는 칼슘이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들의 뼈 발육과 중장년층의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특히 굴 껍질을 불에 구워 가루 낸 다음 식초에 2주 이상 넣어뒀다 식초물을 걸러 조금씩 마시거나 요리에 활용하면 좋다. 이름하여 ‘천연 굴칼슘 식초’다.

굴은 활력을 주면서 성기능을 강화시킨다. 굴에는 글리코겐과 함께 단백질이 풍부하다. 특히 필수아미노산 중 라이신이 많고 B12도 많아 기운이 난다. 글리코겐은 글루코스(포도당)의 집합체로 사람의 간이나 근육에 저장되는데 필요에 따라 포도당으로 분해돼 에너지원이 된다.

무엇보다 굴은 아연 함량이 가장 높은 식품이다. 굴에 풍부한 아연은 남성 정액을 만들어내는 원료이면서 생식기능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아연은 면역력을 높이는 대표적인 미네랄로 아토피피부염환자들에게도 적극 추천된다.

굴은 어린 자녀부터 나이 지긋한 부모님까지 온 가족에게 두루 도움이 되는 식품이다. 단 성질이 서늘하기 때문에 평소 소화기가 약한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또 겨울 외 다른 계절에 섭취한다면 식중독 예방을 위해 겨울철 채취한 냉동굴이나 말린 굴을 선택해야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굴은 음주 후 갈증을 없앤다. <본초정화>에는 특히 ‘생굴을 생강식초에 담갔다가 먹으면 음주 후에 답답하면서 열이 나는 것과 갈증을 멎게 한다’고 했다. 굴을 생강식초에 찍어 먹는다는 내용은 생굴을 섭취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으로 다른 많은 한의서에도 공통으로 기록돼 있다.

하필이면 왜 생강식초일까. 아마도 굴을 먹고 탈이 나는 경우가 꽤 있었던 것 같다. 상한 것이 아니라도 굴의 냉성이 체질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본초강목>에는 생굴의 기운이 ‘따뜻하다’고 했고 <중약대사전>에는 ‘평(平)하다’고 했다. 하지만 <의림촬요>에는 ‘약간 차갑다’라고 했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굴의 성질은 차가운 편에 속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야만 하기(下氣), 보음(補陰)하면서 번열을 내린다는 효능도 설명이 가능하다. 따라서 차가운 기운의 굴을 먹고 배탈이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운이 따뜻한 생강과 곁들여서 먹어왔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소음인들에게 굴과 생강식초는 최고의 궁합으로 여겨진다.

요즘에는 굴에 레몬을 많이 뿌려서 먹는다. 레몬의 구연산은 세균 번식을 막아 식중독을 예방하고 철분흡수를 촉진한다. 또 해산물의 비린내 성분인 알칼리성을 레몬의 산이 중화시켜주기 때문에 굴의 독특한 비린내도 줄어든다. 생선회에 레몬즙을 뿌려 먹는 이유도 이와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굴껍질도 약으로 사용했다. 굴껍질을 모려(牡蠣)라고 하는데 굴껍질은 보통 태워서 가루 내 사용하기 때문에 모려분(牡蠣粉)이라고도 한다.

굴껍질은 기운을 수렴한다. 따라서 몸에서 밖으로 새어나가는 것을 막아준다. 예를 들면 식은땀, 남성의 경우 정액이 저절로 새는 증상, 여성의 경우 자궁출혈과 냉대하 등에도 효과가 있다. 또 관절을 튼튼하게 하고 가슴이 답답한 번열감, 뱃속의 뭉친 기운을 풀어준다. 갑상선 종대와 연주창(결핵성임파선염) 등에도 사용됐다.

굴껍질은 속쓰림에 특효다. 굴껍질은 대부분 탄산칼슘으로 구성돼 있어 과거부터 위산으로 인한 속쓰림, 소화성궤양, 위산과다증에 다용해 왔다. 탄산칼슘은 위산을 중화시키기 때문이다. 굴껍질은 그냥 끓여 먹기도 하고 구워서 곱게 가루 내거나 환으로 만들어 먹는다.

굴 섭취를 주의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굴은 성질이 서늘하기 때문에 속이 냉하고 소화기가 약한 소음인이 생굴을 먹으면 설사를 하고 오히려 기운이 떨어진다. 반면 땀이 많고 비만한 태음인에게는 특히 좋은 식품이다.

‘보리가 패면 굴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속담이 있다. 봄철에 날이 더워지면서 굴이 산란기에 접어들면 독소가 생성되기 때문이다. 만일 겨울이 아닌 다른 계절에 굴을 섭취한다면 겨울철에 채취한 냉동굴이나 말린 굴을 선택해야 한다.

끝으로 한인현 님 작사의 ‘섬집 아기’라는 동요를 개사해서 마무리한다.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 아기는 아침에 끓여준 굴국을 먹고 스르르 잠이 듭니다 /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 싱싱한 생굴을 음주 후 갈증 났을 남편에게 먹이려고 / 엄마는 굴 먹고 튼튼해진 관절로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 엄마는 오늘도 굴로 온 가족의 건강을 챙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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