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고민·산후우울증 숨기지 말고 털어놓아요”
“난임 고민·산후우울증 숨기지 말고 털어놓아요”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02.2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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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 전승주 인천권역 난임·우울증상담센터장, 조서은 부센터장
인천권역 난임 우울증상담센터는 임신이나 출산 등의 문제로 정서적인 어려움을 겪는 여성을 돕기 위해 개소됐으며 전승주 센터장(오른쪽), 조서은 부센터장을 필두로 선별검사를 통해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환자를 발굴한다.
인천권역 난임 우울증상담센터는 임신이나 출산 등의 문제로 정서적인 어려움을 겪는 여성을 돕기 위해 개소됐으며 전승주 센터장(오른쪽), 조서은 부센터장을 필두로 선별검사를 통해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환자를 발굴한다.

난임부부가 증가하면서 어렵게 임신에 성공해도 출산 후 우울증에 시달리는 여성이 많아졌다. 특히 출산 전후의 정서적 어려움은 산모와 태아 모두의 건강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 각별한 돌봄이 필요하다. 다행히 보건복지부가 최근 ‘난임‧우울증상담센터’ 사업을 시작, 난임환자와 임신부, 산모에 대한 심리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 인천권역 난임·우울증상담센터 전승수 센터장(산부인과 교수), 조서은 부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을 만났다.

이원국 기자 : 인천권역 난임·우울증상담센터는 어떤 일을 하나.

전승주 센터장 : 인천권역 난임·우울증상담센터(이하 상담센터)는 임신, 출산 등의 문제로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여성과 가족들을 돕기 위해 2019년 1월 개소했다. 산부인과와 정신건강의학과, 간호사, 심리상담가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종 프로그램과 상담 및 진료연계, 인식개선활동 등을 하고 있다. 상담센터비용은 전액 무료다.

조서은 부센터장 : 상담센터에서 근무하다 보면 심각한 환자를 많이 본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2019년 난임·우울증상담센터의 상담·관리인원’에 따르면 총 3835명의 상담자 중 절반이 넘는 2021명이 우울증 고위험군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립중앙의료원에 설치된 중앙 난임·우울증상담센터의 경우 상담자 396명 중 74%인 293명이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상담센터는 선별검사를 통해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환자를 정신건강의학과와 연결해 적절한 치료를 지원하는 곳이다.

이원국 기자 : 난임의 정확한 정의는.

전승주 센터장 : 과거 난임은 부부가 피임 없이 1년 이내에 임신되지 않는 상태를 말했다. 하지만 현재는 만37세 미만의 부부가 1년, 만37세 이상은 6개월 이상 노력했을 때 임신되지 않으면 난임으로 진단한다. 통계적으로 난임의 원인은 남성과 여성이 각각 40%로 알려져 있다. 남성은 무정자증, 정자운동량 부족, 정자기형이 주원인이며 여성은 자궁기형, 자궁내막질환, 나팔관질환, 난소기능이상, 호르몬 문제 등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여성이 아이를 낳다 보니 치료과정에서의 고통은 여전히 여성의 몫으로만 남겨져 있다.

이원국 기자 : 실제로 상담센터에 방문하는 사람은 얼마나 되나.

조서은 부센터장 : 상담센터는 치료가 아닌 상담을 일차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환자가 아닌 ‘내담자’로 표현한다. 많은 내담자가 상담센터를 방문한다. 이는 진료가 아닌 상담이 주는 어감 때문인 것 같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정신과의 문턱이 높다. 하지만 진료실이 아닌 곳에서 50분 동안 상담을 진행해 보니 만족도가 높았다. 환자마다 다르지만 보통 10회 상담을 받는다.

전승주 센터장 : 난임부부에게 정서적 지지를 주기 위해 상담센터가 만들어졌다. 특히 여성들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기란 쉽지 않다. 정신적 고통을 견뎌야 할지, 병원에 가야 할지 그들의 어려움은 말로 다할 수 없었다.

이원국 기자 : 상담은 어떻게 이뤄지나.

조서은 부센터장 : 먼저 PHQ-9, EPDS-K(산후우울증에 특화), AUDIT-C(음주), FTND(흡연평가) 등 우울증평가 후 HRV를 진행한다. HRV는 다른 항목들과 달리 객관적 평가가 이뤄지며 스트레스로 인한 자율신경계, 교감신경계, 심장박동수 간 모양변화를 볼 수 있다. 이후 보통 10회의 상담을 진행한다. 이때 심한 우울증의 경우 정신건강의학과와 연계 치료한다. 안타까운 점은 정신과 치료의 경우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원국 기자 : 난임은 여전히 여성문제로만 인식되고 있다.

조서은 부센터장 : 난임은 부부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하지만 아직까지 난임은 여성만의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결국 여성 혼자 상담센터에 방문하는 경우가 10중 9다. 서로 간의 심리적 지지가 필요한 부부가 함께 방문하는 것이 좋다.

이원국 기자 : 상담센터 지속을 위해 개선돼야 할 점은.

전승주 센터장 : 병원마다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한다. 국가사업인 만큼 병원들을 연계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유럽은 임신부터 출산까지 진료과정에서 정신과 진료를 포함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지원책이 신체에만 맞춰져 있고 정신적 지원은 부족하다. 또 진료비지원 시 절차가 너무 까다로운 점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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