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사람을 떠나 국가를 병들게 만든다
암은 사람을 떠나 국가를 병들게 만든다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03.2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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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재권 간사랑카페 대표

· 아테졸리주맙, 10년 만에 탄생한 간암신약
· 비급여로 많은 환자 이용 못하는 실정 
· 건보적용 등 정부 지원책 속히 마련돼야

간사랑카페 최재권 대표는 “암에서 1차치료제는 매우 중요하다”며 “문제는 막대한 치료비로 환자들이 치료제 사용을 못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간사랑카페 최재권 대표는 “암에서 1차치료제는 매우 중요하다”며 “환자들이 막대한 비용으로 효과적인 치료제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 지급항목 중에는 ‘중증환자 산정특례제도’라는 것이 있다. 중증환자 산정특례제도는 ▲암 ▲뇌심혈관계질환 ▲희귀난치성질환 등 중증환자들이 5년 동안 진료비의 5%만 내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것도 5년이 지나면 소용이 없다.

산정특례제도는 분명 매우 좋은 제도다. 하지만 제도가 의료기술 진보의 발걸음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환자들은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비급여진료비와 약제비, 합병증과 재발에 따른 비용 등을 감당하느라 집안 뿌리가 흔들릴 만큼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다.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암’이 있다. 암은 그 자체로도 힘든 질환이다. 더 큰 문제는 면역항암제처럼 새로운 치료제가 개발돼도 막대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 결국 돈이 없어 치료 한 번 못 받고 생을 마감한 환자는 늘어가고 남은 가족들은 평생 한(恨)에 빠져 산다.

물론 정부도 이러한 상황을 알고 제약사와 약가 협상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건강보험재정이 한정적인 만큼 모든 치료제를 급여화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협상이 계속 연기되면서 암환자들의 속만 타들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간암과 소세포폐암 1차치료에 아테졸리주맙이 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아테졸리주맙은 두 질환에 대한 적응증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의 허가 근거가 된 IMbrave150 3상 임상연구결과에 따르면 병용요법은 기존 치료제인 소라페닙 단독요법 대비 사망위험을 42%, 질병진행 및 사망위험을 41% 감소시켰다. 또 객관적반응률도 소라페닙의 약 두 배인 27.3%로 나타났다.

이런 까닭에 미국, 유럽의 주요 가이드라인에서 아테졸리주맙은 절제불가능한 진행성 간세포암환자의 최우선 치료옵션으로 권고되고 있다. 이에 간암환자들은 국회 공청회에 참여하는 등 급여화 필요성에 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재권 간사랑카페 대표를 만나 간암환자들의 고충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 간사랑카페에 관해 설명 부탁한다.

간사랑카페는 2017년 개설, 간암을 비롯한 간질환 환우들이 소속돼있다. 현재 2만5000여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간암환자 대부분은 수도권 주요병원에 몰려 있다. 문제는 짧은 진료 탓에 자세한 설명을 듣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간암환자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간사랑카페를 설립했다. 가령 진료 후 주치의 설명이 어려웠던 부분에 대해 게시글을 올리면 유사한 경험이 있는 이가 답글을 단다. 소통과 정보교류기능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2월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의원(국민의 힘)이 주최한 ‘중증·희귀질환 환우 동행간담회’에 참가해 면역항암제 아테졸리주맙 병용요법 급여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 간암은 하필 경제활동이 활발한 40·50대 암사망률 1위다.

맞다. 간암환자는 40~50대가 대부분이며 남성사망률이 가장 높다. 무엇보다 한창 경제활동을 할 시기에 사회활동을 하지 못하니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린다. 물론 우리나라는 의료보험제도가 잘 돼 있어 중증질환암환자들은 진료비의 5%만 내면 된다. 문제는 급여항목에 포함되지 않은 항암제가 많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간암면역항암제 ‘아테졸리주맙’이다. 아테졸리주맙은 2년 전 간암면역항암제 병용요법으로 허가받았지만 아직 급여화되지 못했다. 실제로 아테졸리주맙을 투여할 경우 연간 투약비용이 수천만원에 이른다. 한 번만 맞는 것도 아니기어서 환우들은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다.

