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3D프린팅, 신의료기술 인증으로 정밀의료에 성큼
[좌담] 3D프린팅, 신의료기술 인증으로 정밀의료에 성큼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03.29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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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3D프린팅 활용 폭 크게 증가
NECA, 혁신의료기술평가제도 통해 문턱 낮춰
체계적 문헌고찰…기업 입장에서 되돌아봐주길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고범석 교수, 애니메디솔루션 김국배 대표,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신의료기술평가사업본부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고범석 교수, 애니메디솔루션 김국배 대표,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신의료기술평가사업본부

4차산업혁명으로 기술 탄생속도에 가속도가 붙어 사회가 급변점(티핑포인트, Tipping Point)을 맞이했다. 티핑포인트는 산업 전반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며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일종의 숙명이다.

의료계 역시 마찬가지다. 가령 엑스레이(X-ray)를 거쳐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의 발전은 진단 정확성을 높였으며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결합해 ‘정밀의학’이라는 의료패러다임을 탄생시켰다.

더욱이 3D프린팅은 어떤가. 신소재의 개발로 의료계에서 3D프린팅의 활용 폭은 대폭 상승했으며 인공지능과 결합해 맞춤형 수술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새롭게 개발된 의료기술인 만큼 새로운 평가기준이 필요, 정부는 2007년 ‘신의료기술평가’ 제도를 제정했다.

3D프린팅을 활용, 맞춤형 수술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 김국배 애니메디솔루션 대표, 고범석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신의료기술평가사업본부(이하 NECA)와의 좌담을 통해 신의료기술평가제도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이원국 기자 :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은 3D프린팅 관련 기술에는 무엇이 있는가.

NECA : 먼저 신의료기술평가제도에 관해 설명해야 한다. 신의료기술평가제도는 요양급여비용 목록에 등재되지 않은 의료기술에 대해 급여 또는 비급여 대상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제도다. 새로운 기술인 만큼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해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에서 ‘제계적 문헌고찰방법론’을 사용해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한 3D프린팅 관련 의료기술은 ▲환자맞춤형 3D프린팅 모형을 이용한 ‘선천성심장질환 수술시뮬레이션’ ▲3D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맞춤형 가이던스를 이용한 ‘하악재건술’ ▲인공어깨관절치환술에서 3D CT 기반의 환자맞춤형 수술가이드를 이용한 ‘관절와 위치 설정’ 등이 있다. 반면 혁신의료기술평가에서는 유방보존술에서 환자맞춤형 ‘3D프린팅 유방암 수술 가이드 적용’이 잠재성 있는 의료기술로 인정된 바 있다.

이원국 기자 : 애니메디솔루션은 신의료기술 중 하나인 인체적용 3D프린팅을 활발히 개발 중이다.

김국배 대표 : 회사 설립 전 서울아산병원에서 다양한 임상중개연구를 진행했다. 당시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환자맞춤형 의료기기가 외과분야에 적용,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3D프린팅 기술은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하다. 즉 미래의료라고 하는 ‘정밀의료’ 패러다임과 잘 맞아 많은 연구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3D프린팅은 환자의 의료영상을 분석하고 집도의의 수술계획을 오차 없이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고범석 교수 : 유방외과 교수로 항상 고민인 것이 있었다. 바로 종양을 제거하되 정상조직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다. 정상조직을 최대한 보존해야 환자 삶의 질이 상승한다. 문제는 정상조직을 최대한 남기기 위해서는 종양을 정확히 표시해야 하는데 기존 강선삽입술은 여러모로 한계점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개인맞춤형 3D프린팅 유방암 수술가이드 개발에 참여했다. 아직 환자에게 3D프린팅은 생소한 분야지만 정밀수술의 중요도가 올라간 만큼 활용 폭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장담한다.

