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건강 적신호 ‘혈뇨’, 검은 배변패드 썼다간 놓치기 십상!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건강 적신호 ‘혈뇨’, 검은 배변패드 썼다간 놓치기 십상!
  • 김태석 동탄 누리동물병원 대표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01.0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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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석 동탄 누리동물병원 대표원장
김태석 동탄 누리동물병원 대표원장

최근 반려동물 수가 증가하면서 관련 용품시장이 급성장, 그중 디자인이 특이한 제품이 많아졌다. 이때 배변패드는 실내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제품인데 검은 배변패드에 관한 일화가 있어 말하고자 한다.

덩치가 크고 비교적 건강했던 반려견이 어느 날 갑자기 기진맥진한 채로 거의 쓰러지다시피 해서 내원했다. 며칠간 밥도 잘 안 먹고 힘이 없어 걷지도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별다른 문제 없이 잘 지냈는데 이런 증상이 나타나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우선 상태가 위중해 여러 검사를 진행해 문제가 뭔지 확인해야 했다. 혈액검사 등을 통해 환자가 빈혈이 심각하고 적혈구 파괴로 소변색이 검붉어지는 혈뇨가 나타났다는 것을 확인했다.

보호자에게 강아지가 언제부터 이런 소변을 보았는지 물었으나 보호자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알고 보니 새로 나온 검은 패드를 써서 소변색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던 것이다. 흰색 패드를 쓰거나 타일 등 바닥에 배뇨했다면 확인했겠지만 검은 패드 때문에 병의 진행을 몰랐던 것이다.

환자는 극심한 빈혈로 생명까지 위협받는 상황이었기에 부작용의 위험을 감수하며 수혈치료를 하기로 했다. 그렇게 위기를 넘기고 정밀검사를 통해 면역매개성 용혈성빈혈(IMHA; 면역세포가 적혈구를 밖에서 온 적으로 인식해 공격해 파괴하는 면역매개질병의 일종)로 진단돼 지속적인 면역억제치료를 진행했다. 면역매개성 용혈성빈혈은 6~12개월 정도 면역억제제를 계속 투약해 증상 재발을 막는 것이 치료의 관건이다.

환자는 이렇게 힘든 치료를 이겨내고 다시 밥 잘 먹고 건강한 반려견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와 유사하게 푸들 한 마리가 말린 흑마늘을 여러 개 먹고 문제가 생긴 경우가 있었다. 적혈구가 파괴돼 혈뇨와 빈혈이 진행돼 식욕부진과 보행곤란 등의 증상을 보였던 것이다. 양파, 마늘, 파 등에는 치오설페이트라는 성분이 있어 이를 사용한 모든 음식은 적혈구를 파괴해 혈뇨와 심한 빈혈을 일으킨다. 때문에 이들을 많이 사용하는 우리나라는 보호자가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딱히 마늘이 들어있을 거라고 생각되지 않는 가공식품들(예를 들어 떡갈비, 동그랑땡, 만두 등)에도 마늘이 다량 들어있어 작은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반려견의 배뇨장소나 배변패드에서 소변의 색, 농도, 냄새나 소변에서 섞여 나온 결정 등을 확인해 반려동물의 건강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무심코 지나치지 말고 뚜렷한 변화가 있다면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기록한 후 주치의와 꼭 상담해야 한다.

필자도 반려동물을 키우며 가장 많이 신경 썼던 부분이 반려동물의 식욕상태나 소변, 배변 상태였다. 반려동물도 이런 기본적인 점검 속에서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것 같다.

번거롭지만 반려동물의 환경이나 몸 상태에 변화가 있다면 가벼이 넘기지 말고 세심히 관찰하고 의문이 들면 적극적으로 상담, 확인하는 것이 건강관리의 첩경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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