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으로 응어리진 마음, 치료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암으로 응어리진 마음, 치료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04.20 16: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케빈 로(Kevin Lo) 베리안 동남아시아 및 한국 시니어 매니징 디렉터
케빈 로 매니징 디렉터는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놓고 봤을 때 중요성이 매우 큰 국가”라며 “이번 HDX인수를 기점으로 한국의 암환자들에게 보다 나은 치료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기여하겠다”고 설명했다.
케빈 로 매니징 디렉터는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놓고 봤을 때 중요성이 매우 큰 국가”라며 “이번 HDX 인수를 기점으로 한국의 암환자들에게 보다 나은 치료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암수술 후 후속치료가 늦어져 걱정입니다.”

직업 특성상 많은 암환자를 만난다. 기자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뿐. 많은 고충이 있지만 그들을 가장 애태우는 것은 ‘치료연속성’이다. 특히 암수술 후 방사선치료에 들어가야 하는데 계속해서 미뤄지는 진료는 환자의 가슴을 애태운다. 물론 의료진은 의학적 판단 아래 최대한 빨리 치료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수도권에 의료가 집중되는 우리나라 여건상 어쩔 수 없이 치료가 미뤄지는 경우가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치료를 기다리는 와중에 급작스럽게 찾아오는 ‘통증’은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정보에 의존한다. 가령 인터넷에서 유방암, 폐암 같은 키워드를 검색하면 정말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정보가 무분별하게 쏟아져 나온다. 문제는 그중 많은 정보의 출처가 명확지 않다는 것이다.

“환자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치료연속성이 보장되는 의료기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와 대화를 나눴을 때 알 수 없는 감정이 ‘울컥’ 치밀었다. 알고 보니 그 역시 과거 양 부모가 암투병으로 고생했던 경험이 있던 것. 우리는 남의 고통에 무색하다. 아니 말을 수정해야겠다. 우리는 남의 고통에 무색한 것이 아니라 겪지 못한 고통에 공감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에 만난 케빈 로(Kevin Lo) 베리안 동남아시아 및 한국 시니어 매니징 디렉터는 언제나 환자 편에서 말을 이어간다.

사실 베리안은 2012년부터 우리나라에서 활동을 시작했지만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기업이다. 하지만 베리안은 국내 선형가속기 시장점유율 중 약 65%을 선점하고 있으며 3월 기준 75개의 의료기관에서 베리안의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HDX를 인수하며 한국 환자와 의료진에게 보다 맞춤화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암 걱정 없는 세상’을 목표로 일하는 케빈 로(Kevin Lo) 베리안 동남아시아 및 한국 시니어 매니징 디렉터와 베리안의 비전과 발전방향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 베리안 메디컬 시스템즈(이하 베리안)에 관해 설명 부탁한다.

베리안은 1948년에 설립된 방사선 암치료 전문기업으로 미국 스탠포드 근처에 있는 팔로 알토에 위치하고 있다. 베리안은 현재 암치료를 위한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서비스 등을 개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보건의료 전문가들과 협업, 암환자들을 보다 원활하게 치료할 수 있도록 암치료 관련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 글로벌 관점에서 한국 시장의 중요성은.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놓고 봤을 때 중요성이 매우 큰 국가다. 기본적으로 암 발병률이 높은 것도 있지만 종양학의 발전수준이 대단하기 때문. 특히 한국 종양외과나 방사선의학과 의료진을 비롯해 암을 치료하는 많은 의료진이 최첨단 기술을 적용하는 데 있어 적극적이다. 이에 베리안은 한국의 의료진 또는 보건전문가와 협업해 파트너십을 맺어 학회, 콘퍼러스 등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또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인지해 최근에는 베리안 제품의 유통을 수년째 담당해온 HDX를 인수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베리안은 직접 서비스 네트워크를 관리, 한국 환자와 의료진에게 맞춤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향후 HDX서비스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의 암환자들에게 보다 나은 치료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 코로나19로 의료 패러다임이 디지털헬스케어로 전환되고 있다.

베리안은 코로나19 팬데믹 전부터 디지털헬스케어 개발을 계속해왔다. 이때 베리안은 몇 가지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중 한 가지가 ‘치료의 연속성 유지’다. 물리적 거리에 국한되지 않고 돌발상황이 발생해도 환자의 치료가 중단되지 않고 연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이다. 이런 의미에서 베리안이 추구하는 디지털헬스케어 방향은 원격의료의 개념보다 훨씬 더 크다.

