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로 스트레스 푸는 당신, ‘장시간 근로’ 때문일 수도
술·담배로 스트레스 푸는 당신, ‘장시간 근로’ 때문일 수도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12.0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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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강모열 교수팀 연구결과 발표
근로시간 길수록 나쁜 생활습관 가질 위험↑
흡연·음주량 늘고 운동비율·수면시간은 줄어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강모열 교수

보통 술이나 담배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을 보면 생활습관이 나쁘다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생활습관을 가지게 된 것이 알고 보면 장시간 근로 때문일 수도 있다.

최근 국내 의료진의 연구결과 주 평균 근로시간이 증가할수록 흡연, 음주, 운동, 수면시간 등의 항목에서 나쁜 생활습관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강모열 교수(교신저자),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이동욱 교수(제1저자) 연구팀은 한국의료패널 자료(2011~2014년)를 활용, 임금근로자 6937명을 대상으로 주 평균 근로시간과 건강 관련 생활습관 위험요인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1주 평균 근로시간이 증가할수록 흡연할 가능성이 높았으며 같은 흡연자라도 근로시간이 길수록 흡연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또 근로시간이 길수록 음주할 가능성이 높았으며 술을 마시는 사람 중에서도 음주량이 증가하는 것이 확인됐다. 규칙적인 운동 비율은 근로시간이 길수록 줄었고 수면시간 역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시간 근로가 나쁜 생활습관을 형성하는 데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우리나라 평균 근로시간은 2020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br>
장시간 근로가 나쁜 생활습관을 형성하는 데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우리나라 평균 근로시간은 2020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더 나아가 연구팀은 주 40시간 근로자를 기준으로 52시간 초과 근무자의 건강 관련 생활습관 위험요인이 발생할 가능성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흡연할 가능성은 21% 높았으며 고위험 음주를 할 가능성은 12%, 술 마시는 사람은 9.1% 더 많은 음주량을 보였다. 고위험 음주는 최근 1년 동안 술을 마시는 날 평균 음주량이 남자 7잔 이상, 여자 5잔 이상이며 주 2회 이상 음주를 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규칙적인 운동을 할 가능성은 20% 낮았으며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2.8% 더 짧았다. 즉 장시간 과로로 쌓인 스트레스를 충분한 수면이나 규칙적인 운동으로 해소하지 못하고 흡연, 음주와 같이 건강하지 못한 방식으로 해소하는 경향이 확인된 것이다.

연구팀은 “그간 장시간 근로가 생활습관을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근거는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일괄된 결과를 보이지 않았는데 이번 연구는 장시간 근로가 근로자의 흡연, 음주, 운동, 수면에 미치는 악영향을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강모열 교수는 “장시간 근로는 단순히 개인이 근로할 시간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삶의 영역 전반에 미치는 유해요인으로 우리 사회가 인식해야 한다”며 “특히 업무상 질병 심의 시 개인의 생활습관이 나쁘면 질병의 원인을 개인 탓으로 돌리곤 하는데 사실 그런 생활습관도 근무조건과 연관돼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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