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개가 유난히 스트레스에 민감하다? 애디슨병 의심하세요!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개가 유난히 스트레스에 민감하다? 애디슨병 의심하세요!
  • 이동국 대구죽전동물메디컬센터(죽전동물병원) 대표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03.2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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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 대구죽전동물메디컬센터(죽전동물병원) 대표원장
이동국 대구죽전동물메디컬센터(죽전동물병원) 대표원장

수의사는 정확한 진단을 내려야 한다. 특히 오진은 반려동물의 증상악화를 부르니 어떻게든 피해야 한다. 간혹 진단하기 까다로운 병을 접해서 애를 먹을 때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애디슨병’이다. 애디슨병은 증상이 너무 애매해 의심하기조차 쉽지 않다. 문제는 모르고 그냥 두면 환자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늘은 희귀한 병이긴 하지만 강아지 보호자라면 알아두어야 할 애디슨병을 소개한다.

애디슨병의 정식명칭은 ‘부신피질기능저하증’이다. 저번 칼럼에서 얘기했던 부신피질기능항진증(쿠싱증후군)과 반대다. 부신피질에선 코르티솔과 알도스테론이 분비된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신체가 견딜 수 있도록 도와주고 알도스테론은 수분과 전해질의 항상성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애디슨병은 부신피질이 손상돼서 코르티솔과 알도스테론이 부족할 때 나타난다.

호르몬질환은 보통 노령견에게 많이 나타나는데 애디슨병은 발생 연령폭이 넓다. 즉 어렸을 때도 걸릴 수 있다. 가장 흔한 원인은 부신피질의 면역매개성파괴다. 드물게 뇌하수체에서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아서 발생하기도 한다. 쿠싱증후군을 치료할 때 부신활성을 너무 억압해도 애디슨병이 생길 수 있다.

애디슨병은 증상이 애매하다. 특별히 아픈 데는 없는 거 같은데 무기력하다. 늘 무기력한 것은 아니고 컨디션이 좋았다가 나빴다가 한다. 이때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무기력증이 심해진다는 것이다. 좋은 예가 미용이다. 보호자가 내원해서 “우리 강아지가 미용을 받고 나서 기운이 하나도 없어요.”라고 말하면 애디슨병일 때가 많다.

이밖에도 ▲식욕부진과 그에 따른 체중감소 ▲음수량과 소변량 증가 ▲잦은 구토 ▲설사(때때로 혈변) ▲복통(배를 만지면 싫어한다.) ▲탈모 ▲탈수 ▲간헐적인 몸 떨림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특징적인 임상증상이 없어 정밀검사를 하지 않는 한 애디슨병을 잡아내기가 힘들다. 수의사들도 단순 위장질환이겠거니 생각하고 수액처치와 대증처치를 하면 증상이 나아지기 때문에 애디슨병을 진단하지 못하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 병은 그냥 두면 애디슨위기(Addison's Crisis)가 온다. 스트레스요인에 적응하지 못해 쇼크로 쓰러지는 것이다. 응급상황이다. 빠르게 입원해 대증처치를 받아야 목숨을 건질 수 있다.

애디슨병은 정확히 진단하기만 한다면 호르몬농도에 맞춰 주사나 약물로 얼마든지 관리할 수 있다. 정상에 가까운 삶을 누릴 수 있다. 우리 강아지가 스트레스에 민감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자주 보이면 애디슨병을 의심하고 호르몬검사를 받아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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