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균 없애는 제균치료, 장기간 혈당장애 개선에도 효과
헬리코박터균 없애는 제균치료, 장기간 혈당장애 개선에도 효과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2.0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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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김나영 교수팀, 연구결과 발표
5년간 추적관찰결과, 제균 후 1년째 혈당감소 나타나
65세 미만 대사질환 남성에서 뚜렷한 감소효과 보여
65세 미만 대사질환 남성, 적극적인 검사·제균치료 필요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 김원석 전문의,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최용훈 교수

헬리코박터파일로리(이하 헬리코박터균) 하면 익숙한 요구르트 광고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위암의 발암인자로 규정할 만큼 위 건강을 해치는 대표적인 세균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헬리코박터균은 위 점막과 점액 사이에 기생하면서 위염이나 기능성소화불량, 소화성궤양, 악성위점막 림프종 등을 일으키고 특히 위축성 위염 및 장상피화생 발생에 영향을 미쳐 위암 발병률을 크게 높인다.

나아가 헬리코박터균은 위장뿐 아니라 전신에서 염증성사이토카인 생산과 분비를 촉진, 대사질환을 유발한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2019년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 연구팀이 대규모 데이터 분석을 통해 헬리코박터균 감염증과 대사증후군 위험도 간 연관성을 규명한 바 있다.

다행히 헬리코박터균을 없애는 제균치료*를 통해 위암 발병률을 낮출 수 있는데 최근에는 이러한 제균치료가 혈당장애 개선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 헬리코박터균은 일반적으로 3가지 약물을 함께 사용해 제균한다. 위산을 강력하게 억제하는 프로톤펌프억제제와 두 종류의 항생제를 1~2주간 복용하는데 보통 이렇게 1주일 하면 약 70%, 2주 복용하면 80% 정도 치료할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 연구팀은 2019년 헬리코박터균 감염증과 대사증후군(복부비만, 고중성지방혈증, 낮은 HDL 콜레스테롤혈증, 고혈압, 공복혈당장애 중 3개 이상이 동반된 상태) 위험도 간 연관성을 규명한 데 이어 제균치료가 대표적인 대사질환인 혈당장애를 개선시킬 수 있는지를 밝히고자 추가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제균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혈당변화를 최장 5년에 걸쳐 장기간 추적관찰하고 헬리코박터 음성환자 및 비제균환자군과 당화혈색소(혈당을 측정하는 지표로 혈중 포도당의 평균치를 추산할 수 있음)를 비교 분석했다.

[그림] 헬리코박터 제균치료 환자군(파란색)과 헬리코박터 음성(검은색), 비제균(붉은색) 그룹의
5년간 당화혈색소 추세 비교

그 결과 제균치료 환자군은 치료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당화혈색소가 유의하게 감소하며 혈당 조절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헬리코박터 음성 환자군이나 제균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군은 수치가 증가했다(그림 참고). 이러한 집단 간 차이는 연구에서 제시한 최대 기간인 5년 후까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연구팀은 제균치료에 따른 당화혈색소 감소효과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집단이 ‘65세 미만’ 및 ‘남성’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65세 이상에서는 헬리코박터 이외에 노화로 인한 고혈압, 당뇨병 등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여성보다는 남성이 헬리코박터균 감염을 비롯해 위암과 대사증후군에 취약하기 때문에 제균치료의 이점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그간 국내외를 통틀어 헬리코박터 제균치료 후 장기간에 걸친 혈당변화를 분석한 연구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결과는 향후 헬리코박터균이 전신 대사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추가적으로 규명하고 종합적인 치료방안을 마련하는 데 핵심 근거가 될 전망이다.

김나영 교수는 “헬리코박터 제균치료는 위암을 비롯한 여러 위장 병변을 예방하고 위암 수술 후 사망률을 낮추는 등 다양한 효과가 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장기간 혈당장애가 개선되는 이점을 추가적으로 규명했다”며 “특히 65세 미만 대사질환이 있는 남성이라면 보다 적극적으로 헬리코박터 검사 및 제균치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나영 교수는 “본 연구에 이어 헬리코박터균 감염과 심부전, 관상동맥질환 등 심혈관계질환 간의 연관성을 규명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내과학회지(The Korean Journal of Internal Medicine)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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