또 환자와 의료진을 비롯한 치료팀 내 여러 주체 간의 상호작용도 상당히 중요하게 보고 있다. 이때 상호작용이 유지되면 치료가 연속적으로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암은 단일과에서만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닌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디지털헬스케어 개발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베리안이 강조하는 개념으로 ‘DNA’, 즉 3가지 요소가 있다. D는 데이터를 뜻한다. 치료에 있어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개념이다. 이때 데이터는 단순 빅데이터에 국한되지 않고 데이터의 임상적 의미와 연관성을 파악하는 해석과정을 포괄한다.

N은 네트워크를 말한다. 네트워크는 환자, 코디네이터, 간호사, 의료진, 의료기관 등을 포함한다. 네트워크가 잘 구축되면 환자 치료의 질이 대폭 상승할 것이다. 대장암환자는 수술 뒤에 혈변을 볼 수 있다. 환자입장에서는 증상의 원인이나 정도를 판단하기가 어렵다. 아직 한국에도 도입되지 않았지만 베리안이 직접 개발해서 선보이고 있는 PROs(Patient Reported Outcomes)를 예로 들겠다.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처럼 사용하는 PROs는 환자가 직접 보고하는 결과나 지표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소프트웨어로 환자가 자신의 증상을 사진으로 찍을 수 있다. 이후 애플리케이션에 업로드하면 의료진이 병원 방문이 필요한 사항인지 온라인으로 알려준다.

DNA의 마지막 글자 ‘A’는 인공지능(이하 AI)의 약자다. 오늘날 많은 의료기기 기업들이 AI를 언급하지만 대부분 반복적인 작업에 AI 기술을 접목, 업무의 자동화와 가속화에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베리안은 단순 업무의 자동화가 아닌 데이터분석, 스마트기술을 활용해 암치료 연속성을 보장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일례로 방사선치료를 위해서는 선형가속기가 필수다. 이때 선형가속기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지금까지 많은 기업이 선형가속기 고장을 막기 위해 예방적 정비 또는 선제적 정비를 이용했다. 베리안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예측적 정비’의 개념을 강조한다. 예측적 정비는 디지털기록을 바탕으로 향후 어느 시점에 어떤 부분에 관해 관리가 필요하다는 정보를 사전에 제공한다. 이는 환자의 치료계획에 차질이 생기지 않으며 장비의 가용성을 극대화한다.

베리안은 AI와 데이터 분석, 스마트기술, 워크플로우(작업 속도 및 흐름)등을 활용해 암환자들에게 통합서비스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베리안은 AI와 데이터 분석, 스마트기술, 워크플로우(작업 속도 및 흐름) 등을 활용해 암환자들에게 통합서비스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 2019년 베리안은 ‘지능형 암 통합 케어’의 시대를 열며 전 세계적으로 암치료 패러다임에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지능형 암 통합 케어 안에 ‘인텔리전스’가 들어가 있다 보니 많은 이가 AI나 데이터, IT만을 떠올린다. 하지만 지능형 암통합 케어는 총 3개의 단어로 이뤄져 있다. 암은 복잡한 질병이다. 따라서 암치료는 유기적인 접근방식을 취해 적합한 치료솔루션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암치료는 다학제적 접근이 상당히 중요하다.

문제는 과거 암치료는 각 과별로 개별적인 접근방식을 취했다는 것이다. 과거 다학제진료가 원활하지 못했던 것은 협력의 필요성을 인지해도 실행할 기회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했다. 가령 병원 내에 각 전문과는 따로 위치해 있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지지 못했다. 이에 베리안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부분이 바로 의료진의 다학제적인 논의와 협의를 진행해줄 수 있는 생태계, 즉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다학제진료가 발달, 맞춤형 치료로 나아가고 있다.

- 최근 한국 정부는 ‘4차 암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암치료 기술 연구 개발 등에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베리안은 AI와 데이터 분석, 스마트기술, 워크플로우(작업 속도 및 흐름) 등을 활용해 암환자들에게 통합서비스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러한 첨단기술을 사용할 때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가 데이터 사용범위다. 한국은 한국 내에서 생성이 된 환자의 개인 정보나 환자 보건의료정보는 국내에서만 사용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즉 의료데이터 사용을 위해서는 정부 및 여러 보건의료전문가와 논의가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여기서 베리안의 ‘Ethos’ 같은 장비는 인공지능 기능이 기기 안에 탑재돼 있고 해당 기기를 사용하는 의료기관 내에서만 데이터를 구동해도 충분하다.

- 베리안의 향후 5년과 10년 청사진을 알려달라.

베리안은 ‘암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지난해 베리안은 지멘스 헬스시니어스 소속으로 변경되며 방사선치료 분야에서의 리더십을 강화했다. 앞으로 베리안은 방사선치료에 국한돼 있는 것이 아니라 조기진단을 더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이는 결국 환자에게 정확한 의료정보를 제공할 것이고 그만큼 의료의 질도 크게 증가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