이원국 기자 : 현재 3D프린팅 기술은 외과 영역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

김국배 대표 : 전 세계적으로 의료영역에서의 3D프린팅 활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실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맞춤형 의료기기의 수가체계를 개선, 의료기관 내에서 3D프린팅 의료기기를 직접 생산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제도적 정립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현재 3D프린팅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치과다. 투명교정기나 임플란트가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외과 영역에서 3D프린팅은 이제 막 포문을 열었다. 이 말은 보험수가 진입이 이제 시작됐단 뜻이다. 보험수가가 책정된 만큼 외과 영역에서 3D프린팅 관련 의료기기가 많이 출시될 것이다.

이원국 기자 :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들었다.

고범석 교수 : 신의료기술은 새로운 기술임과 동시에 의료기술이다. 따라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증명돼야 하기에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 실제로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신의료기술평가의 문턱은 높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NECA에서 혁신의료기술평가제도를 제정,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조건하 도입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아직 개선돼야 할 점도 분명히 있다. 바로 의견 차이다. 연구진의 의견이 좀 더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평가위원회가 좀 더 신경을 써줬으면 한다.

NECA : 3D프린팅 같은 혁신·첨단의료기술은 국내외 업체들의 연구개발 기간이 길지 않다. 또 개발 이력도 상대적으로 짧아 임상적 근거 축적이 어려워 신의료기술평가 통과에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NECA는 혁신의료기술평가제도를 신설, 문헌적 근거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잠재적 가치가 높은 기술을 대상으로 ‘조건부 신의료기술’ 형태로 건강보험권에서 일정 기간 사용할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이원국 기자 : 유방외과에서 3D프린팅은 유방암수술에서 큰 이점이 있다.

고범석 교수 : 맞다. 유방은 신체 외부에 존재하기 때문에 수술상처가 보이고 수술 후 발생하는 양쪽 가슴의 불균형으로 환자들이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혁신의료기술인 ‘유방보존술 시 절제계획을 유도하는 환자 맞춤형 수술 가이던스’는 선행항암치료 전후의 MRI와 CT를 3D로 분석, 모델링과정을 거쳐 종양을 정확히 표시할 수 있게 해줘 유방조직을 최대한 보존해준다. 또 수술법에 따라 유방함몰과 흉터를 최소화해주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원국 기자 : 서로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인지. 

김국배 대표 : ’체계적 문헌고찰‘에 대한 기준과 ’임상유효성에 대한 기준 완화‘가 시급하다. 물론 의료기술인 만큼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된 신의료기술의 경우 해외 임상 레퍼런스가 없기 때문에 많은 기업이 심사탈락의 고배를 마신다. 국내에서 최초로 시작한 3D프린팅 의료기기 중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은 경우가 단 한 건도 없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따라서 ’임상적 유효성 자체를 검증하는 역할‘이 아닌 ’임상적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길을 열어줘 검증하는 역할‘을 NECA에서 해줬으면 한다. 또 혁신의료기술 및 유예제도의 별도 트랙이 아닌 ’신의료기술‘로 심사 완료해 보험에 등재되길 바란다. 보험등재가 된다면 사용기관 및 사용량에 대해 심평원에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즉 시장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고범석 교수 : 보험등재를 꺼낼 수밖에 없다. 보험에 등재가 되지 않으면 병원에서도 사용하기 어렵다. 문제는 보험수가가 항상 평행선을 가는 듯하다. 많은 환자에게 좋은 기술이 사용되고 기업에게 충분한 이윤이 발생한다면 더 나은 연구를 할 수 있다.

NECA : 그동안 NECA에서 자문서비스를 제공한 경험에 비춰보면 민원인들에게 가장 큰 고충은 신의료기술평가 통과를 위한 임상적 근거 축적에 소요될 비용 및 시간과 임상현장 도입 시 책정될 수가다. 이에 업계와 민원인들의 목소리를 수용하기 위한 노력으로 ‘제한적의료기술평가제도(2014년)’ ‘신의료기술평가유예제도(2015년)’와 같은 제도를 신설해 선진입 의료기술의 문호를 개방했다.

또 2월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선진입 가능 의료기기의 대상과 사용기간을 더욱 확대한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제도’ 개선안을 마련했다. 앞으로도 NECA는 환자안전보호라는 본연의 역할과 업계의 니즈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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