- 면역항암제 개발로 간암의 치료패러다임이 바뀌었는데.

아테졸리주맙이 병용요법으로 허가받기까지 많은 임상시험이 이뤄졌다. 하지만 임상시험은 정보가 제한적이고 극소수의 환자만이 알고 있어 혜택을 받기 어려웠다. 다행히 카페를 통해 임상시험에 대한 정보가 공유됐고 결국 많은 이가 임상시험에 참여, 유효성이 입증되면서 국내 허가를 받았다.

모든 암이 그렇지만 1차치료제가 가장 중요하다. 1차치료제로 면역항암제를 써서 완치 또는 생존할 수도 있었던 환자들이 치료시기를 놓치고 제한된 치료를 받고 있다. 즉 예전 치료제인 ‘소라페닙’만으로 치료받아 효과를 못 보고 사망하는 이가 많다는 뜻이다. 이에 지난해 연말 간사랑카페는 심사평가원 앞에서 ‘신포괄수가제 폐지반대’ 운동을 펼쳤다. 정부 관계 당국자들이 이러한 사실을 부디 알아주길 바란다. 지금도 많은 환자가 희망을 잃고 치료여정을 포기하고 있다.

간사랑카페 최재권 대표는 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의원(국민의 힘)이 주최한 ‘중증·희귀질환 환우 동행간담회’에 참가해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급여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간사랑카페 최재권 대표는 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의원(국민의 힘)이 주최한 ‘중증·희귀질환 환우 동행간담회’에 참가해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급여 필요성을 주장했다.

- 치료제 효과를 떠나 비용은 환자에게 가장 큰 부담이다.

맞다. 물론 급여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치료제를 사용하면 비용부담이 경감된다. 문제는 비급여치료제다. 간암에서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은 비급여다. 한 달 동안 총 치료비를 예로 들겠다. 한 달에 순수 치료제비용은 500만원이며 간병인, 교통비 등 부대비용을 포함한다면 600만~7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또 소라페닙, 렌바티닙 등 TKI치료제가 허가·급여돼 있는 상황에서 1차치료제로 TKI를 사용하고 간 기능이 많이 약해진 상황에서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을 뒤늦게 쓰면 효과가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면역항암제는 초기치료에서 약물반응률이 없다면 치료가 중단된다. 따라서 20회 투약 중 3회 정도 급여를 적용, 약물반응률이 좋은 환자에 대해서는 급여를 지속 적용하고 나머지 환자는 급여가 적용되는 다른 치료로 전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특정 암에서만 급여를 적용하면 형평성에 문제가 되지 않나.

적극 공감한다. 면역항암제는 고가의 약인 만큼 특정 암에서만 급여가 적용된다면 문제가 된다. 물론 건강보험재정에는 한계가 있어 모든 암을 보장해주기는 힘들다. 따라서 제도 자체가 개선돼야 한다.

한 예로 얼마 전 대선공약으로 일정 금액까지만 비용을 부담하는 한도액을 정해놓고 급여를 적용하는 방안이 나왔는데 이런 제도를 해결책 중 하나로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료보험제도 자체는 돈 문제다. 따라서 재정 당국에서 제약사와의 협의를 통해 건강보험제도 자체를 개편하지 않으면 문제 해결은 힘들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한다.

간암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만큼 초기 자각증상이 없다. 따라서 간암에 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간암환자의 70%는 B형간염 보균자다. 따라서 본인 스스로 병원을 방문해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 치료제 사용시기도 중요하지만 말기에 암이 발견되면 손을 쓸 수 없다.

또 세대별로 차등화된 건강검진정책이 필요하다. B형간염 예방접종은 1995년부터 신생아필수접종에 포함됐다. 그 이전 세대들은 B형간염 백신접종이 의무가 아니었다. 1995년 출생을 기준으로 B형간염 검진횟수를 조절하는 등 제도를 효율화한다면 재정을 더 아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정이 행복해야 국가가 행복하다. 적극적인 지원으로 모두가 행복한 미소를 지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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