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양성대장염, 재발 없이 얼마든 건강한 일상 누릴 수 있어”
“궤양성대장염, 재발 없이 얼마든 건강한 일상 누릴 수 있어”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3.25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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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형욱 양산부산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 다양한 생물학제제 개발…치료제 선택 폭 확대
· 빠른 증상 완화로 삶의 질 쑥↑…합병증도 예방
· 전문가와 함께 꾸준히 치료…재발 없는 일상 가능

김형욱 교수는 “궤양성대장염은 젊은 나이에 잘 발생해 사회활동을 방해하지만 얼마든 재발 없이 건강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면서 “전문가와 함께 꾸준히 치료·관리할 것”을 당부했다.
김형욱 교수는 “궤양성대장염은 젊은 나이에 잘 발생해 사회활동을 방해하지만 얼마든 재발 없이 건강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면서 “전문가와 함께 꾸준히 치료·관리할 것”을 당부했다.

염증성장질환 중 하나인 궤양성대장염은 한 번 발생하면 꾸준히 치료‧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다. 평생 증상의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데 하필 20~40대에서 호발해 젊은층의 사회활동을 방해한다. 그래도 정말 다행인 것은 궤양성대장염 치료에도 생물학제제 같은 최신치료제가 사용되면서 환자들 역시 건강한 일상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최근 이러한 환자들을 많이 보면서 더없이 보람을 느낀다는 김형욱 양산부산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를 직접 만났다. 

- 먼저 크론병과 다른 궤양성대장염만의 특징적인 증상이 궁금하다. 

두 질환은 장에 침범하는 부위와 염증 깊이가 다르기 때문에 증상 역시 차이가 있다. 크론병은 입부터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걸쳐 염증이 발생하는 반면, 궤양성대장염은 대장에만 염증이 국한적으로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따라서 궤양성대장염은 크론병보다 배변증상이 더 두드러진다. 배변횟수가 잦은 데다 피가 섞인 점액변을 보고 변을 급하게 보러 가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출근길에 갑자기 화장실을 가는 경우도 많다.

- 궤양성대장염은 특히 젊은 환자가 많다는데. 실제로도 그러한가. 

염증성장질환은 주로 젊은층에 호발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크론병은 10~20대에, 궤양성대장염은 한창 사회활동을 하는 20~40대에 많이 발생한다. 진료환자 중에도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들이 많은 편이다. 사회활동 주역들에게 잘 발생한다는 것도 안타깝지만 무엇보다 이 시기에는 과민성대장증후군도 많이 발생해 뒤늦게 궤양성대장염을 진단받는 환자들이 많다. 대부분 식습관이 불규칙하고 잠을 못 자 단순히 장이 예민해진 것이라고 가볍게 넘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변횟수가 갑자기 늘고 특히 점액변을 보는 날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 궤양성대장염을 의심하고 반드시 정확한 진료를 받아볼 것을 당부한다.  

- 염증성장질환은 환자마다 치료방법이 다르다. 궤양성대장염은 어떻게 치료를 진행하나.

궤양성대장염 치료는 딱 두 가지 점이 가장 중요하다. 첫째는 얼마나 증상이 심한지, 둘째는 염증이 발생한 위치가 어디인지다. 보통 첫 치료제로는 메살라진계열(5-아미노살리실산)의 항염증제를 쓰며 배변횟수가 하루 5회 이상 등으로 증상이 심하면 빠른 염증 완화를 위해 스테로이드약제를 쓴다. 

염증 발생위치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메살라진계열의 항염증제는 입으로 먹는 경구제제와 항문으로 넣는 좌약제제가 있다. 경구제제의 메살라진은 장 점막에 직접 작용해 직장까지 미치는 효과가 미미하다. 따라서 염증이 직장에 발생한 경우 좌약제제의 메살라진을 써서 염증을 줄인다. 염증이 대장까지 침범하면 좌약제제와 더불어 경구제제의 메살라진도 함께 쓰게 된다. 

- 생물학제제도 적극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치료에 어떤 변화가 찾아온 건가. 

궤양성대장염은 증상이 심한 정도에 따라 단계별로 치료하는 스텝 업 원칙이 아직 일반적이긴 하다. 하지만 궤양성대장염은 염증이 오래되면 장 천공, 대장 협착, 대장암 등이 발생해 환자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따라서 기존 치료를 6개월 이상 시행했는데도 호전이 없거나 재발한 경우 바로 생물학제제를 사용하는 치료전략을 적극 고려하게 됐다. 

생물학제제는 염증물질에만 반응해 치료하는 기전의 약물로 염증을 빠르게 완화하고 다양한 합병증위험도 낮출 수 있다. 생물학제제 사용 후 짧게는 2주 적어도 8주 이내 증상이 좋아지며 무엇보다 급하게 변을 보러 가는 등의 증상이 사라지니 환자들도 매우 만족감을 표한다. 

- 생물학제제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약제 선택 시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고려하나. 

