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비중성화 암컷의 생명을 노리는 ‘자궁축농증’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비중성화 암컷의 생명을 노리는 ‘자궁축농증’
  • 신성우 화성 병점 블루베어동물병원 대표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12.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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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우 피어프리 중점 진료 병점 블루베어동물병원 대표원장
신성우 피어프리 중점 진료 병점 블루베어동물병원 대표원장

“우리 강아지가 밥을 안 먹고 기운이 통 없어요.”

며칠 전 한 보호자가 강아지를 안고 방문했다. 환자는 10살 시츄였다. 생식기에서 노랗고 끈적한 액체가 나오고 있었다. 밥을 안 먹은 지 얼마나 됐냐는 질문에 보호자는 2~3주 정도라고 말했다. 난 그 말을 듣고 보호자가 원망스러웠다. 만약 사람이, 아니 자신이 그렇게 밥을 못 먹을 정도로 아팠다면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병원에 안 왔을까?

해당 반려견은 결국 자궁축농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응급수술에 들어가게 됐다. 거의 축 처져서 왔고 체온도 높아서 이 강아지의 자궁축농증을 해결해주지 못하면 점점 상태가 안 좋아질 것이 뻔했다. 응급수술 후에 입원이 아닌 통원치료를 받으면서 건강을 회복했고 잘 퇴원했다.

자궁축농증이란 암컷 강아지의 생식기관 호르몬 변화의 결과로 자궁에 발생하는 세균성감염질환이다. 암컷 강아지는 폐경이 없다. 삶이 다해서 죽을 때까지 6개월 주기로 발정기가 찾아온다. 그러다 보니 평생 자궁경관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다 보니 수축력이 떨어져 발정 후 완전히 닫히지 않을 수 있다. 자궁축농증은 치료시기를 놓치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자신이 암컷 강아지, 고양이를 키우면서 중성화수술을 하지 않았다면 꼭 눈여겨서 읽어보길 바란다.

자궁축농증은 개방형(Open-type)과 폐쇄형(Closed-Type)으로 나뉜다. 개방형은 눈으로 외음부에 맺힌 고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개방형은 계속 고름이 배출되기도 하고 보호자가 빠르게 확인할 수 있어 대응이 좋은 편이긴 하다. 고름은 꽤 불쾌한 냄새를 동반한다. 끈적하고 어떤 맛이 나기 때문에 강아지, 고양이가 많이 핥곤 한다.

폐쇄형은 자궁 안에만 고름이 차는 것이다. 강아지, 고양이가 배가 부풀고 구토나 설사 등이 나타난다. 개방형과 폐쇄형의 공통적인 증상은 무기력, 다음다뇨(세균이 자궁 안에 분비하는 독소는 신장에도 영향을 미쳐 소변량이 늘고 이에 대한 보상작용으로 물을 많이 마시기도 한다.), 외음부 부종 등이다.

중성화수술을 받지 않은 반려견이 한두 달 전에 발정기가 있었고 외음부에서 농성 또는 혈액성 삼출물이 보이며 발열, 기력저하 등 평소와 다른 상태를 보인다면 지체하지 말길 바란다.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면 자궁 안에 더 많은 농, 세균이 쌓이고 그로 인해 자궁파열, 패혈증 등이 생겨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자궁축농증을 진단받았다면 즉시 수술을 해서 빨리 자궁과 난소를 제거하는 것이 맞다. 만약 보호자가 “조금 지켜볼게요.”라고 한다면 그 시간 동안 반려동물은 목숨을 잃을 확률이 더욱 커진다. 자궁축농증은 초기에 수술할수록 예후가 좋기 때문에 이른 시간 안에 난소자궁절제술(암컷 중성화수술)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항생제 및 수액처치도 필수적이다. 자궁파열이 없다면 수술 후 생존율 및 예후는 좋은 편이다.

어떤 보호자는 자궁축농증 후에 입원해야 하냐고 묻기도 한다. 사실 입원을 많이 시킨다. 그러나 필자는 환자의 컨디션이 좋고 자궁파열이 없다면 통원치료를 선택하는 편이다. 반려동물은 동물병원에 있으면 꽤 스트레스를 받고 그로 인해 회복이 더뎌지기 때문이다.

자궁축농증이 내과적인 처치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강아지, 고양이가 마취를 버틸 수 있는 상태라면 무조건 외과적인 처치를 추천한다. 내과적인 처치를 원하는 보호자가 있어 시행해 본 적이 있지만 결국 1달 내로 수술을 했었다.

중성화수술을 안 시켰다면 보통 자연주의, 임신, 출산 등의 이유다. 하지만 일전에 말한 것처럼 반려견, 반려묘는 현재 우리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아야 한다. 그래서 현재 상황에 적응하는 것이 좋다. 첫 번째로 필요한 적응이 중성화이지 않을까 싶다.

자궁축농증은 굉장히 무서운 질환이다. 중성화수술, 정기검진 등을 받아 반려견이 자궁축농증으로 목숨을 잃지 않도록 꾸준한 관리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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