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병원 문턱…‘메타버스’ 타니 걱정 없네
높은 병원 문턱…‘메타버스’ 타니 걱정 없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12.2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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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체험기] 한림대의료원 메타버스 어린이화상병원

· 개원 50주년 맞아 ‘메타버스 어린이화상병원’ 개원
· 진료예약부터 건강상담, 화상안전정보 및 교육까지
· 가상병원 접속만으로 다채로운 의료서비스 이용 가능

“12월 28일 한림대의료원 메타버스 어린이화상병원에 초대합니다.”

이번 연말 아주 특별한 초대장을 받았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가상 화상병원에 초대받은 것.

메타버스는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와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의 합성어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을 모두 아우르는 차세대기술이다. 코로나19 사태 후 병원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의료현장에도 메타버스 플랫폼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한림대의료원은 1986년 국내 첫 화상전문치료기관으로 발을 내디딘 한강성심병원을 메타버스의 시작점으로 삼았다. 12월 18일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에 문을 연 ‘한림대학교의료원 메타버스 어린이화상병원(이하 어린이화상병원)’이 그 산물.

한강성심병원이 메타버스 기술 구현의 시작점이 된 것은 개원 50주년을 맞아 일송 윤덕선 박사의 주춧돌정신을 되새기고 이를 현실에 실현하기 위해서다. 윤덕선 박사는 당시 모두가 기피한 화상치료에 가장 먼저 나서 소외된 환자들을 한평생 보살폈다.

한림대의료원 측은 “일송의 주춧돌정신을 계승해 화상환자들에게 편리하고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비대면 시대 새로운 의료서비스 경험 기회를 선사하고자 가상병원을 개원하게 됐다”고 전했다.

한림대의료원 메타버스 어린이화상병원 내부 공간. 상담실, 클래스룸, 전시장, 플레이룸, 대강당 등 크게 6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초대 당일, 한껏 설레는 마음으로 어린이화상병원에 접속했다.

메타버스 세상에서는 가상 캐릭터(아바타)가 곧 ‘나’다.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캐릭터 생성 후 방향키를 이용해 부지런히 이동해야 한다. 가상병원 체험이 처음인지라 우왕좌왕했지만 학창시절 친구들과 한창 즐겼던 게임들을 떠올리면서 서서히 메타버스 세계에 빠져들었다.

어린이화상병원은 크게 ▲상담실 ▲클래스룸 ▲전시장 ▲플레이룸 ▲대강당 등 6개의 구역과 공원광장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은 한림대의료원 교직원의 안내에 따라 6곳 모두를 체험해볼 수 있었다.

상담실에서는 진료과목, 진료시간표, 진료예약 등의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병원 홈페이지에 접속해 일일이 해당 메뉴를 클릭할 필요가 없어 환자, 보호자가 보다 빨리 필요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먼저 상담실은 실제 병원 모습 그 자체였다. 입구에서는 진료과목과 진료시간표 등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진료예약 메뉴를 클릭하니 병원 홈페이지로 연동, 가상병원에서 바로 예약이 가능했다.

건강상담 메뉴 역시 병원 홈페이지와 연동돼 클릭만 하면 바로 상담내용을 남길 수 있었다. 사회복지사 상담이나 협력병원 진료의뢰 등 보다 세부적인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환자들을 위한 공간도 따로 마련돼 있었다.

전시장 내에 마련된 화상환자들을 위한 재활운동 정보

클래스룸과 전시장은 그야말로 화상 관련 정보 집결지였다.

클래스룸에서는 한림화상재단에서 시행하고 있는 다양한 신체‧심리지원 프로그램을, 전시장에서는 화상 예방법과 치료과정, 재활운동 등 환자‧보호자에게 도움 되는 화상 관리법들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이 정보들은 하나의 작품처럼 나란히 전시돼 있어 실제 전시장에서 그림을 감상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딱히 시간제한은 없어 현실과는 달리 자유로운 관람이 가능했다.

한림대의료원 메타버스 어린이화상병원 로비
플레이룸에서는 OX퀴즈부터 카드게임, 몸짱소방관 전시회까지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잠시나마 머리를 식힐 수 있는 공간이다. 

플레이룸은 말 그대로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놀이공간. 한림대의료원은 어린이화상병원 개원을 기념해 OX 퀴즈, 미로찾기 게임 등을 마련, 온 가족이 가상병원을 지루하지 않고 재밌게 체험해볼 수 있도록 했다. 카드게임 등 다른 일반 게임도 언제든 체험할 수 있다.

플레이룸에서는 아주 특별한 전시회도 경험할 수 있다. 일명 ‘몸짱소방관 달력 전시회’. 한림화상재단은 2014년부터 저소득 중증화상환자를 돕기 위해 몸짱소방관들이 달력모델로 참여하는 ‘몸짱소방관 달력 희망나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화상치료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몸짱소방관들이 달력모델로 참여하고 달력 판매수익금을 화상환자 치료에 기부하는 방식이다. 달력은 내년 1월 19일까지 GS SHOP, 텐바이텐 등을 통해 누구나 구매할 수 있다.

플레이룸 내 마련된 몸짱소방관 달력 전시회

마지막 종착지는 대강당. 마침 이날은 영등포구 어린이집 교사를 대상으로 화상안전 강의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비록 비대면이지만 각자 컴퓨터 화면에서 강의 자료를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채팅창을 통해 서로 소통도 가능해 현장교육 못지않게 생생했다. 어린이화상사고는 늘 경각심을 갖고 대비해야 하는 만큼 어린이집 교사들에게 매우 좋은 교육의 장이 될 것 같았다.

대략 1시간 좀 넘게 둘러본 어린이화상병원. 그저 높게만 느껴졌던 병원 문턱을 한결 편하게 넘은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가상병원에 한 번 접속하기만 하면 내가 궁금했던 정보들은 물론, 필요한 의료서비스까지 한번에 이용할 수 있어 참 편리했다.

한림대의료원 측은 “병원에 가거나 온라인에서 건강정보를 일일이 찾아야만 했다면 이제는 가상병원에 한 번 접속만 하면 진료의뢰 및 예약부터 화상안전교육, 응급처치교육, 사회복지서비스, 화상 치료정보 등을 안내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어린이화상병원은 앞으로 더 다채로워질 전망이다. 한림대의료원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의료원만의 실질적인 콘텐츠를 구성, 타 의료기관과 차별화된 의료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어린이화상병원 개원을 기념해 내년 1월 한 달은 화상환자와 보호자들을 위한 풍성한 행사들이 펼쳐질 예정이다(아래 표 참고). 또 내년 상반기에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직원 대상의 페스티벌도 진행된다.

한림대의료원 윤희성 상임이사는 “이번 어린이화상병원 개원을 시작으로 메타버스 활용 노하우와 실증단계를 거쳐 향후 전체 임상과로 확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다양한 콘텐츠와 의료서비스 등을 제공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병원 문턱을 낮춰 환자와 보호자들이 한층 병원을 친근하게 느끼고 필요한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보완‧발전시켜나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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