환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생물학제제 종류가 많아지면서 의사로서도 고민이 많아졌다. 물론 행복한 고민이다. 생물학제제를 선택할 때는 무엇보다 안전하면서도 오래 갈 수 있는 약제를 선택한다. 생물학제제도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제 종류를 변경해야 할 때가 있는데 처음부터 오래 갈 수 있는 약을 선택해야 다음 약제도 오래 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환자의 생활환경도 고려한다. 최근의 생물학제제는 주사제제뿐 아니라 먹는 형태의 경구제제도 출시됐다. 학업이나 직장생활로 병원에 자주 오기 어려운 경우에는 경구제제를 선택해볼 수 있다. 

- 생물학제제로 잘 관리되고 있는 환자 사례가 있다면 소개 부탁한다.

기억에 남는 두 환자가 있다. 먼저 10년 전 당시 중학생이었던 여성환자는 장 천공으로 대장 절제까지 하고 장루(인공항문)까지 찬 상태로 병원을 방문했다. 하지만 생물학제제 치료로 증상이 좋아져 장루를 복원하고 정상적인 배변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결혼소식도 들려줬다. 또 다른 환자는 50대 남성환자다. 일 년 전 궤양성대장염 악화로 입원치료를 받았는데 복통, 혈변이 너무 심해 생물학제제 치료를 결정했다. 하루 이틀 만에 증상이 좋아졌고 현재는 퇴원 후 재발 없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 오래 치료해야 하는 병이다 보니 환자, 보호자들과의 소통도 중요할 것 같다. 노하우가 있나. 

첫 만남 때는 대한장연구학회에서 제작한 염증성장질환 책자 등 시각적인 자료를 활용해 전반적인 치료과정을 설명한다. 이후 집에서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게 한 후 궁금한 점이 있으면 다음 외래 때 꼭 질문할 것을 강조한다. 이미 많은 공부를 하고 온 보호자들도 있어 의사로서 살짝 긴장될 때도 있다. 

본격적으로 치료를 진행하면 ‘평소 약을 잘 드시는지’를 꼭 묻는다. 아무래도 약 복용순응도가 좋아야 증상도 빨리 좋아지고 관해(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고 검사에서도 염증소견이 없는 경우)도 오래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증상이 좋아졌어도 재발하면 어떤 약으로 치료를 진행하게 될지 미리 얘기한다. 환자가 편하면서도 효과는 최대한 유지할 수 있는 약을 선택하기 위해 처음부터 긴밀히 상담하기 때문에 설령 약을 변경하게 되더라도 큰 저항 없이 따라오는 편이다. 

- 완치가 안 되는 병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많은 환자가 힘들어한다. 이들에게 용기를 전한다면. 

내시경검사 등에서 염증소견이 없고 3~5년간 재발이 없으면 약을 끊어볼 수도 있다. 치료제도 종류에 따라 형태가 다양해서 약을 먹기 힘들면 주사치료를, 이것이 힘들면 먹는 약을 고려해볼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진료환자가 꾸준한 치료를 통해 일상으로 회복, 가정을 꾸리고 직장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설령 치료과정에서 어려움이 발생해도 충분히 해결책을 찾을 수 있으니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지 말고 주치의에게 힘든 점을 미리 얘기해주길 바란다. 염증성장질환은 평생 관리가 필요하지만 이렇게 하면 평범한 일상도 오래 누릴 수 있다. 이를 명심하고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TIP. 궤양성대장염, 그밖의 궁금증 

1. 관해 도달 후 검사는 얼마마다 받아야 하는지?

증상이 없고 이전 검사에서 염증이 없는 상태가 확인되면 혈액검사, 대변검사 같은 기본검사만 1년 주기로 받을 것을 권고한다. 이들 검사도 내시경검사만큼 정확성을 갖기 때문이다. 내시경검사 같은 침습적인 검사는 가능한 2~3년마다 받는 것이 좋다. 물론 증상이 있거나 재발위험이 감지되면 주기를 당겨서 검사한다. 또 궤양성대장염을 8~10년 정도 오래 앓으면 대장암위험이 있어 증상이 없어도 3년마다 대장내시경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2. 음식도 철저히 가려서 먹어야 하나?

밀가루음식이나 지방이 많은 육류, 당분이 많은 식품 등의 과다섭취는 피해야 하지만 너무 철저히 식단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 또 사회생활을 하면서 회식은 피할 수 없으니 그때는 고기도 먹고 맥주 한 잔 정도 마시는 것도 괜찮다. 

3. 궤양성대장염 예방을 위해 젊었을 때부터 대장내시경검사 받는 게 좋은지?

궤양성대장염 의심증상이 없으면 굳이 젊을 때부터 대장내시경검사를 받는 것은 권고하지 않는다. 증상이 애매하다 싶으면 우선 소화기내과 진료를 통해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 김형욱 교수는?

김형욱 교수
김형욱 양산부산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현재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소화기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궤양성대장염, 크론병 등 염증성장질환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환자의 나이는 물론 직업, 약 복용순응도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치료방향을 결정한다. 또 환자, 보호자가 치료과정에서 힘든 점은 툭 터놓고 얘기할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고자 항상 노력한다. 특히 자신이 없어 하는 환자들에게는 재발 없이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환자들을 예로 들면서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는다.

대한장연구학회 부울경지회 학술이사로서 전문의들 간 지식 공유의 장을 주선, 염증성장질환 환자들에게 보다 나은 치료가 적용될 수 있도록 학회활동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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